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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국민도 함께한 한국 축구의 애환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23 06:31:10
  
▲ 박병헌 디지털뉴스국장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축구 경기를 총괄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수는 유엔 회원국 수 193개보다 많은 211개나 된다.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 회원국 수가 많으며 국제 경기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다. 
 
국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야구와 달리 축구의 경우 월드컵뿐 아니라 대륙별 대항전 등 국가별 대결이 많다 보니 축구는 인터내셔널 스포츠, 야구는 국내 스포츠라고 불리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은 얼마 전 큰 충격에 빠졌다. 늘 약체로 여겨 온 인도네시아에게 한국 축구가 당할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이 지난달 카타르에서 열린 2024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인도네시아에 무릎을 꿇었다. 전·후반과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동안 2대 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2번 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대 11로 졌다.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134위인 인도네시아에게 패배를 당한 건 충격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팀은 현재 2018년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이 패배로 지도자 생활에 큰 오점을 남겼다.
 
한국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이 물거품됐다. 1984년 LA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결국 올해 7월 열리는 파리올림픽 무대도 밟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무려 40년의 공백이다. 한국은 U-23 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인도네시아에 5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는데 첫 고배를 마셨다. 성인 A대표팀 전적에선 한국이 1975년 8월 이후 인도네시아에 17연승을 거두고 있던 터였기에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황선홍 감독은 3월 A매치에서 성과가 있었음에도 귀국해서 죄인의 심정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 올림픽 본선 진출에 10회 연속 실패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에는 우리 국민의 애환이 녹아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온 국민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성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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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낙후됐던 1969년 10월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호주와의 경기가 서울운동장에서 펼쳐졌다. 한국으로서는 이 경기에서 이겨야만 2승 1무 1패로 호주와 동률을 이뤄 최종전을 치를 수 있었기 때문에 총력전을 전개했다. 1대 1의 팽팽한 접전 속에 한국은 상대 반칙으로 귀중한 페널티킥을 얻어 냈고, 당시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던 임국찬이 키커로 나섰다. 스탠드를 꽉 메운 3만여 관중은 숨을 죽였고, 임국찬의 슈팅은 호주 골키퍼의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 16년 만의 월드컵 진출 꿈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모든 비난이 임국찬에게 쏟아졌고 견디다 못한 그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미국 뉴욕에 정착해 한국에서 열린 2002년 FIFA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이 D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게 되었을 때 상대인 미국 대표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축구협회에 제공했다. 또 2006년 FIFA 독일월드컵 때는 미주 한인 응원단을 조직해 독일로 날아가 거리 응원을 펼쳐 자신이 못 이룬 월드컵의 꿈에 대한 회한을 풀기도 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의 수문장이었던 오연교는 몇 번의 실수로 “골키퍼 때문에 망했다”는 엄청난 질책을 받아야 했다. 그는 결국 지병으로 2000년 40세로 단명했다.
 
4강 신화를 일군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극적인 반전을 이루었다. 대표팀 주장 홍명보가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5번째 키커로 나서 극적으로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며 월드컵 사상 첫 4강 신화를 이뤄 내 국민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후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서 성과를 이어 나갔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경기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데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앞으로도 둥근 축구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장면이 숱하게 연출될 것임은 확실하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70년 동안 흥망성쇠를 거듭한 한국  축구가 근래들어 하향 평준화를 보이고 있는 이유를 저출생 문제에서 찾기도 한다. 선수 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할 체계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 데서  경기력 쇠퇴가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프로축구 리그가 활성화되며 선수들이 ‘우물안 개구리’로 안주하고, 유럽 등 해외 진출 선수들은 자신들의 돈벌이에 빠져 전반적인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예전과 같은 투혼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한국 축구는 우물쭈물하다 보면 더 추락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이제 모든 걸 다 바꿔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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