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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전세보증보험 실효성 논란
“서민 외면한 서민공기업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다가구·다주택·단독 등 진짜 서민세입자 깡통전세 피해 무방비 노출
남승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18 17:07:57
지난 2010년 인천 영종하늘·송도국제도시, 경기 용인·화성 등 신도시에서 전세가와 주택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심각한 역전세난이 빚어졌다. 임차인들이 전세계약 만료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임대인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려 했지만 주택가격마저 폭락해 기존 전세금 수준만큼의 대출이 불가했다. 일부 임대인들은 집을 경매에 넘기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겉만 번지르르한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깡통전세’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후 정부는 깡통전세로 인한 세입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민법·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전세금을 대납해주고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전세보증보험을 운용하고 이후 많은 보완을 거쳤다. 하지만 최근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전세보증보험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까다로운 조건 대문에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전세보증보험 제도의 실효성 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현장진단했다.

▲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 등의 전세금보증보험이 도마에 올랐다. 서민층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하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서민들이 주로 찾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경우 사실 상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시 내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원룸 및 다가구 주택 입주 희망자의 경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민층 전세보증금 보호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이다. 대표적인 전세보증보험 상품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서울보증보험(이하·SGI)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 등이 꼽힌다.
 
기존 세입자 보증금 정보 제공…취합 힘들 뿐더러 결국 집주인 동의
 
‘전세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집값 하락·과다 채무 등으로 집을 매각해 보증금을 온전히 받기 어려울 때 이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올해 들어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서 ‘역전세난·깡통전세’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비해 전세보증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건수는 4만3918건, 금액은 9조4931억원 등이다. 2016년의 가입건수(2만4460건), 금액(5조1716억) 등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주택유형별 전세보증보험 가입자의 분포를 보면 심각한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거주 가입자는 93.7%에 달하는 반면,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 거주 가입자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 거주자에 대해서만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당초 전세보증보험은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지난 2월 해당 절차가 폐지됐다. 그러나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 거주자에게는 까다로운 조건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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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SGI는 국토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개별단독주택가격의 150%로 주택 가격을 추산한다. 이를 통해 선순위 채권최고액·임차보증금 등을 산정한다. SGI의 보험 가입을 위해 다가구주택의 경우 선순위 채권최고액·임차보증금 합산금액이 해당 건물 추정시가의 100% 이내여야 한다. HUG의 경우 채권최고액이 80% 미만이여야 가입이 가능하다.
 
주목되는 사실은 다가구·다세대의 경우 선순위 채권최고액 계산 시 건물 내 모든 가구의 보증금 정보를 집주인으로 제공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집주인이 다른 세대의 보증금 액수를 꺼려하는 편이다. 반면 아파트는 해당 호실에 대한 보증금 혹은 근저당 내용만 공개하면 된다.
 
▲ 출처: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 ⓒ스카이데일리
 
서울에 신혼집으로 다가구주택을 얻으려 했지만 집주인이 보증금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거절된 경험이 있는 예비 신랑 김동근(32·남) 씨는 “2월부터 집주인의 동의 없이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차를 진행했지만 사실상 다가구주택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 씨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아파트 전세 입주자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한 느낌이다”며 “10억짜리 아파트 전세 사는 사람들과 3억짜리 다가구·다세대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들 중 과연 누가 더욱 서민에 가까운지 관계당국이 생각해 볼 문제다”고 지적했다.
 
김 씨와 상담을 진행했던 부동산 관계자도 “집주인들은 귀찮고 이익이 되지 않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에 비협조적이다”며 “보험 가입을 하지 않고 입주하려는 전세 세입자도 많고 보증금이 가구마다 다른 경우도 많아 공개를 꺼리는 편이다”며 김 씨의 문제제기에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해당 제도와 관련해 SGI 관계자는 “다가구 주택의 경우 임차보증금의 정보는 집주인의 정보 제공이 필요한 물건인 것은 사실이다”며 “집주인이 만약 한 번에 여러 공인중개사에 물건을 내놓았을 경우 임대인에게 직접 물어보고 보증금을 기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턱 높은 전세보증금보험 가입…“서민 재산 보호 제도인데 정작 서민은 이용 못한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HUG와 SGI가 안전한 건물인지 판단할 때 근저당 등의 채권최고액을 보지만 토지·건물 공동담보로 돈을 빌렸을 경우에도 해당 건물에 대한 채권최고액으로만 산정한다. 통상적으로 공동담보물로 설정됐을 경우에는 건물 시가 보다 높은 채권최고액이 산정된다.
 
▲ 다가구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모든 보증금 정보를 주택도시보증공사·서울보증보험 측에 제공해야 한다. 사실 상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집주인이 이를 동의하지 않아 결국 세입자는 보험 가입 없이 집을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내 다가구주택 단지 ⓒ스카이데일리
 
채권최고액 비율을 정하는 주택가격산정도 현실과 동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HUG의 경우 단독·다세대·다가구 주택에 대해 국토부장관이 공시하는 공동주택가격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이나 공인중개소로부터 확인받은 시세를 적용한 금액 대비 채권최고액이 60%가 넘으면 전세금보증보험 가입을 불허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국토부 공시가격과 실제 거래가의 격차가 크기 마련이다. 은행의 경우 실거래가를 적용해 대출 가능액을 판단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적은 금액을 대출 받았어도 정작 전세금보증보험은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다가구 건물·주택의 호가는 24억원이다. 이곳의 채권최고액은 시세의 27%인 6억5000만원이다. 공시지가의 150%를 해당 건물의 가격으로 추정하는 HUG의 계산대로라면 9억2550만원의 건물에 6억5000만원(약 70%)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셈이다.
 
해당 주택에 대해 HUG 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최현승(30·남·가명) 씨는 “월세 생활을 전전하다가 난생 처음 전셋집을 구하려고 보험을 알아봤지만 6억5000만원 융자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값을 보장하는 제도가 전무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개탄했다.
 
김 씨와 상담을 진행했던 부동산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보통 토지·건물의 선순위 임차보증금·채권최고액의 합이 60% 이하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보험 운용 주체들의 가입 요건을 보면 보험금 지급 우려가 적은 아파트 입주 예정자만 가입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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