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7 17:05
뉴스 > 주거·라이프
[현장진단]-부천시 특고압 지중화 갈등
초등생 등굣길 발암유발 고압선 “한전 제 정신인가”
기존 공사 계획 무단 변경…한전 “예산 문제로 노선 변경 불가능”
김민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08 16:04:48
지난 2008년부터 불거진 ‘밀양 송전탑 공사’ 갈등은 한전이 ‘신고리 원전’의 전력을 영남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울주, 기장, 양산, 창녕, 밀양 등 다섯 개 지역에 총 90km에 달하는 송전탑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시발점이 됐다. 주민들은 765kv인 고압선이 집, 학교 주변 등을 지나면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최근에는 부천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수도권 전기 공급을 위해 특고압 지중화 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고압이 초·중·고교 등 학교 밀집 지역과 주거 밀집 지역을 지나는데다 매설 깊이가 깊지 않아 주민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부천시 특고압 지중화 논란을 둘러싼 주민과 한전의 갈등 상황을 현장진단했다.

▲ 한국전력공사가 초등학교 바로 앞 지하 8m 깊이에 특고압 전력케이블 지중화 공사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아이들의 건강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특고압 지중화 공사를 반대하는 부천 상인초등학교 인근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가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한전이 초등학교 바로 앞 지하 8m 깊이에 500kv(키로볼트)에 달하는 특고압 전력케이블 지중화 공사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일대 지역 주민들 및 학부모들은 전자파로 인한 아이들 건강 피해를 크게 우려하며 공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앞서 타 지역에서 특고압 전력케이블이 주민들의 반발로 지하 80m 깊이에 설치된 전례가 있어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000여명 넘는 학생 다니는 초등학교 8m 아래 발암 유발 특고압 전선이라니”
 
한전 경인건설본부는 부천 및 서부지역 전력 확충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광역 정전 예방을 위해 고리형 전력망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신부평 변전소와 영서변전소에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공사다. 공사구간은 약 23km다.
 
공사는 345kv의 특고압 전력케이블을 지하에 매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하 30~50m 깊이에 전력케이블이 지나가는 터널을 뚫고 터널장비 반입·반출, 토사반출, 환기 및 케이블 유지관리를 위한 수직구(지상에서 지하로 통하는 통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5년 수직구 위치를 두고 민원이 대거 발생해 한전 측은 수직구 숫자를 줄였다. 일부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라지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도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부천시 상3동 일대도 갈등이 생겨난 지역 중 하나다. 이곳은 타 지역에 비해 주민들의 반대가 유독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불과 8m 밖에 되지 않는 깊이에 이미 154kv 고압선이 매설돼 있고 추가로 345kv 특고압을 매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주거단지인데다 인근에 초·중·고교가 모두 몰려 있어 특고압 전력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우려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오가는 상인초등학교 바로 앞 도로 지하 8m 깊이에 500kv에 달하는 특고압을 매설한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광고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상인초등학교 주변은 한전의 특고압 매설 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이 물씬 풍겨났다. ‘학교 앞 특고압 결사반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특고압 전력구 공사 관련 주민 공청회를 안내하는 현수막에 적힌 ‘하나 된 힘을 보여줍시다’ 등의 문구는 주민들의 결연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반응은 같았다. 대부분 특고압 케이블 매설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상3동에 12년 정도 거주한 이지연(50·여) 씨는 특고압 설치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이 씨는 “특고압 설치 내용을 처음에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며 “2016년부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야 소문을 듣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도, 주민 입장에서도 특고압이 설치된다니까 너무 불안하다”며 “평소 전자파 피해 때문에 아이들에게 전자레인지에도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는데 매일 생활하는 학교 앞을 엄청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케이블이 지나간다니 아이들 건강이 크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주민 장연주(가명·여) 씨도 아이들 건강 문제를 크게 우려했다. 장 씨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특고압이 설치되는 지도 몰랐다”며 “부천체육관 쪽에 공사가 진행돼 알아보니 특고압 매설 공사였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책위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에게 설명이 먼저인데 무작정 공사부터 시작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노선은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니라 외곽으로 도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비용 문제를 이유로 학교와 주거밀집 지역을 지나는 노선으로 바꿨다고 들었다”고 성토했다.
 
기존 홍보는 55m, 실제 공사는 8m…“건강피해 없다는 한전, 분당은 80m 매설 왜”
 
주민들은 지난달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31일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부천시 관계자, 한전 측 관계자, 시의원, 주민 1200여명 등이 참석했다. 참석한 주민들은 각각 특고압 설치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한전 측이 기존 공사 계획을 자체적으로 변경한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지난 2013년 특고압 설치 관련해 주민들에게 배포했던 안내문에 명시된 내용과 현재 공사 내용이 다르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안내문에는 ‘부천시를 통과하는 전력구는 도로지하 40~55m에 위치해 지상으로 전자파가 거의 방출되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 주민들은 한전이 당초 홍보한 내용과 매설 깊이가 달라진 점을 문제 삼고 있다. 2013년 홍보물에서는 40~55m에 매설해 전자파 피해가 없다는 설명이었지만 실제 공사는 8m 깊이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한전이 주민들에게 배포한 홍보물(왼쪽)과 특고압 지중화 공사를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요구안 ⓒ스카이데일리
 
이주성 공동비대위원장은 “한전은 지하 깊이 매설해 전자파가 0.1~0.3mG(미리가오스)만 방출돼 거의 피해가 없다는 내용으로 홍보물을 돌렸었다”며 “하지만 실제 공사는 지하 30~40m 깊이에 불과했고 심지어 이 지역은 기존 8m 지하에 전력 케이블 관로가 매설돼 있으니 그것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내용으로 계획을 수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공청회에서 부천시가 현재 8m 아래에 묻혀있는 154kv에서 나오는 전자파 실측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한전이 주장하는 내용과 크게 달랐다”며 “한전은 0.1~0.3mG가 나온다고 했지만 부천시가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해 측정한 수치는 무려 3.7mG나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세계보건기구(WT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고압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3~4mg 이상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전자파 발생 량이 늘어날 수록 암 유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 위원장은 “한전은 전자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분당 같은 경우는 지하 80m 아래에 지중화 작업을 했다”며 “주민 반발이 심한 지역은 깊이 묻고 그렇지 않는 지역은 고작 8m 아래에 묻는 다는 것 자체가 한전이 주장하는 ‘전자파 영향이 없다’는 것에 모순되는 행동이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31일 공청회를 마친 후 한전과 부천시 측에 주민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요구안은 △주거·교육시설 밀집지역을 우회해서 매설하는 방안 △우회가 불가능하다면 기존 안내처럼 55m 지하에 묻는 방안 △지방선거 이후 당선자들이 이 문제에 책임을 갖고 합의안 마련 △부천시를 상대로 한 한전의 법정 행위 중단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현재 공사는 약 600m 가량을 남겨두고 굴착 작업이 중지된 상태다.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이에 부담을 느낀 부천시에서 지난 4월 한전에 ‘도로점령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부천시에 점령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외곽으로 도는 노선’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예산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에 도로 아래를 지나는 현재 노선으로 설정한 것이다”며 “당초 홍보할 때 깊이를 40~55m로 한 것은 신설구간의 깊이였고 기존 설치된 구간은 이미 있는 시설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깊이로 묻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2016년에 부천시로부터 도로관리심의를 통과해 심의를 신청한 것인데 주민 민원을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아 공사가 지연돼 예산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며 “계속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부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1
감동이에요
1
화나요
6
슬퍼요
0
댓글 : 9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98,953 ▶
어제 135,094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