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7 12:55
뉴스 > #E fact > 유통·물류·광고
[현장진단]-핑크택스 논란
싸구려 제품 강요받는 남성들 울면서 여성용 산다
일부 여성들 성차별 지적에 남성들 “사면서도 찝찝한 우리도 피해자”
나수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04 17:05:47
지난 1일 SNS를 주축으로 ‘여성소비총파업’이 처음 진행됐다. 매월 첫 째 일요일 여성들이 문화행사·쇼핑·외식 등 모든 소비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여성들의 존재·영향력을 가시화하기 위함이란 게 소비총파업의 배경이다. 이번 여성들의 소비총파업의 발단은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핑크택스’였다. ‘핑크택스’란 여성용 제품의 가격이 남성용 제품에 비해 비싼 것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이를 두고 성차별의 일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여성용 제품의 가격이 비싼 것을 성차별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남성 들고 ‘핑크택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카이데일리가 ‘핑크택스’를 둘러싼 문제 의식과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 등을 현장진단했다.

▲ 상당수의 미용실에서는 여성의 커트가격이 남성의 커트가격 보다 높게 책정되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며 타당하지 않는 가격정책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남성들 역시 왠지 질 낮은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재의 남녀 커트 가격이 다른 미용실 가격표 ⓒ스카이데일리
 
여성용제품이 일반 제품들보다 비싸다는 이른바 ‘핑크택스(Pink Tax)’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성들 사이에서 ‘일종의 성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남성들도 핑크택스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면서 성차별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여성용제품들에 낀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미용실 커트부터 男·女 가격차…대형마트선 용량 크지만 남성용제품 가격 저렴
 
핑크택스 문제가 대두된 배경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한 몫 했다. 한 여성 소비자가 미용실에서 부당한 대우를 겪은 일을 게재하며 여성들에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방문한 이 소비자는 1만8000원을 지불했는데 남성의 경우 1만6000원만 받았다고 기술했다.
 
게시물 작성자는 가격차이 발생을 두고 직원에 항의했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높은 가격이 부과됐다는 답변을 듣게 됐고 이 같은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을 본 많은 여성들은 크게 공감했고 이후 미용실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핑크택스의 현실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불거져 나왔다.
 
스카이데일리는 실생활에 숨어있는 핑크택스 실태를 직접 찾아봤다. 가장 먼저 서울 서초구 소재 T미용실을 찾았다. 이곳의 여성 커트가격은 2만5000원인 반면 남성 커트가격은 2만원이었다. 5000원의 가격차가 발생한 이유를 묻자 이곳 점원은 “머리모양도 다르고 여성들의 경우 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돼 가격차가 있다”고 답했다. 취재 중 방문한 대부분의 미용실이 비슷한 이유로 남·녀 간 가격 차이를 뒀다.
 
광고
하지만 실제 종사자들의 반응은 다소 거리가 있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R미용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것은 비교적 여성들의 긴 머리보다 오히려 남성들의 짧은 머리 손질이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까지 미용업계서 종사했다는 이보연(26·여) 씨는 “값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남녀 머리모양이 다르다’거나 ‘머리길이가 길어서’ 등의 이유를 대는 것이다”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을 치장하는데 지출을 아끼지 않는 여성들의 지갑을 노리기 위한 미용업계의 고질적인 상술이다”고 귀띔했다.
 
▲ 여성 소비자들이 부당한 가격정책에 불만이 일고 있는 이유는 미용실 커트 가격뿐 만이 아니었다. 의류·생활용품 등을 취급하는 유통업계에서도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 제품에 비해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한 생활용품 매장 내 남성·여성용 제품을 구별해 놓고 가격이 다르게 책정돼 있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생활용품매장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같은 브랜드의 스킨·로션제품을 남성·여성용으로 구분해 판매 중인 제품의 경우 남성용 제품 가격이 여성용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있었다. 용량 확인 결과, 남성용 스킨로션이 200ml로 여성용(150ml)보다 용량이 많았다.
 
“우리는 좋은 서비스·제품 받을 권리조차 없나”…남성 소비자들 불만 한 목소리
 
공교롭게도 여성들이 핑크택스의 수혜자로 지목한 남성들 역시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남성용 제품에 대한 불신이 쌓여 결국은 여성용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민규(32·남)씨는 “남성용은 ‘투박하고 보편적이다’는 인식 탓에 싸구려 또는 증정용이란 인식이 들어 구매할 때 찝찝한 기분이 든다”며 “그래서 주로 여성용제품을 이용하는 편인데 분명한 것은 막상 써보면 차이가 없는데 여성용 제품이 보다 좋은 것처럼 현옥하고 비싸게 받는 풍토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 남성 소비자는 핑크택스는 성차별이라기 보단 상술로 봐야한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자신들을 위한 소비성향이 짙은 여성들을 공략하고자 디자인 등 제품의 디테일을 손보고 가격만 비싸게 받는 업체들의 상술일 뿐 성차별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헬스앤뷰티(H&B)매장에서 만난 김현준(28·남) 씨는 “H&B매장 내에 남성전용 진열대가 구축돼 모아놓고 파는 것이 일반적인데 제품의 종류·가격 등을 견줘보면 여성제품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 최근 남성용 제품도 여성용 제품과 같이 다양화·고급화 되고 있고 가격도 비슷하다며 ‘여성용’이라서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는 것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사진은 비슷한 가격대로 판매 되고 있는 여성용 스킨·케어 제품(위쪽)과 남성용 스킨·케어 제품 ⓒ스카이데일리
 
 
이어 김 씨는 “용량·함량·성분 등 같은 기준의 제품이 단지 여성용이라는 이유로 남성들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분명이 잘못된 행태임에는 분명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여성공략을 위해 선보인 고급화·다양화 전략에 오히려 부합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남녀 구분 없이 고가인 시댄데 단순히 성차별적 요소로만 접근하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194만6000원으로 2008년 141만3000원보다 37.7% 늘었다. 25~39세의 여성 1인 가구월평균 소비지출은 125만원으로 110만원인 남성보다 지출 또한 크다. 이는 각 기업들이 남성보다 여성을 공략하는데 주안점을 둔 제품개발과 마케팅활동에 열을 올리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용 제품은 남성용 보다 섬세하고 연한 소재를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면서 “자연히 같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보다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같은 제품일지라도 저렴하기만 한 제품보다 다소 비싼 제품이 여성들로부터 더 주목받고 선택받는 게 현실이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핑크택스를 성차별로 보는 여성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지난 1일 SNS계정 ‘여성소비총파업’은 한 달에 한 번 소비와 지출을 모두 중단하는 운동을 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들은 “핑크택스 관련 이슈가 제기된지 얼마 안 돼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좀 더 자세히 사례들을 연구해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공통된 입장을 내비쳤다.
 
[나수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2
감동이에요
2
화나요
15
슬퍼요
2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71,421 ▶
어제 135,094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