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침체 분위기 역력…중국 맹공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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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인수 후보 텐센트…글로벌 라이엇게임즈·에픽게임즈·슈퍼셀 등 최대주주

나광국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1-04 12:08:24

김정주 넥슨 대표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NXC의 지분 전량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며 인수 유력 후보로 중국의 텐센트가 거론되고 있다. NXC가 보유하고 있는 넥슨 재팬 (47.1%)의 지분 가치 약 6조원을 포함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매각가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텐센트가 유력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로 한국 뿐 아니라 미국 IT 기업 인수에 활발히 나서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M&A을 진행하고 있고 자금력이 막강한 것이 꼽힌다.

텐센트가 지금은 글로벌 게임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넥슨·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업체의 게임을 수입해 유통하던 기업 중 하나였다. 중국 내 게임 유통에 영향력은 있었지만 개발 능력은 떨어졌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눈치를 살피는 중국 기업 중 하나였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서비스해 돈을 벌었고 해외 유명 게임사를 사들이기 시작하며 텐센트의 위상이 점차 높아졌다. 아울러 중국에서는 외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기 때문에 텐센트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현재 텐센트는 중국의 종합 인터넷 회사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메신저 서비스 QQ,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게임을 퍼블리싱 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든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했고, 클래시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등의 제작사인 슈퍼셀도 인수한 회사다.

텐센트는 다양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유통을 맡고 있다. 단 하나의 아이디로 서비스 중인 게임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텐센트가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한국 게임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2 △블레이드앤소울 △알투비트 △크로스파이어 등이다.

텐센트는 지분 투자로 국내 게임업체 주요 주주 역할만 담당하지만 라이엇게임즈, 슈퍼셀 등의 주요 글로벌 게임사는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텐센트는 2009년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8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22%를 확보했고 2011년 추가로 2억달러 가량을 투입해 지분 92.78%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2015년 나머지 지분까지 모두 매입하며 라이엇게임즈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도 텐센트가 최대주주다. 2013년 에픽게임즈의 지분 40%를 약 3600억원 수준에 인수했다.

국내 게임시장은 이미 중국계 자본이 깊숙이 침투해 있다. 국내 게임 2위인 넷마블의 3대 주주는 중국 텐센트다. 텐센트의 지분은 무려 17.7%에 달한다. 텐센트는 카카오 지분도 7% 갖고 있다. 또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 크래프톤(옛 블루홀)의 지분도 10%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텐센트가 넥슨지분까지 갖게 된다면 토종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만 남게 된다.

이처럼 텐센트를 중심으로 중국 게임업체가 성장하면서 국내 게입업계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가 정부의 각종 게임규제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여파, 여기에 대형 신작의 부재 속에서 중국 게임의 국내시장 대거 유입 등의 이유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셧다운제’, ‘주52시간근무제’ 등의 규제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며 “주52시간근무제의 경우도 게임 개발에 있어서는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신작 출시일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확률형 아이템 이슈 역시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 규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콘텐츠가 규제받게 됨에 따라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게임의 한국 침투 역시 계속해서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에 중국산 게임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올해 역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중국 게임사들의 국내모바일 매출 순위는 허리 격에 해당되는 6~10위에서 큰 변동이 없다. 국내 대형사들이 내놓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산이 모바일게임 시장을 점령한 것이다.

문제는 국내 게임시장을 중국 자본이 장악했을 때 기술유출이나 ‘베끼기’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배틀그라운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크래프톤은 중국 텐센트의 계열사인 에픽게임즈가 게임성을 베낀 것을 두고 법적대응을 시사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지만 이후 텐센트가 크래프톤 2대주주가 되면서 표절시비는 사라졌다.

표절논란에서 벗어난 에픽게임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제치고 동종장르 1위로 우뚝 섰다. 짝퉁게임이 오리지널을 밀어내고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텐센트의 자금력에 굴복해, 게임한류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나광국 기자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