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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대법원 판결 왜곡해석 논란

“중앙선관위, 사전투표 위법 논란 대법원 팔아 물타기”

“바코드 괜찮다 셀프해석 후 사실관계 호도…국회 입법해석도 무시”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11-15 13: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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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사전투표용지에 바코드 사용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문에 대해 ‘대법원이 QR코드 사용을 합법 판결했다’며 관련 자료를 한 언론사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사전투표 위법 논란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중앙선관위)의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권해석 과정에서의 입법우선주의 원칙을 깨고 사법부의 해석을 우선적으로 채택해 마치 사전투표용지 내 QR코드 사용을 합법인 양 주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여론몰이 정황까지 드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시민단체 “대법원 ‘규정 위반 아니다’ 판결로 QR코드를 바코드라 우기는 선관위”
 
현행 공직선거법 151조 6항은 ‘사전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를 말한다)의 형태로 표시해야 하며 바코드에는 선거명, 선거구명 및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을 함께 담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에는 바코드에 대해 ‘막대 모양의 기호’라고 강조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QR코드(2차원 바코드) 등과 명확히 구분해 사후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QR코드는 문자·숫자·사진 등 대량정보를 고밀도 코드화 한 것으로 형태는 흔히들 아는 ‘격자무늬’로 돼 있다. 1차원 바코드는 13~14자리 숫자 데이터만 담을 수 있지만 QR코드는 1000자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QR코드는 바코드의 한 형태다”고 주장하며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를 사용해 왔다. QR코드 판독 결과 현행법에 규정된 10진수의 일련번호가 아닌 아라비아 숫자와 영문 알파벳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번호가 입력된 것으로 밝혀져 개인정보 유출 의혹, 부정선거 시비 가능성 등의 잡음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해외 국가들이 전자선거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사전투표용지의 QR코드 생성과정, 즉 사전투표기 발급프로그램 소소코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관위는 QR코드 사용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대법원의 ‘바코드 사용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QR코드도 바코드’라 해석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QR코드 사용이 문제없다는 한 언론보도의 자료를 중앙선관위가 제공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논란의 단초가 됐다.
 
▲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에 1차원 바코드 사용을 규정한 공직선거법과 달리 ‘QR코드는 바코드의 한 형태다’고 주장하며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해외 국가들이 전자선거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사전투표용지의 QR코드 생성과정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은 공명선거쟁취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8일 중앙선관위 청사 앞에서 개최한 ‘QR코드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 모습 [사진=공명선거쟁취총연합회]
  
해당 언론은 한 시민단체 회원이 중앙선거관위원장을 상대로 “QR코드가 부여된 사전투표용지는 선거인을 추정할 수 있는 표시하고 있고 중앙선관위는 QR코드 변환과정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제기한 ‘19대대통령선거무효소송’의 대법원 판결문을 기사의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사전투표의 경우 바코드로 일련번호를 표시한 투표용지를 사용해야 하고 그 일련번호 떼지 않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피고의 선거사무 관리·집행에 어떠한 규정 위반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QR코드 사용의 적법성과 관련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지만 대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는 이유만으로 QR코드 사용을 적법하다하는 것은 논점을 흐려 사실을 왜곡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공보실 관계자는 “우리가 해당 언론사에 대법원 판결문을 해석해 준 것은 아니라 판결문과 설명 자료를 제공했을 뿐이다”며 “설명자료는 전반적인 사전투표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다만 중앙선관위는 QR코드를 공직선거법 상의 바코드로 보고 있다”며 “설명 과정이나 자료에 그 내용이 있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선 사과하더니 뒤 돌아선 잘못 없다…유권해석 입법우선주의 원칙 무시한 선관위
 
시민단체들의 거듭된 지적에도 끊임없이 QR코드가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중앙선관위의 태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많다. 법 해석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는 지난 2018년 ‘QR코드 사용은 현행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는 입법해석을 내린바 있다. 유권해석은 입법·행정·사법 해석으로 구분된다. 어떤 해석이든지 입법취지를 벗어나 해석할 수 없는 만큼 유권해석 중 입법해석이 최우선의 구속력을 갖는다는 것이 법 해석의 원칙이다.
 
법제처의 ‘법령입안·심사기준’을 보면 법령의 특정 조항에 대한 해석을 하는 경우 ‘정의규정은 해석지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의규정은 입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입법적 해석의 기능을 한다’고 밝히고 있어 입법해석이 법령해석에 있어 가장 큰 효력을 미친다고 해석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51조 6항의 내용 중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를 말한다)’에서 괄호 안의 규정이 정의규정이다.
 
▲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국회에서 ‘QR코드 사용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중앙선관위에 자구수정 등 시정요구서를 발부했다. 사진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현장 ⓒ스카이데일리
  
지난 2006년 고려대 법대 정영환 교수(전 판사)팀 역시 법제처 용역사업으로 수행한 ‘정부유권해석제도의 정착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운영에 대한 연구’의 최종보고서를 통해 “입법해석은 행정기관이나 사법기관을 모두 구속하는 효력을 가진다”며 “입법해석은 가장 강력한 유권해석이며, 최종적 유권해석으로서의 성질도 갖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해 8월 ‘2017회계연도 중앙선관리위원회 소관 세입·세출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행 공직선거법제 151조는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발급기를 이용해 인쇄하는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바코드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법문에서는 바코드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 모양의 기호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는 각종선거의 사전투표지에 막대모양의 바코드가 아닌 QR코드를 인쇄해 선거명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며 “이는 공직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코드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과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불필요한 의문제기를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법 위반소지가 있는 QR코드 활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필요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당시 박영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당시 사무차장)도 불법성을 인정함에 따라 중앙선관위에 자구수정 등 시정요구서를 발부했다. QR코드 사용의 불법성이 확인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지난해 8월 바코드의 형태를 ‘막대 모양의 기호’에서 ‘기호’로 수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선 ‘QR코드 사용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이후 대법원 판결을 왜곡해 ‘QR사용은 적법하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중앙선관위는 법 해석에서 있어 우선적인 효력을 가진 입법해석은 무시한 채 사법해석도 없이 논점을 흐려 QR코드 사용이 마치 합법인양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해 행안위가 중앙선관위에 QR코드 관련조항의 법 개정을 요구할 만큼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국회 권고는 무시한 채 대법원의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다”며 “자신의 입맛에 따라 해석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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