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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계륵(鷄肋) 신세 된 김영란법 단상(斷想)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14 09:14:20

 
▲ 이동호 변호사
/‘수산업자 게이트’로 김영란법 다시 부각
/이 법이 뇌물 수사를 쉽게 해줄 지 주목
/일부 규정 불확실하고 복잡한 것이 문제
/선물 가격 지나친 제한도 부작용만 유발
/과태료 폐지·공기관 자율규제로 전환해야
 
소위 ‘수산업자 게이트’라는 것이 터졌다. 자칭 수산업자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사업가가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수사 과정에서 엄청난 로비 증거가 나온 것이다. 명단을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인데, 현직 부장검사와 경찰서장은 물론이고 유명 언론인에 박영수 특별검사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름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장검사와 경찰서장에게 100만원 넘는 현금이 건너간 사실이 드러나서 소위 ‘김영란법’ 위반 여부가 문제되었지만 수천만원대 고가의 선물이 건네진 사실도 드러나자 이제는 뇌물인지 여부로 수사가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박영수 특검의 경우도 포르쉐 승용차를 빌려 쓰고 나중에 렌트비로 250만원을 건넸다고 실토했지만 포르쉐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경우도 과메기, 대게 같은 선물을 수차례 받았다는데 선물이 여러 번이어서 역시 뇌물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건에서 공통점은 하나같이 김영란법 위반에서 출발하여 뇌물죄 여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금품의 경우 한 번에 100만원을 초과하거나 1년을 통산해서 300만원을 초과해서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기소가 가능하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아주 편한데 공직자에게 금품이 건너간 증거만 확보되면 일단 김영란법 위반으로 정식 입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건을 하고 나면 정식 수사 활동이 가능해서 금품 주고 받은 이들의 금융계좌나 주거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금품 준 사람을 소환해서 조사를 하다보면 이번 수산업자 사건처럼 더 큰 돈이나 고가의 선물이 오간 사실을 찾아 낼 수 있고,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까지 입증되면 대형 뇌물사건으로 대박이 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없던 시절이라면 공직자에게 거액의 금품이 흘러간 사실이 포착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부분이 어느 정도 밝혀지지 않으면 입건이 어려웠다. 그래서 입건 전에 내사(內査)라고 해서 은밀하게 조사 활동을 하는데 세상에 비밀이 없다고 이런 사실이 당사자들의 귀에 들어가는 수가 있었다. 그럼 이때부터 내사를 무마하기 위한 작업이 들어가서 경찰, 검찰 출신의 전관 변호사가 투입되고 내사 단계에서 수사를 무마시키면 두둑한 성공 보수가 오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김영란법 덕택으로 뇌물 사건이 중도에 묻히기에는 정말 힘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김영란법이 뇌물죄를 덮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박영수 특검이 포르쉐 대여료로 250만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중인데 1년을 통산해서 300만원 이내의 금품만 오간 경우에는 형사 처벌은 안 되고 과태료로만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더 이상 확대되지만 않는다면 과태료 선에서 뇌물죄 꼬리를 잘라내는 용도로 악용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진실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뇌물로 단정해서는 안 되겠지만 하여튼 김영란법이 뇌물 범죄 수사를 가볍게 출발시키는 용도로 잘 활용될지 아니면 꼬리 자르기로 악용될지가 이번 사건을 통해서 드러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관심이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필자가 김영란법에 대해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 법이 꽤 불편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식사·경조사비·선물에 있어서 일정 금액까지는 금품 제공을 허용해 주는 부분인데, 일반인이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법 조문은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이라고 되어 있는데 ‘부조’의 의미는 일반인들도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경우 어떤 상황이 이에 해당될지 법조인들도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주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설서를 찾아서 꼼꼼히 읽어보지 않고는 판단을 내리기가 만만치 않다. 국민권익위 홈페이지를 통해서 직접 질문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실효성도 매우 떨어진다. 질문을 올리고 답변까지 거의 한 달씩이나 걸리는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당장 써먹을 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예외가 인정되는 품목과 가액의 경우도 음식물 3만원, 경조사비 5만원, 화환·조화 10만원, 선물 5만원까지는 쉽게 파악이 된다. 그러나 10만원까지 허용되는 농수산물이나 농수산가공품 선물의 경우는 법 규정상으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기가 막힐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되어 있다.
 
김영란법만 봐서는 안 되고 시행령의 「별표 1」까지 봐야 하는데 별표에서는 우선 농수산물이란 것은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농산물 또는 수산물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어서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을 또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이 법에서는 다시 농산물의 경우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 제6호 가목의 농산물이라고 규정해서 그 법의 해당 조문을 찾으면 농업활동으로 생산되는 신물로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해서 대통령령을 또 찾아보게 하고 그 대통령령도 다시 해당 대통령령 제2조의 농업활동으로부터 생산되는 산물이라고 해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끝까지 찾아 가면 농산물이란 것은 결국 ‘농산물재배업·축산업·임업으로부터 생산되는 산물’이라는 것인데 그냥 김영란법에 그렇게 간단하게 써 놓으면 될 것을 굳이 다른 법과 규정을 여러 단계씩 찾아보게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다. 물론 법을 굳이 찾아보지 않고도 무엇이 농수산물인지는 상식선에서 판단이 가능하지만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하는 법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산물의 경우도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 제3조 제1호 가목의 따른 어업활동 및 같은 호 마목에 따른 양식업 활동으로 생산되는 산물로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해서 다른 법의 대통령령까지 확인하게 하고 있다. 이 역시 결론은 어업·어획물운반업·수산물가공업·수산물유통업·양식업 활동으로 생산되는 산물이 수산물이라는 것인데 왜 그렇게 인용을 거듭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농수산가공품의 경우도 ‘농수산물을 원료 또는 재료의 50%를 넘게 사용하여 가공한 제품만 해당’된다고 해서 일일이 성분 비율까지 확인을 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결국 제조사가 제품 포장에 ‘김영란법의 농수산가공품에 해당된다’고 표시해 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편함뿐 아니라 부작용도 있다. 어려운 농수산업계를 도와야 한다고 올 해 설 기간에 한해서 농수산물 가액 한도를 한시적으로 20만원으로 올렸는데 이번 추석에도 그렇고 계속 이런 식으로 명절 때마다 한도 상향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이렇게 자주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입법자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그 원인은 법으로 정하기에는 너무 미세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이상 법에서는 가액 한도를 폐지하고 공공기관의 자율 규제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법 위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 이상 금품 제공자에 대한 과태료 규정도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해당 공직자에게 반환 의무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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