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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어 국민들의 원성을 샀던 민주노총이 원주에서 또 대규모 집회 개최를 강행했다. 원주 시민과 자영업자 사이에선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민주노총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인데…민주노총, 원주서 또 대규모 집회 강행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3일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앞에서 콜센터 직원들의 직고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방역당국이 대규모 집회 자체를 요청하고 나섰고, 원주시도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집회에 대해선 4단계 수준을 적용해 1인 시위 외에 모든 집회를 전면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민주노총 노조원들은 오전부터 집회 장소인 건보공단 인근 공터로 향했다. 원주 집회에는 800여명의 노조원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이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입구를 중심으로 버스를 둘러싸고 철제 팬스를 설치하는 등 통제에 나섰다.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설치한 철조망을 흔들며 곳곳에서 경찰과 갈등을 빚었다.
노조원들은 얼굴 가리개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거리두기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집회에 참석한 일부 노조원들은 경찰의 통제를 피해 산을 타고 건보공단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는 고객센터를 공단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정부는 최소한의 자기 역할을 수행하고, 공단이 직접 대화에 나서 직접고용과 직영화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회 장소 인근에선 일부 건보 직원들이 민주노총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정 채용’을 강조하는 펼침막도 목격됐다. 해당 펼침막에는 국민보험공단 직원은 눈물겨운 노력으로 입사하였습니다, 노력으로 이룬 자 아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전국민에 열린 일자리 기회 공정의 시작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집회를 강행하자 지속적으로 해산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다른 노조원들이 추가로 집회에 합류하는 것을 막았다. 앞서 강원경찰청은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원주경찰청은 “원주시의 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불법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고 법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다”며 “불법행위에 대해 면밀한 채증으로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처리 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성명문을 발표해 “원주시의 이번 집회 금지는 국민의 집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위법 행정이다”며 “어떠한 소통도 없이 추진되는 불통 행정이며 인권위 구제 신청 등 모든 가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의 집회는 시작 3시간여 만인 오후 4시 20분이 지나서 해산하기 시작했다.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큰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고성과 실랑이가 이어졌다. 삼엄한 경계 태세 속에 통행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민·소상공인 피해 아랑곳…영업중단에 교통불편까지 “민주노총 규탄”
민주노총의 집회 강행에 시민과 상인들은 하나같이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게 매출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규모 집회로 인한 확진자까지 발생하면 생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왔다.
건보공단 근처에 위치한 한 음식점은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가게 문은 열어놨지만 영업은 하지 않고 있었다. 기자가 영업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음식점 주인은 말없이 가게 밖 민주노총 노조원들을 가리켰다.
음식점 주인은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도 잘 안 되는데 오늘 이렇게 대규모 시위가 이뤄지니 장사를 하란 건지 말란 건지 모르겠다”며 “오늘 집회로 인해 대규모 유행이라도 터지면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비단 영업을 중단한 가게는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 시위 현장 근처에 위치한 가게를 돌아다녀 본 결과 영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은 가게들이 여럿 목격됐다. 거리에는 경찰 병력만 지나다닐 뿐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원주 택시기사 박모씨는 “원주 시민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민주노총은 굳이 지금처럼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콜센터 직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피해까지 준다고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꼬집었다.
원주 시내 일대에선 교통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경찰이 아예 건보공단 인근으로 집회 참가자가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원주 시내 일대 곳곳에서 진을 치고 집회 참가 차량을 돌려보낸 탓이다. 이날 경찰은 22개 중대 1700여명의 병력을 투입, 공단으로 이어지는 길목 등 5곳과 고속도로 나들목 3곳에 검문소를 운영했다.
한 시민은 경찰 통제 구역에 자동차를 세워 놨는데 경찰 병력이 가로막고 있어 지나갈 수가 없다며 경찰을 향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원주 혁신도시 상인회가 집회 반대 서명 운동을 하기도 했다. 고재윤(55) 상인회 부회장은 “건보 집회가 수 차례 이어지면서 상인들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며 “많은 회원이 오늘 집회를 반대하며 1인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원주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7일 강원 원주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민주노총 원주 시위가 있었던 23일 6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25일 2명에서 26일 9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27일 오전에만 6명이 추가 확진됐는데, 이들 중 3명은 감염원이 불명확한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대규모 시위로 인한 확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여름에는 마스크를 쓰더라도 답답해서 벗을 수 있고 시원한 곳으로 모이기 때문에 시위로 인한 코로나19 확진 위험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시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부는 일주일 내 철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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