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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법조일원화 시행 앞둔 대법원의 위기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08 09:22:47

 
▲ 이동호 변호사
/판사 임용시 법조 경력 10년 요구는 무리
/지원자 부족으로 당장 법관 수급 차질 예상
/대법원, 제도 도입시 의견 제출 않고 방임
/이제 와 5년 단축 입법 냈으나 이마저 부결
/재추진 하려면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해야
 
8월 31일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단 4표가 부족해 부결되고 말았다. 법관은 원래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마친 사람 중에서 사실상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했는데 사회 경험 없이 공부만 잘했다고 판사가 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하에 2013년부터 법조일원화가 추진됐다. 법조일원화는 사회 경험과 연륜을 갖춘 판사가 재판을 할 수 있도록 10년 경력 이상의 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자는 제도인데 당장 시행은 어려워서 단계적으로 3년 이상, 5년 이상, 7년 이상 경력자로 좁히다가 마침내 내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 변호사 중에서 선발하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시행해보니 10년 이상 장기 경력의 변호사들이 좀처럼 판사직에 지원을 하지 않아서 최근 몇 년 동안 정원만큼 판사를 뽑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대로 시행하다가는 자칫 법관 부족으로 재판이 지연 되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가기 때문에 경력 연수를 5년으로 확 낮추는 법안이 제출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른 의원도 아닌 판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법안 저지에 적극 나선 결과 부결되고 만 것이다.
 
법조일원화는 사회 경험 없이 공부만 잘했다고 곧바로 판사가 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 하에 추진됐던 것인데 그럼 외국은 어떤가. 우리나라처럼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나라가 미국, 영국, 일본인데 사법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체 주의 과반인 29개 주에서 최소 5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고 이 중에 특히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 뉴욕 등 8개 주는 10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 1심 법원은 5년, 고등법원은 7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고 일본도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 비슷한 시스템의 국가들이 법조일원화를 실행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자는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10년 이상 장기 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생각이 든다.그 이유는 이미 언론에도 보도가 됐는데 보수의 격차를 지적하는 내용 위주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꼭 보수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 같은 법조인이지만 판사와 변호사는 소위 ‘업’의 본질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판사는 사무실에 앉아서 당사자들이 제출한 서면을 꼼꼼히 읽고 법리와 판례를 검토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해서 연구자 같은 자세가 요구되지만 사건 수임을 위한 활동은 필요가 없다. 그러나 변호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적인 자세도 필요하지만 사건 자체를 수임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영업이나 홍보 활동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소위 잘나갔던 전관 출신이나 대형 로펌의 변호사라고 해도 쉬지 않고 사람을 만나서 자기를 알리고 방송 출연, 언론 기고, 저술, 강연, 블로그 운영 같은 홍보 활동을 활발히 한다. 동창회 같은 모임에도 얼굴을 안 비출 수가 없다. 매우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이런 생활이 물론 힘들기도 하지만 이미 10년 넘게 익숙해진 입장에서는 시켜준다고 해도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기록과 씨름해야 하는 판사직에 엄두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 그리고 5년차 정도까지는 사건 수임을 안 해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소위 ‘어쏘시에트’ 변호사로 지낼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자기도 사건 수임을 해야 하는 ‘파트너’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10년 이상 경력이 쌓이면 자기 고객이 생기고 끝까지 책임져야 할 사건과 전담 직원도 생긴다. 그런데 판사로 선발되면 이 모든 것을 짧은 시간 안에 정리해야 하므로 의뢰인에게 엄청난 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 법관 임용을 내다보고 미리부터 사건을 안 받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다가 선발에서 탈락하면 그동안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조직이 뒤처리를 맡아 줄 수 있는 대형 로펌이나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 국선변호인들이 아무래도 지원하기 편한데 그렇다고 이들 위주로만 뽑으면 다양한 경험의 변호사로 법관을 충원하자는 법조일원화 취지에 반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민폐와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판사가 되려는 변호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판사 수급에만 급급해서 이들을 모두 선발할 수는 없는데 변호사의 재판 역량이 같은 연차의 법관 역량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판사에 비해 열등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판사만큼 많고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변호사들이 법관 업무에 익숙해져서 10년 경력 판사만큼 사건을 처리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그로인해 재판이 지연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가 보기에는 딱 5년 정도면 적당할 경력을 10년씩 장기간 설정했던 것은 상당히 무리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데 법원은 이런 무리한 법조일원화 계획에 대해 왜 처음부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래서 법조일원화를 결정했던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활동결과보고서를 찾아보게 됐다. 지금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이주영 의원의 법조 경력 15년 이상, 여상규 의원의 경력 10년 이상의 두 안을 놓고 논의했는데 국회와 대법원에서 각각 공청회가 열렸었다. 놀라운 것은 이 사안에 대한 교수나 변호사협회의 의견은 기록되어 있지만 당사자인 대법원의 입장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연구관(소위 로클럭) 도입과 상고심 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대법원 발표안이 기록되어 있는데 법조일원화에 대해 기록이 없다는 것은 대법원이 이 중요한 사안에 입장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기 조직의 재생산에 대해서 정치권이 하자는 대로 따라갔다는 점에서 그 당시 대법원의 안일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문제는 지금의 김명수 대법원이다. 그동안 공청회 한 번 없다가 시간표가 코앞에 다가오자 부랴부랴 국회의원 몇 명 섭외해서 개정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러니 누구보다 법원 사정을 잘 아는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에게 저격을 당해 버리고 말았다. 이탄희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사법기득권에 경고”, “김명수의 김앤장 판사 독식법, 4표차 부결”, “본회의 부결, 김앤장 공화국에 대한 경고장”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판사 선발 시 필기시험 없애고 판사 선발에 시민단체도 참여시켜야 한다면서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사법 개혁의 아이콘처럼 떠오른 이탄희 의원의 이런 주장은 매우 거칠다. 하지만 법조일원화 시행을 코앞에 두고 별다른 공론화 노력 없이 이를 뒤집으려 했던 김명수 대법원의 안일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법원은 법률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책임자인 대법원장의 거취 표명 없이 어떻게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미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 방임으로 퇴진 압력을 받았는데 이젠 사퇴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것이 법안 통과를 위한 결자해지의 자세라고 본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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