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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열풍이 뜨겁다. 넷플릭스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중국에서도 ‘오징어게임’ 신드롬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정부의 공식 법적 조치는 아니지만 2016년부터 ‘한한령(한류 금지)’으로 사실상 한국 콘텐츠 수출입이 금지됐었다. 얼마 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연예계 규제가 중국 내 한국 연예인들에게도 적용되기도 했다.
이번 오징어게임 열풍은 수년간 지속되는 중국 정부의 한류 때리기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오징어게임 불법 유통 논란에 이어 드라마 관련 ‘굿즈’까지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은 한류 콘텐츠 유통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불합리성과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금 ‘오징어앓이’ 중…“中 드라마는 절대 흉내 못해는 걸작” 호평
넷플릭스는 지난달 17일부터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드라마 공식방영을 시작했다.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는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구슬로 홀짝 게임’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등 한국에서는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 쯤 경험해본 놀이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징어게임은 미국 등 해외에서 인기 드라마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세계 각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9월 인기 드라마 순위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이 1위를 차지했다. CNN, BBC,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통신, 뉴욕타임스 등 전 세계 외신들에서 오징어게임 관련 뉴스가 등장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열풍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금지된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영화 리뷰 플랫폼인 더우반(豆瓣)에서 오징어게임은 실시간 영화·드라마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대표적 온라인 사이트 웨이보(微博)에서는 ‘오징어게임’ 해시태그(#)의 누적 조회 수가 18억건 넘었다. 중국의 네이버 바이두(百度)는 물론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즈쉰 등에서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요 소개가 등록되기도 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틱톡(TikTok)에는 ‘오징어게임’을 검색하면 수억개의 댓글과 움짤(움직이는짤방)이 올라와 있다. 드라마에 나온 설탕 뽑기를 해보는 리뷰 영상이 올라오기도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패러디한 영상도 상당수다. 뿐만 아니라 14억 인구가 이용하는 영상매체 YouKu에서는 수많은 드라마 리뷰 동영상이 등록돼 있다.
중국 네티즌들이 올린 온라인 댓글의 반응도 뜨겁다. “이 영화 너무 좋아요” “완주 했어요” “완전 자극 완전 공포” “대박 연기, 내용도 압권이다” “중국 드라마는 감히 흉내도 못 낸다” “인간의 도박성과 인간의 본성을 깊이 파헤친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K-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돈 쓸어 담는 중국 공장들
문제는 넷플릭스는 물론 유튜브(YouTube) 등 접속 자체를 막고 있는 중국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어떻게 유통되는 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영상은 속칭 ‘어두운 경로’라 불리는 불법다운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부터 제출받아 2일 공개한 최근 5년간 국산 지식재산권(IP) 콘텐츠 불법 유통 적발 건수 현황에 따르면 중국은 전체 적발 건수 41만여건 중 8만5000여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 바이두에 ‘오징어게임(鱿鱼游戏) 온라인 시청’을 검색하면 시청 가능한 수많은 불법 사이트가 줄줄이 나온다. 여기서 몇몇 사이트에 들어가면 전편 시청이 가능한 링크가 나오며 클릭만 하면 드라마 전체를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합법적인 동영상 매체 사이트이자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爱奇艺), 텅쉰(通讯)에는 전체 분량은 아니어도 각 편마다 짧은 소개영상이 올라와있다.
게다가 중국 조선족 링크모임 사이트인 뚜지자(Dujiza)에 있는 티비나라, 고구마티비 등에서는 ‘오징어게임’ 드라마 전체 시청이 가능하다. 이 사이트에선 한국의 최신 영화와 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를 중국어 자막과 함께 볼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자유자재로 시청 가능하다는 점이다.
중국 내 한국 콘텐츠 불법 유통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류문화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 구매를 통한 시청이 가능하더라도 중국어 자막은 제공되지 않는데도 불법유통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특히 최근 중국인들의 한류 사랑은 온라인 밖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요즘 중화권 내에서는 오징어게임 관련 굿즈(기획 상품) 판매가 한창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히트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돈을 벌려는 중국 공장들이 국내외 소비자들을 상대로 관련 상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매체 마더십은 1일 “중국의 의류업체들이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경비원 복장을 한 벌당 22달러(약2만6000원) 미만에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 쇼핑앱 타오바오(淘宝)에서 ‘오징어게임’을 검색하면 ‘초록색 체육복’과 ‘달고나 뽑기 키트’ 등의 상품이 등장한다. 초록색 체육복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456번 등 고유 번호가 적혀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에서 456명의 참가자들을 감시하는 관리자들의 경비원 복장과 가면까지 세트로 판매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오징어게임을 통해 재점화되는 중국의 콘텐츠 불법유통 문제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5일 페이스북에 “한 가지 큰 문제는 중국에서 또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고 있다”며 “심지어 쇼핑앱에서는 드라마 때문에 유명해진 초록색 체육복을 이정재 씨의 사진까지 무단으로 이용해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행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으니 중국이 큰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아시아의 문화 주도권이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강한 두려움의 발로다”며 “중국 누리꾼들은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존중부터 배워야만 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서 교수의 해당 게시글은 중국 관영매체가 서 교수의 글을 문제 삼은 이후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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