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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서로 닮아가는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노선
마치 짜 맞춘 듯 정책의 방향성 흡사
정권이 처한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여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0-25 10:30:31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는 중국과 일본을 지척에 두고 살아야 한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처세를 잘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추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한쪽에 지나치게 기울다 보면 이익보다 손해가 더 커짐이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태생적으로 강대국들이 서로 융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간에서 충분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판세를 만드는 것도 그리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중국과 일본은 서로의 야심을 숨기면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친중(親中)·반일(反日)이라는 이념적 스펙트럼에 갇혀 오히려 불이익을 자초하고 있다. 중국에 집착하다 보니 업신여기는 꼴을 당해야 하고, 일본에는 등을 돌리다 보니 무시당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세계는 빠르게 앞을 향해 나가고 있는데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의 장래, 특히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역사의 큰 전환점에서 국가 경영에 관한 사고와 철학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다.
 
1970년대 말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서 한·중·일 3국 간의 협력 물꼬도 급물살을 탔다. 한때는 약 20년을 주기로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고, 중국이 한국을 따라온다는 말이 시중에 회자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상호보완적 경제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더 정확하게 평가하면 한국은 열심히 일본을 베끼고, 중국은 한국을 베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전부터 이런 상황이 더는 유효하지 않고, 이런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정보가 실시간으로 교류되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동질화되고, 중국과 한국이 일본보다 선행하고 있는 부분도 많아지고 있어 이러한 비교가 무의미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 측면에서도 상호경쟁적 관계로 바뀌어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을 능가하고 있는 부문도 점점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처지에서 보면 시장으로서의 중국의 가치는 감소하고, 경쟁자로서 중국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글로벌 질서나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더 노골화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 집권 세력들이 이념적으로 중국에 편향되는 모습이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586으로 지칭되는 운동권이 정권의 핵심에 포진하면서 그들이 한동안 탐닉했던 냉전 시대의 이론과 사상에 올무가 되고 있다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덩달아 중국에 경사가 돼 있는 지식인들이나 경제인들이 실세로 부상하거나 중국 편에 서는 것을 부추기는 촌극까지 벌어진다. 
 
문제는 이들이 균형적 감각을 잃고 흑백 논리에 치우쳐 현실 진단을 왜곡시키고 있는 점이다. 미국으로부터는 전통적 우방에 대한 회의론을 자극하고, 일본과는 관계가 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묘수라고 항변하지만, 과연 그런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도리어 국가의 위상이나 이익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판이다.
 
사회주의식 국가주의 망령은 도리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경기침체로 귀착될 공산 커
 
중국과 가까워지다 보니 서로 닮아가는 이상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식 사회주의 바이러스가 우리 내부에 침투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다. 경제적 약자 편을 든다면서 시장의 기능을 외면하고 국가의 개입을 늘리는 추세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국가의 통제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 또한 유사하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면서 사기를 떨어뜨리고 투자 의욕을 위축시킨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위적 정부의 간섭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건전성이 크게 손상되고 있다. 심지어 토지 공개념까지 대두된다. 단지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내리막을 타고 한국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시장의 실패로 간주하면서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소득이나 자산의 불평등을 자본주의의 극단적 폐해라고 단정하면서 근본적 체제 전환이 없이는 이를 근절할 수 없다는 사회주의적 인식에서 기초한다. 최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마구잡이 퍼주기식의 정치 포퓰리즘 행태가 성행하는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다. 이제는 기본소득제 발상까지 도마 위에 오른다.
 
시진핑의 장기집권 포석을 깔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무리수가 기승을 부린다. 우리의 소득주도성장과 비슷한 ‘공동부유’를 들고나왔다. 빈부·도농·지역 등 고질적 3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되기는 한다. 한편으론 체제의 근간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민간 기업에 빗장을 친다. 문어발 플랫폼 경영을 하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손보기가 점입가경이다. 세수 확대를 위한 증세가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부자 증세의 일환인 소득세·부동산세·재산세·소비세 도입이 그 내용이다. 또한 공동부유 1차 분배인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보험 상향 조정을 단행했다. 얼핏 선한 정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의도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작용은 벌써 감지된다. 부동산 침체와 전력난이 주원인이긴 하지만 3분기 성장률이 4.9%로 떨어지면서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 중국이 건설 중이라는 요란한 캠페인으로 전개된 개발 붐의 후유증이 심각하게 불거진다. 공급과잉에 미분양 주택 3000만 채, 빈집 1억 채로 유령마을까지 등장했다.
 
시장경제 혹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시정하기 위한 한국이나 중국 정부의 정책 노선이 마치 짜 맞춘 듯이 흡사하다. 양국 정권이 처한 정치적 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솔깃한 처방 같지만 그만큼 대가를 내야 한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경기를 하강시키는 결과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그 어떤 나라도 이런 실험을 통해서 성공한 전례가 아직은 없다. 국가주의의 망령이 시장을 망치고 함께 못사는 나라로 모는 일종의 정책 배신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두 개의 신규 거대 경제블록이 있다. 하나는 일본 주도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다. 후자는 2022년 1월 발효 예정이지만 전자는 2018년 12월 30일 이미 발효됐다. 대만의 CPTPP 가입이 임박해지면서 중국도 신청서를 냈다.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신규 가입이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해 반대 의사를 보이는 일본이나 호주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중국의 가입은 불확실하다. 지난 8년간 미적대던 우리 정부가 CPTPP에 가입을 서두르면서 이것마저도 중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인가 하는 핀잔을 들어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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