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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하라는 딸 아이 말에 도전…피나는 노력 끝에 즐길 수 있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3년이다. 우리나라의 법제화된 정년 나이는 60세지만 실제로는 더 이른 나이에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세~64세 취업 유경험자가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근속 기간은 평균 15년 2개월로 집계됐다.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나이는 평균 49.3세였다.
은퇴는 50세 이전에 하지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0.0%에서 2017년 30.9%, 2020년 36.9% 등으로 상승했다. 특히 65~69세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9.9%에서 2017년 42.2%, 2020년 55.1%로 크게 올랐다. 제 2의 직업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 방송국에서 일했던 강호식(65) 씨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가 제2의 직업으로 선택한 일은 이름도 생소한 드론 축구 선수다.
“퇴직 후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딴 후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했죠. 하루는 단지 내에 소나무가 많아 바라보던 중 이 나무를 소독하는 일에 드론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계기가 됐어요.”
강 씨는 평일에는 근무하고 주말에는 드론 학원에서 드론 자격증 공부를 했다. 드론 공부를 하다 욕심이 생긴 강 씨는 드론 지도 조종자 자격증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드론 지도 조종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비행시간 100시간이 필요했다.
주말에만 비행시간을 채우기 힘들다고 판단한 강 씨는 관리소장을 그만두고 드론에 남은 인생을 쓰기로 했다. 고정적인 수입을 포기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반대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는 딸의 한 마디에 용기를 얻었다.
드론 학원에는 8명이 있었는데 그중에 강 씨는 최고령자였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학원에서 수강생 중 떨어질 확률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사람 역시 강 씨였다고 한다. 그러나 강 씨는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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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물론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부족한 것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관련 기관에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강사 역량을 교육하는 강의를 닥치는 대로 들었다. 즐기기도 했지만 피나는 노력도 동반됐다. 본격적으로 그가 드론 축구 선수가 된 것은 동호회 회원들과 드론 강사로 일하던 때였다.
“단순히 드론을 조종하는 것만으로는 금방 싫증을 내기 마련이죠.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드론 축구단을 창단하고 전국 드론 축구 대회에 출전했죠. 게임 요소를 가미하니까 재미도 있고 집중력, 인지 능력 등이 향상되는 효과도 있어 만족해요.”
일반인들에게 드론 축구 선수란 직업은 생소하다. 그러나 시장은 적지 않다. 현재 전 세계에 250개 드론 축구 구단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연 25회 정도의 드론 축구 게임이 이뤄지고 있다. 2025년에는 전주에서 세계 드론 축구 월드컵을 개최할 계획이다. 더 상업성이 있는 종목으로 바꾸기 위해 방송 중계에 맞는 룰 변경과 스폰서 유치도 검토 중이다.
현재 강 씨는 드론 조종 강사, 드론 축구 강사, 드론 축구 교실 운영 요원·심판 등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지금 수입은 이전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지만 드론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수익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는 노후에 선택한 이색 직업에 대해 큰 만족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배운 것을 나누는 데서 오는 기쁨이 상당해요. 젊은 친구들, 아이들과 어울리며 세대 공감 능력이 높아졌어요.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취감, 자존감도 높아졌죠. ‘꼰대’ 소리 안 듣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해요.”
은퇴 후 법무사 시험 도전…“사회 경험·인맥 있는 시니어들에게 더 알맞아”
은퇴 후 직업으로 전문직을 선택하는 경우는 공인중개사를 제외하고는 흔치 않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법무사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사는 타인의 위임을 통해 부동산, 상업 등기처리, 소장, 가압류 신청, 경미 신청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법률 전문가다. 고소 고발장 작성, 가사 사건, 비송사건 등을 처리하며 법원과 검찰 관련 업무 대행 등의 업무도 한다.
이런 전문직임에도 법무사 자격시험에 제한이 없다. 50대 이상 응시율이 높다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객관식 필기시험으로 진행되는 1차 시험과 주관식 필기시험으로 진행되는 2차 시험에 합격하면 법무사로 근무할 수 있다.
법무사 사무소 개업 10년째를 앞둔 오경순 씨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법무사에 도전했다. 국내 유명 대기업에 재직하던 오 씨는 직장 생활이 지치고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조금 더 자기 주도적인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50살의 나이에 퇴직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처럼 공인중개사를 생각했다. 그러던 중 법무사란 직업이 오 씨의 눈에 들어왔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다니던 직장에서 법에 관련된 일을 한 것도 아니지만 오 씨는 과감하게 도전했다.
처음에는 법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민법, 형법, 헌법 등을 공부했다. 2년 동안 꾸준히 공부한 결과 6개월 만에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년 만에 2차 시험에 합격해 법무사 사무실을 열었다.
처음에는 지인과 우연히 사무실을 발견하고 찾아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인맥도 도움이 됐다. 일을 잘 처리하고 나니 사람이 사람을 물어오는 형태가 됐다. 3년 정도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 자신감이 붙자 법인을 상대로 하는 업무도 시작했다. 오 씨는 법무사가 젊은이들보다 은퇴 후에 제2의 인생을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메리트가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법무사 일을 하는 데에 인생의 이런저런 경험이 있는 것이 더 도움이 돼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아 온 인맥을 활용할 일도 많기 때문에 공부만 하다가 자격증 따고 시작하는 젊은층은 오히려 헤매는 경우가 많죠”
오 법무사가 밝힌 법무사의 수익은 대기업에 근무할 때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일을 더 많이 하면 더 벌수도 있지만 주말에 일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는 등 ‘워라밸’을 챙기면서도 생활을 유지하고 어느 정도 저축할 수준의 수익은 얻을 수 있다. 전문직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시험공부는 어렵지만 되기만 하면 정말 좋은 직업이에요. 본인이 학창시절 공부를 어느 정도 했고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했다면 크게 어렵지 않죠. 알려진 자격증에만 도전하는 것 보단 좀 더 생소한 자격증에도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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