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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

미처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 당신을 살리고 있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04 10:12:35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어느날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물건이 발송인 불명으로 배달돼 온다. ‘아무개 씨죠? 수취인 싸인 부탁합니다.’ 그렇게 해서 펼쳐진 상자 안에 그 물건이 들어있다면, 당신은 아마 맨 먼저 고개를 들어 허공을 올려다보지 않을까. ‘아, 감사합니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절박하지만 나에게는 없는 것’, 이라고 치부했던 ‘그것’의 실체가 예기치 않게 품안에 들어온 경험이 있는가. ‘그것’은 좀체로 당신과 인연 되지 않았고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없는 것’ 취급하면서도 내심 갈급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돈이나 사랑 혹은, 명예’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물론, 저 세 가지 품목도 중요하긴 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결정적인 게 있다. 이번 생을 살면서 ‘돈, 명예, 사랑’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니.
 
단언컨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당신의 생사와 직결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의 존재 유무를 그다지 비중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굳이 애써 찾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것의 해답을 보여줘도 언뜻 ‘이해가 안 될 수 있는’ 품목이라는 점이다.
 
해답을 보면서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그런데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수께끼 방식으로 풀어가보는 게 좋겠다. 이 내용은 일종의 심리게임이다. 더군다나 첫 문제는 어렵지 않다.
 
‘672’ ‘290’ ‘829’ ‘732’ ‘208’ ‘329’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찾았는가. 좋다. 가급적이면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낸 후, 다음 문제로 넘어갈 것을 권한다. 다음 문제는 이와 같다. ‘903’ ‘124’ ‘205’ ‘785’ ‘103’ ‘380’ 이 숫자들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생명의 은인들에 둘러싸인 당신 이야기
 
위 문제는 롤프 도벨리(Rolf Dobelli)라는 지식 경영인이 인용한 ‘눈뜬 장님의 오류’라는 게임이다. 위 문제 중 첫 번째 답은 ‘2’이고 두 번째 답은 ‘6’이다. 왜 2인지, 왜 6인지에 대해서는 당신이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답은 숫자의 공통점에서 찾으면 된다. 두 번째 답은 왜 6일까. 해답이 숫자 6인 이유를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잠깐 멈추자. 아직까지 찾고 있는 분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6’이라는 숫자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렸을까.
 
위 문제를 풀면서 느꼈듯이 당신은 자신이 인식하는 것, 자신이 아는 것을 기반으로 대상을 지각하는 데 익숙하다.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없는 것으로 보기 십상이다. 평화시에는 전쟁을 없는 것으로 알고, 건강할 때는 질병을 없는 것으로 본다.
 
노자는 ‘없음(無)의 효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든다. 수레바퀴의 바퀴살 한 복판은 반드시 비어 있는 공간이 있다. 거기는 그냥 텅 비어있다. 그런데, 그 ‘없음’이 바퀴를 굴린다. 이와 같은 ‘없음’이나 ‘멈춤’이 없으면 당신의 생존은 어떠할까.
 
한 시간쯤 고요히 앉아서 호흡을 유심히 살피면 ‘존재의 멈춤’이 있다. ‘멈춤’은 들숨이 몸에 들어와서 배 감각이 살짝 팽창했다가 다시 날숨이 시작되면서 수축감이 시작되는 그 찰라에 일어나는, 아주 미세한 사건이다. 이것은 우리 서해안의 해안선처럼 경사가 완만한 모래밭에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다가 다시 물러서는, 그 찰라의 ‘멈춤’과 같다. 정좌를 하고, 한 시간 정도 고요히 앉아서 집중하다보면 그 ‘멈춤’의 순간이 분명해진다. 들숨 끝과 날숨 시작 사이에 완전한 ‘멈춤’이거나 ‘없음’이 있다.
 
‘멈춤’이나 ‘없음’의 시공간은 당신의 의식에 잘 지각되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렇게 한 시간 씩이나 주저앉아서 소위 ‘자기관찰’이란 걸 해야만 겨우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도 하루 7 ~ 8 시간은 잠에 빠진다. ‘잠’의 특징 중 가장 현저한 것은 스스로 지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삶 속에서 대표적인 ‘멈춤’ 혹은 ‘없음’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하루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멈춤’과 ‘없음’의 덩어리가 수레바퀴의 빈 공간처럼 나라는 존재의 생명을 굴린다.
 
모든 생명 활동은 ‘없음’ 혹은 ‘멈춤’을 기반으로 한다. 달리는 차가 멈추지 못하는 것보다 더 치명적인 고장이 있을까. 백지라는 ‘없음’이 없으면 ‘문자’도 없다. 침묵이 없으면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들숨의 ‘멈춤’이 없으면 날숨이 없다. 양자역학은 더 노골적이다. 세상 모든 물체의 99.9999999 퍼센트가 빈 상태 즉, ‘없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신의 몸도 마찬가지. 우리가 없는 것 취급하는 데 거리낌 없는 공간을 빼고 나면 사람은 먼지 한톨 정도의 부피로 남는다고 한다.
 
사람의 지각 범위는 놀라울 정도로 제한적이다. 소리나 냄새는 강아지의 능력을 건너뛰지 못하고, 피부 감지 능력은 거의 모든 포유류과를 넘어서지 못한다. 눈은 독수리를 건너뛰지 못한다. 그럼에도 모든 동물계에서 겨우 내놓을 만한 것이 있다면 ‘생각하는 능력’이다.
 
사실은 그 ‘생각하는 능력’ 덕분에 당신은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올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로 마치려고 이러지?’ 하면서. 다음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재인용 문구다. “우리는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만 지각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호흡도 스스로 의식하면서 알아차리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없음’이나 ‘멈춤’이 없으면 당신은 존재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겨우 생존하는 데에만 특화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고, 생각하는 능력’에 지각되지 않는 것은 ‘없음’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뭔가. ‘없음’이나 ‘멈춤’은 당신이 절박하게 필요로 한 물건이 발송인 없이 배달돼 온 생명의 물건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들에 대해 덮어놓고 감사하는 것이 지혜다. 범사에 감사하라. 삶의 안팎에 실존하는 ‘없음’과 ‘멈춤’을 향하여! _()_
 

 [스카이데일리 기자 / sky_bini2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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