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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청와대 특활비 문제는 민주당 책임이다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06 11:33:30
▲ 이동호 변호사
/대통령 부인 옷값 관련 특수활동비 문제 또 터져
/정보공개소송 제기 시민단체는 지나친 정쟁 우려
/근본적 해결 위해 정쟁 자제하고 과거 돌아볼 필요
/지난 국회, 민주당이 특활비 개혁 입법에 솔선수범
/이번 국회, 과반수 넘는데 침묵한 민주당에 큰 책임
/여당 된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협의해 개혁방안 찾길
 
대통령 부인의 옷값 출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납세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가 청와대 특수활동비 중 대통령 부인의 의상 관련 비용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승소를 했는데 청와대가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물론 재판은 3심제가 원칙이니 1심에서 패소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고 청와대가 얼마든지 항소할 수 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도 공공기관이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8가지 비공개 사유를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가 주장하는 비공개 사유는 ‘외교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과 옷값은 이를 판매한 사업자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이라서 공개될 경우 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라고 한다. 이 주장이 타당한지는 항소심 법원이 잘 판단하겠지만 청와대가 대통령 본인도 아닌 부인 옷값에 외교 관계를 들먹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소송을 제기한 납세자연맹도 논란이 커진 것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권력 감시와 국민의 알권리 확보 차원에서 정파적 목적 없이 2015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특수활동비 폐지 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2018년에 일찌감치 정보공개소송을 냈던 것인데 이제와 너무 정파적으로 사태가 흘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이 간다. 정쟁의 소재가 돼버리면 말로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경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비서들이 소환되고 의상디자이너가 포토라인에 서서 톡톡히 망신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의상디자이너의 딸이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뉴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대중의 호기심이나 복수심은 분명 채워지겠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뒤로 밀릴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사실 문재인정부 출범 시에도 특수활동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컸다. 수사기관 외의 특수활동비는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핵심 인사 몇 명이 처벌된 후에는 대중의 기억에서 금방 잊혀져 버렸다. 제도적으로 어떻게 개선됐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다가 이제 또 특수활동비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그래서 또 다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에 어떤 시도가 있었는지부터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문 정부 초기에 특수활동비 관련 법률 개정 시도가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산비법률주의’를 택하고 있어서 특수활동비 등 예산 항목들이 법률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이란 내부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올해 발표된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문 정부가 출범하고 다음 해인 2018년 지침에서는 ‘외교·안보, 경호 등’이란 문구도 없었다. 그래서 국정수행에 직접 필요하다는 그럴싸한 명분만 만들면 외교·안보, 경호 말고 다른 분야에도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감사원의 감사는 받아야 한다. 그러나 빠져 나갈 구멍이 얼마든지 있다. 감사원 관련 규정(‘특수활동비 계산증명지침’)에는 사용처가 밝혀지면 목적 달성에 지장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지출한 증빙을 생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부처의 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증빙도 안 남기고 쓸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할 거 같다. 특수활동비 규모도 꽤 큰데 2018년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그해 청와대 특활비가 96억원, 국회는 62억원이 약간 넘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2017년 8월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일 먼저 내놨었다. 특수활동비를 아예 법률에 못 박아 국회 통제를 받게 하자는 것인데 국회 상임위원회가 공개를 요구하면 집행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썼는지를 국회가 사후 통제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2018년 민주당 추미애 당대표 등 91명 의원 명의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또 발의됐다. 이 안은 획기적인데 특수활동비 용도를 사건수사비, 안보활동비, 정보수집비 딱 세 가지로만 특정하고 예산도 용도별로 나눠서 편성하고 집행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었다. 
 
특수활동비 혜택을 제일 많이 볼 집권당이 당대표까지 나서 솔선수범 발의했다는 점에 의의가 컸다. 야당도 가세했는데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특수활동비 용도를 아예 정보수집과 사건수사 두 가지로만 제한하는 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용도는 종전처럼 열어주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최소한도로만 쓸 수 있다고 단서에 명시한 안을 대표 발의했었다.
 
물론 이 법안들에 대한 우려 의견도 있었다. 이 법안들에 대한 국회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원래 행정부가 재량으로 쓸 수 있게 해 준 예산인데 이를 국회에 공개되면 수사·정보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 스스로 특수활동비를 축소·폐지하거나 감사원 감사를 강화해서 정부 스스로 통제하게 하는 방향도 제시되어 있었다.
 
여하튼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적 호응도는 꽤 높았기 때문에 최소한 그 근거를 법률로 승격만 시켜도 특수활동비의 방만한 사용에 큰 경종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법안들은 논의만 몇 번 하고 통과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돼 버리고 말았다. 국회가 새로 출범하면 이전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 중에 의미 있는 것들이 다시 발의되는데 이 법안들은 다시 발의되지 못했다. 
 
이번 국회는 민주당 의석이 과반수니 민주당이 나서면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는데도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의 기억에서 이미 잊혔고 통제를 했을 때 제일 불편할 곳이 여당이니 그런 건가 하는 허탈함이 들 정도이다. 
 
결국 문 정부 끝 무렵에 특수활동비 문제가 다시 터지고 말았다.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제일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번 옷값 이슈가 지나친 정쟁이 되지 않게 하려면 민주당이 다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도 정쟁의 소재로 삼기보다는 민주당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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