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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보수단체의 집단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자택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맞불 집회’가 개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맞불집회는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 철회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시위를 하지 말라는 시위인 셈이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양산 욕설소음시위를 당장 중단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간의 갈등 조장을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보수 성향 유튜버들도 집회 현장에 나와 백 대표를 향해 욕설과 고함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보수 유튜버 일부를 직접 고소했고, 야권 의원들은 사저 앞 무단시위를 막기 위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권 역시 대통령실 앞 시위 제한을 위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를 두고 여·야 간 팽팽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는 개정안처럼 추상적 요건들이 조항에 포함될 경우 검찰 재량권이 강화돼 집회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사택·자택 앞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들은 바로 인근 주민이다. 한국의 팬덤 정치가 반대 진영에 대한 저주와 혐오 대상이 됐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직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때로 몰려가 집단 시위’ 퇴임 대통령 사택 수난사
역대 대통령들은 자택 앞 시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장 큰 시선을 끈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열린 구속 촉구 시위였다. 2017년 10월부터 넉 달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모여 결성한 ‘쥐를 잡자 특공대’가 매일 이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시위를 했다.
‘이명박 구속!’ ‘4자방비리재산 환수!’가 적힌 팻말을 세워놓고 1인 시위를 하는 이들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명박을 구속하고 비리재산 환수하라. 비리재산 환수하여 민의·복지 실현하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당시 시위 이유에 대해 시위 참여자는 “이명박은 사자방 비리를 통해 나라의 곳간을 개인의 사금고화 했으며 국정원 댓글, 블랙리스트, 기무사 여론조작을 통해 정치공작, 공안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라며 “임기 5년간 공기업 부채는 380조가 늘고 4대강은 ‘녹조 라떼’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환경이 오염됐다”라고 자신의 시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연예인, 심지어 일반인까지 사찰을 강행하고 블랙리스트라고 낙인찍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가로막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전까지 단식운동, 촛불집회, 기자회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던 자택 앞 시위에는 당시 민주당 일부 인사도 참여했다.
이 전 대통령 집 앞에는 한 60대 남성이 “영산강에서 직접 퍼왔다”라며 녹조 물을 대문 앞에 뿌리는 일도 불거졌다. 이 남성이 물을 부으며 “왜 (집 앞에) 태극기를 꽂고 있어. 일장기를 꽂아야지”라고 말하는 모습은 언론 보도가 될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사저 인근 집회와 시위는 많은 논란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2017년 3월12일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을 당시, 지지자들이 적게는 100명, 많게는 700여 명이 몰렸다. 길을 지나는 것도 힘들뿐더러 폭언과 욕설로 과격한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는 삼릉초등학교와 맞닿아 있다. 후문을 통해 통학하는 학생들은 사저를 지나치는 것이 불가피했는데, 3월 새 학기가 시작된 장소에서 초등학생들은 욕설과 고성에 시달려야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 당시에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노 전 대통령은 고향으로 돌아간 첫 전직 대통령으로 평일에는 1000명 이상, 주말엔 1만명 이상이 봉하마을에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주말에는 집을 나와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김해시는 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12월 방문객 인사 일정을 없애고 칩거에 들어간 노 전 대통령은 4개월 만에 벌어진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과 검찰수사를 받다 이듬해 5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2017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친박 단체 500여 명이 봉하마을에 찾아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확성기를 동원한 태극기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종북 세력이 국가를 뒤흔들고 대통령까지 구속했다”라며 “이번 탄핵도 헌법 제84조를 위반한 불법 탄핵인 만큼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부산과 대구·경북, 수도권 등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집회장소에서 진영읍 서의지공원까지 4㎞를 행진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당시 권양숙 여사가 봉하마을 자택에 머물고 있어, 경찰 등이 사저 경비를 강화했다. 당시 시민단체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노사모) 회원 등은 집회 과정에서 태극기시위대와 일부 승강이를 벌였다.
이 같은 시위가 가능한 것은 헌법 제21조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집회의 자유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해왔는데, 집회·시위가 교통 방해 등으로 이어지거나, 일종의 ‘찍어내기식’ 네거티브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폐단이 심각해지고 말았다.
‘尹 자택 시위’ 촉발한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자택 앞 시위도 이 같은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의소리는 지난 10일 서초경찰서에 이날부터 내달 7일까지 서초구 ‘윤석열 양산 시위 비호 규탄’ ‘김건희 구속 촉구’ 등의 내용으로 집회 신고를 했다. 집회 신고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음 규정을 준수하고, 장소가 협소해 통행로를 확보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양산 욕설소음시위를 당장 중단하라"며 자신도 소음시위를 주도 하고 있다. 백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는 물론 국민간 갈등 조장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맞불 시위는 문 전 대통령 앞 사저 시위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평산마을 자택에 거주하기 시작한 뒤부터 확성기와 스피커 등을 이용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단체 회원들은 조와 팀을 짠 이후에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확성기와 스피커, 꽹과리 등을 동원해 장송곡과 애국가를 계속 내보냈다.
협박이 뒤섞인 1인 시위도 이어졌다. 또한 고령의 마을 주민 10여명은 이들 시위로 인해 불면증과 환청, 식욕부진 등을 호소해 정신과 등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인 ‘반 지성주의’를 인용해 페이스북에 불편하단 심경과 함께, 평산마을 주민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쳤고, 같은달 28일 딸 다혜 씨는 트위터에 집안에 갇힌 생쥐 꼴이다. 창문조차 열 수 없다”는 지적이 담긴 글을 썼다가 지웠다.
문 전 대통령은 31일 ‘욕설 시위’를 이어온 보수단체 회원들을 경찰에 모욕 및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살인 및 방화 협박, 공공 안녕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연 혐의(모욕·명예훼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협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소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지난달 24일 ‘욕설은 이제 그만’ ‘시끄러워 못 살겠다’며 보수단체들의 집회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도 “시위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라며 참모들에게 당부할 정도였다.
한병도·윤영찬·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달초 경남 양산경찰서를 항의방문한에 이어 3일에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청래 의원의 경우, 지난달 16일 전직 대통령 사저 100m 앞까지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도 지난 8일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복적으로 특정 대상과 집단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거나 폭력적 행위를 선동해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 위협을 끼치는 행위인 일명 ‘헤이트스피치’(차별·혐오 발언)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낸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흐름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막기 위함”이라며 “하지만 과연 민주당이 헤이트스피치를 금지할 자격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학계에서는 보복, 혐오 등의 집회 형식에 따라 집회를 제한하고 소음 규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개인적인 사유 또는 사회적 여러 이슈를 반영한 집회들이 열리고 있다”며 “과거 정치적 집회 시위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집시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민주국가에 있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임은 분명하지만 타인 사생활의 평온이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안 되는 한계 또한 명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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