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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국정 동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가 한 달째 개점휴업인 가운데 지난달 취임 1년을 맞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친윤계 간 팽팽한 당내 세력 다툼이 점입가경 수준이다.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국정수행 평가 및 지지율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준석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여론조사기관별 최소 2주에서 최대 5주까지 연속해서 나오고 있어 집권 여당에 위기 경고등이 켜졌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부에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7일 헌정사상 초유의 당 대표 윤리위원회 회부라는 사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에서 당 대표 정무실장이 관여한 ‘증거인멸 교사’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중심으로 불거진 여권 내홍이 장기화하면서 ‘이준석 리스크’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시작으로 당 대표에 취임한 후 20대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3승 0패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주인공 가운데 한명인 이준석 대표가 지금 현재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친윤계 패싱에 이어 이 대표 비서실장이 전격 사퇴한 것도 이대표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해외 순방을 환송하는 행사에 불참했던 이 대표는 1일 귀국한 윤 대통령을 위해 ‘깜짝 마중’을 나섰다. 이를 둘러싸고 사실상 윤 대통령을 향해 공세의 날을 세우던 이 대표가 친윤계와 윤 대통령에게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경찰 직접 수사 나선 성상납 의혹’ 윤리위 직격탄
5일 경찰은 이 대표에게 성 접대와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소기업 대표를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만간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한 보수 유튜브 채널이 지난해 12월 이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6개월여 만으로 올 1월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이 첫 소자를 한 것이다. 김 대표는 2013년 대전에 있는 호텔에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던 이 대표에게 성 접대와 명절 선물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지난해 12월 성상납 의혹이 폭로된 후 제보자를 만나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30일 첫 참고인 조사 이후 변호인은 김 대표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0차례 넘게 이 대표를 접대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법조계 등이 말한 바로는 김 대표는 별도의 사건으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돼 있다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회사를 방문해 주기를 바라며 ‘박근혜 키즈’인 이 대표에게 접대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도움 요청에 이 대표가 두 명을 거론하며 “힘을 써보겠다. 도와주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난달 22일 변호사를 통해 이 대표 측이 “성상납을 모른다고 서신을 써달라”고 회유·압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인멸 교사도, 성접대도 안 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2012년 대선 이후 소통한 바 없다”며 “그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기업인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나 들어보자”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성 상납 후 ‘박근혜 시계’를 받았다는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 인멸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심야 마라톤 회의를 연 끝에 7일 징계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사안이 나오자마자 윤리위의 2주 뒤 결정에 대해 “기우제식 징계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어떤 경고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시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대표를 징계하게 되면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2030 남성 세대들의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윤리위에서 어떤 징계가 나오더라도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리위 징계 수위를 보면, 징계 수위는 낮은 것부터 따져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및 △제명 등이다.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11개월 남은 대표자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데, ‘경고’ 결정이 나올 경우라도 친윤석열계(친윤계)를 중심으로 하며 당 대표의 사퇴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갈등 관계인 친윤계는 ‘이준석 리스크’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친윤으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1년 동안 냈던 불안한 목소리와 행보가 이번 윤리위 회부로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 공백 한달 째’ 친윤VS비윤 ‘집안싸움만…’
이 대표의 성 성납 의혹을 둘러싼 당내 공방을 보면 윤석열정부 초기 여권 권력 투쟁 구도를 그려 볼 수 있다. 이 대표가 사퇴할 경우 친윤계는 당권을 장악해 ‘윤석열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으나, 친윤계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세력이 사라지면서, 독주견제 세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저같이 여론 선동 잘하는 사람이 흑화해서 어떻게 다니면 되는지 기록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경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면서 효력정지 가처분을 포함한 대대적 반격을 준비 중 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부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의원들과 마찰을 빚기도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가교 구실을 한 박성민 당 대표의 비서실장이 사임을 하면서 ‘윤심’이 이 대표에게 멀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로 비윤계의 길을 고수했다.
지난달 20일 비공개회의 내용이 유출됐다며 이 대표는 배현진 최고위원과 격한 설전을 벌였으며 회의장을 나가려 한 데 이어 23일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뿌리치는 등 갈등을 노출시켰다. 친윤계 핵심인 중진 정진석 의원은 지난달 지방선거 승리와 함께 우크라이나행을 택한 이 대표를 몰아붙였고 ‘개소리’ ‘싸가지’ ‘나쁜 술수’ 등을 사용하며 험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최고위원 임명을 놓고 노골화된 안철수 의원과 이 대표 갈등도 수면으로 올라왔다. 국민의당 몫의 당 최고위원 인선과 최고위원회 회의 공개 등을 놓고도 불협화음을 냈다. 안 의원은 애초에 국민의당 출신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추천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려달라고 했고, 이를 이 대표가 수용했으나 최근 안 의원은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출신을 각가 최고위에 넣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국민의당 사람들을 위한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국민의힘 사람을 꼭 넣어야겠다고 한다”라며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것, 그것이 안철수 정치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연일 페이스북에 직설적 언행을 쏟아놓은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엔 페이스북에 “디코이(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면서 “다음주 내내 간장(‘간철수’와 장제원의 줄임말)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적었다. 친윤계 장제원 의원과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 의원을 싸잡아 비판하며 ‘간장 한 사발’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썼다. 당 내홍의 배후에 이들 두 사람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까지 투쟁의 대상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결국 ‘화합과 통합’의 당 대표의 모습은 전혀 그려지지 못했다.
한편으로 이 같은 내홍이 격화하면서 지난달 27일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미래조차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혁신위는 당 쇄신을 위해 이 대표 주도로 추진됐으나 친윤 세력은 혁신위원회가 ‘자기 정치’를 표방한 이 대표의 사조직이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친윤계 의원들은 공부모임 ‘민들레’(민심들을레)를 장제원 의원을 중심으로 꾸렸고, 당내 친윤 그룹을 공식화했다. 최근 장 의원은 민들레를 ‘미래혁신포럼’으로 재가동한 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사로 초청해 국민의힘 의원 60여명과 함께했다. 대표적 친윤계인사이자 차기 당권주자 주요 후보인 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매주 1∼2차례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여서 개별 포럼을 열지 못하는 권 원내대표가 정책 의총을 통해 사실상의 ‘당정 연계 공식 공부모임’을 가동하려는 속셈이란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혁신위는 공천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며 출범했으나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에 따라 존립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5일 겨우 원 구성에 합의한 여야는 후반기 국회 공전 한 달째를 맞는 상황에서, 의장단조차 선출하지 못한 채 산적한 민생 과제를 풀기 위한 입법은 손도 못 댄채 장제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윤핵관’ 세력과 이준석 대표 간 당내 내홍 사태만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집권당의 분란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여소야대’ 국면의 극복은 커녕 집권당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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