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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응급실 의료진 향한 범죄 위험수위
‘폭력 사각지대’ 놓인 응급실 의료진
의사 10명중 8명 “최근 1년 내 폭언이나 폭행당한 적 있어”
정부, 가이드라인·대응 지침에도 사건 빈번해 ‘실효성 의문’
“청원경찰 배치·주취 감경 전면 폐지 등 현실적 대책 내놔야”
이민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7 14:51:00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최근 6월 한달사이에 용인과 부산 소재 병원 응급실에서 상해 및 방화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6월 15일 용인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응급실을 찾은 70대 남성이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낫을 휘둘러 의사의 뒷목 부위에 10cm 가량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열흘 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보호자가 아내를 빨리 치료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을 지른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응급실은 개방된 공간으로 환자뿐 아니라 환자의 보호자나 지인 등 동행인의 출입이 자유로워 중환자실만큼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의료진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가하는 언어적·신체적 폭력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응급실에 상주하는 보안팀이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미미한 실정이다. 응급실 의료진이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폭력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료진 응급환자 분류에 욕설 난무… “반의사불벌죄 폐지해야”
 
응급의료법 제2조 4항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란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취득한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과 응급구조사를 말한다. 
 
응급환자에 대한 우선적 진료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더 위급한 환자부터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환자와 환자 보호자는 지연되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의료진에게 폭언과 폭력을 자행해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대학병원의 한 응급실 간호사는 “응급실은 전문가의 트리아제(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등급에 따라 치료의 우선순위와 자원의 동원 정도가 정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보호자에게 환자 과포화 및 중증환자 증가로 인해 진료 및 주치의 면담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을 했지만 욕설과 반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간호사는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간호사스테이션 아크릴판에 휴대폰을 있는 힘껏 집어던져 아크릴판이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면서 “달리는 의료진의 팔을 잡아끄는 환자도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의사협회 기관지 의협신문은 6월28일부터 3일간 ‘응급실 폭력 방지를 위한 대(對)회원 긴급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와 전문의 771명을 포함해 의사 1206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내에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 또는 폭행을 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10명 중 8명인 78.1%가 ‘그렇다’고 응답해 충격을 던져줬다.
 
아울러 위협을 당했을 때는 ‘참는다’가 44.9%였으며 대응지침과 매뉴얼에 대해서는 62.6%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응급실 내 경찰 배치와 해당 경찰의 응급실 폭언·폭행에 대한 적극 대응 법령 및 지침 강화에 대해 대부분의 의사들이 찬성했으며,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는 87.1%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최석재 대한응급의학회 홍보이사는 “폭행이 발생했을 시 경찰이 현장에 와서 반대쪽 얘기를 듣고 ‘의사선생님도 뭘 잘못하신 게 있다’, ‘쌍방이다’ 이런 식으로 가버린다”면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응급실에서의 폭행은 특수 폭행으로 의사의 진술이나 고소 없이 (처벌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이사는 “처벌(수위)을 올리니까 경찰들이 오히려 더 적용을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응급실은 특별히 공적인 곳이니까 여기서 폭력이 날 경우에는 무조건 잡힌다는 식으로 (사건 처리가)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취상태의 환자를 치료해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응급실은 다른 환자의 생명도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술 취한 사람은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용인·부산대병원 사건도 다 술이랑 연결돼 있다. 결국 음주 문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적 움직임… 의료진을 위한 나라 될까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분노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는 2018년부터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과 관련된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상황이다.
 
2018년 7월 익산병원·구미차병원 등에서 잇달아 발생한 응급실 폭행사건으로 그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서는 안전한 응급실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해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응급실 폭행범에 대해 형량을 정해놓고 그 밑으로는 선고할 수 없게 하는 형량하한제 도입에 관한 개선방안도 내놓았다. 경찰청에서는 신속한 출동 및 중대 피해 발생 시 공무집행방해에 준한 구속 수사 등을 담은 대응지침을 시행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2019년 5월 보건복지부에서는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 예방 가이드라인’을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용과 환자·보호자용으로 나눠 마련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의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용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한숨을 쉬거나 말을 가로채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의료진 스스로의 태도를 점검하고 가해자가 주먹을 쥐는 등의 신체적 변화를 의료진이 감지해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또한 의료기관 차원에서는 폭력 예방을 위한 직원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비상시 경보·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진료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환자·보호자용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가하는 언행에 관한 지침은 배제돼 있으며, 환자·보호자의 인식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의료인의 진료 절차를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피상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 또한 의료기관 내 폭력은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에 해당된다고 기재돼 있으며 폭력 유형에 따른 형사처벌 예시를 들고 있을 뿐이다.
 
지난달 11일 대한병원협회는 여야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의료진과 환자들이 위협받는 상황에 따른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관련 정책 제안과 실제 응급의료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폭행·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에 광범위하게 논의됐다. 하지만 응급실 내에서 끊임없이 각종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이러한 개선방안과 법체계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법률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며 청원경찰과 같이 실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법 제12조 3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의료인 등에 대해 폭행·협박을 해서는 안 되고,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7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처벌과 관련해 김재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응급실에서 의료인이 환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응급시설의 보안인력이나 상시 훈련 제공과 같은 안전체계와 처벌규정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처벌 수위를 본다면 우리나라도 강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예방 효과와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응급실 내 보안팀은 사실상 일반 경비원법 적용을 받는 경비와 마찬가지이므로 그들이 무기를 사용한다거나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범죄예방을 위해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청원경찰이나 일반경찰이 배치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조 변호사는 또한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 예방 가이드라인’에 대해 “의료기관 종사자가 일단 그 상황을 피하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주고 환자나 보호자한테는 특별한 가이드가 없는 잘못된 가이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법에서 주취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 행위에 감면을 두고 있는데 응급의료법이나 의료법에서 특별법으로 의료기관 내에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주취감경을 전면적으로 폐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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