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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의 연극문화칼럼
대통령의 연극 관람에 따른 연극계의 기대
현재 연극계 뜨거운 이슈는 ‘국립극단 공간’ 문제
서계동 복합 문화시설 사업계획에 관심·소통 필요
김건표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09 09:43:18
 
▲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 기간에 김건희 여사와 오픈런(무기한 공연)을 하고 있는 상업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했다는 내용이 관객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전해졌고 뒤이어 언론 보도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출연진들과 연극무대에서 파이팅 하는 장면도, 공연관계자들과 식당으로 추정되는 장소의 대화 사진도 빠른 속도로 SNS를 통해 퍼졌다.
 
대통령실은 일정을 공개했다. 연극은 ‘이호선’이란 이름의 청년이 비정규직 역무원으로 취업한 뒤 정규직을 위해 2호선 열차에 살아가고 있는 세입자를 쫒아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부동산값 폭등과 임대차 보호법에도 집도 없이 2호선으로 거주지를 옮겨 살아가는 한국사회 극빈서민층들의 애환을 관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담아내 보려는 공연일 것이다. 대통령 부부가 취임 후 배우 송강호가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브로커’ 관람 후 두 번째로 본 공연이 ‘연극’이었다는 점이 주목됐다. 비공식적인 연극 관람을 두고 호들갑 떨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연극 장르를 고민해서 선택하셨으면 좋았을 걸’ 정도였다.
 
눈길을 끈 것은 공연 관람 후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에 듣고 격려했다는 내용이 실린 ‘尹대통령 부부, 대학로 찾아 연극 관람…연극계 격려’라는 연이은 보도였다. 대통령의 사적 시간은 공적인 시간이 되어버렸다. 시선도 집중됐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영화 ‘브로커’ 관람 뒤에는 임권택·박찬욱·송강호 등 영화계의 대표적 인사들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용산에 모였다. 영화계의 현안을 들으면서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고 대통령은 “한국 영화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일이 있다면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역대 대통령들 임기 동안 공연장 공식방문은 1회 정도로 끝난다.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예술정책 방향을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고 현장과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문화이미지로 읽혀진다.
 
공연 관람 뒤 이 작품을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소통방식이 아쉬웠다. 대통령 휴가 기간의 비공식적 연극관람이라고 해도 연극계 현장과 한국연극을 견인하고 있는 전통적인 작품 정서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었으니 그럴만하다. 연극인들 SNS는 ‘와글와글’ 거렸고 소셜미디어에는 “관객으로 온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그 공연 팀까지 싸잡아 매도하지는 말아주었으면 한다. 각고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치열하게 공연해 온 팀이라 알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아쉬운 것은 연극과 공연예술계의 현장을 정확하게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품을 폄하할 생각도 없고 모처럼 웃음으로 연극 한 편 보신 것에 딴지 걸 생각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한마디도 국정방향으로 읽히고 메시지가 된다는 점에서 휴가 시간도 대한민국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뒤풀이 장소에서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을 대통령과 나눴다고는 하지만 대표적인 연극인과 한국연극협회 등 관계자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학로 연극계의 분위기가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요즘 연극계는 ‘국립극단 공간’ 이슈로 뜨겁다. 용산구 서계동 현 국립극단 부지(敷地)에 임대형 민간투자(BTL) 방식으로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로 들어서게 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복합 문화시설 사업계획을 두고 연극계는 창, 제작 전용 국립극장을 요구하며 “우리에겐 국립극장이 없습니다”라는 구호로 범 연극인 서명 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국립극단은 연극계의 한 목소리를 원칙으로 1차 비대위와 문체부 관계자들이 ‘국립이 핵심이 되는 연극 중심 공연장 건립 약속’ 등을 핵심으로 한국연극계의 국립극단이 될 수 있는 방향 찾기에 나서고 있고 2차 비대위가 구성되면서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국립극단은 연극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협의를 통해 미래 국립극단 청사진을 문체부와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부부가 웃음은 부족해도 대학로 전통 연극을 이해할 수 있는 공연을 관람하고 서계동 국립극단의 복합 문화시설 사업계획에 대해 연극계의 의견을 듣는 소통을 했으면 어땠을까. 휴가 기간에도 문화 현장을 챙기려는 대통령의 문화 소통 행보에 적은 수치라도 지지율은 반등했을 것이다. 하루에도 대학로 소극장을 중심으로 100여 편에 가까운 순수연극공연들이 공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립극단 복합문화공간 정책과 현재 연극인들의 창작환경에 대해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을 통해서라도 들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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