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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48회> 비밀의 문
열면 안에 또 인형들이 들어있다고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2 08:50:48
돈 많이 준다고 아르바이트 한 건데, 알고 보니 속았다는 거지? 일단 지금은 풀어줄 게. 다시는 허튼짓 말고.”
 
눈치 빠른 창현이 중간에 그림을 내려놓고 도망갔으니 경찰이 환석을 더 조사할 게 없었다. 정숙은 잠이 들었는지 집안이 온통 깜깜했다.
 
그림 더 있다며? 이번엔 두 배 받아줄 게. 창현은 계속 달콤한 말로 환석을 꼬드겼다.
 
환석은 숨죽이며 지하실 쪽으로 걸었다. 지하실에 얼마나 더 많은 그림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물쇠가 바뀌어 있었다. 분명 며칠 전 그림을 가져 나올 때만 해도 녹이 슨 커다란 자물쇠였다.
 
핸드폰 손전등을 켰다. 새로 장착한 자물쇠는 다이얼식이었다. 번호 홈이 여섯 개라 번호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옆에는 쇠뭉치 같은 게 달려 있어 망치로 망가뜨리거나 할 수도 없었다.
 
니 거기서 뭐하노!”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정숙이었다.
 
미친 놈. 남의 껄 도둑질해서 어쩌자고!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모르겠더나.”
 
마루에서 내려와 이쪽으로 뛰어오는 정숙의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대로 서 있다간 등짝에 불이 날 게 뻔했다.
 
아이씨, 나보고 어쩌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는 뒤돌아 튀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그림에 손대는 건 정숙이 참아주지 않았다.
 
골목에 세워둔 트럭으로 뛰어올랐다. 다행히 주머니에 차 열쇠가 그대로 있었다. 툇마루에라도 던져놨더라면 저번처럼 정숙이 어딘가로 던져 버릴지도 몰랐다.
 
 
 
 
환석은 무조건 달렸다. 우선 집을 벗어나야 했다. 정숙이 자물쇠까지 바꿔놓은 걸 보면 이번엔 정말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환석이 태어나기도 더 전의 일이라지만 환석은 정숙의 고집이 절대로 의리나 신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빠. 이 시간에 웬일이야? 가게 문 닫을 시간인데?”
 
소영은 환석이 경찰에 잡혀 들어간 걸 모르는 것 같았다.
 
어떡해? 이제 여기 가게에서 못 자. 주인이 자기 집수리 한다고 짐을 넣고는 문을 잠가 버렸어.”
 
환석은 소영을 차에 태우고 달렸다. 근처 바닷가에 차를 세워놓고 모래밭에서 소주라도 마셔야지 싶었다.
 
그런데 이건 뭐야?”
 
한참 창밖을 내다보던 소영이 좌석 뒤쪽에 놓인 마트로시카 인형을 집어 들었다. 며칠 전 지하실에서 그림을 꺼내오다 발에 채이는 게 있어 가지고 나온 거였다. 포장을 푸니 오뚜기 같은 둥그런 인형이 들어있었었다.
 
그거? 그림 옆에 있기에.”
 
그럼 이것도 화가가 만든 건가? 이거 비싼 거 아니야?”
 
소영은 억지로 그걸 열어보려 애를 썼다. 환석은 그런 소영이 우스꽝스러웠다.
 
이거 원래 열리는 인형이야. 열면 안에 또 인형들이 들어 있다고.”
 
소영은 애쓰다 안 되니 인형을 마구 흔들었다. 안에서 뭔가 둔탁하게 타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해. 여기 안에 뭐 들어 있나 봐. 어머머머 진짜 뭔가 있어!”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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