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에 들어섰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한국은행 등은 아직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세계 경기침체를 사실상 기정사실화 했다. 이는 경기침체를 각기 다르게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경기침체를 정의하는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다. 경기침체는 전반적인 경제 활동의 상태(경기)가 침체 또는 하락하는 상태를 말한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소득과 지출이 감소하는 등 경제 주체의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경기는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경기가 오르는 ‘경기확장’, 가장 높은 위치에 다다르는 ‘경기정점’, 정점을 지나 하강 상태로 들어가는 ‘경기침체’, 가장 낮은 위치로 떨어지는 ‘경기저점’ 등 4단계를 순환한다. 따라서 언제가 경기정점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빠르게 경기침체를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경기가 매우 복잡한 요소로 얽혀 있어 정점이냐 침체냐 등의 흐름을 단번에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경기를 보여 주는 하나의 그래프는 없다. 이에 각국은 전문가 집단에 경기 판단을 맡기며 그 판단은 꽤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이뤄진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소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를 선언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은 통계청 국가통계위원회에서 판단한다.
흔히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개 분기 연속 하락’하면 ‘기술적 경기침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두 분기 내리 역성장은 대부분 공식적인 경기침체로 판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과 언론 등이 공식 판단에 앞서 간편하게 경기침체라고 쓰려고 만든 기준으로 봐야 한다.
대부분의 경기 판단 전문가 집단은 경기침체 여부를 규정할 때 기간을 ‘일정 기간 이상’으로 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NBER은 경기침체를 “경제 전반으로 퍼지고 몇 달 이상 지속되는 경제 활동의 커다란 감소”라고 규정한다.
공식적 경기 판단에는 실질 GDP 말고도 실질소득·실업률·산업생산·소매판매 등 여러 지표가 사용된다. 다시 말해 실질 GDP가 2개 분기 연속 하락하더라도 사후에 경기침체로 판단하지 않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GDP는 2001년 1분기 역성장 뒤 2분기 성장으로 전환했다가 3분기 다시 역성장했으나 나중에 경기침체가 선언됐다.
현재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1분기 -1.6%, 2분기 -0.9%를 각각 기록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 기준을 충족했다. 그런데 신규 고용이 크게 늘었고 실질 소득도 성장해 일반적인 경기침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노동 시장은 강하다”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발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낮은 실업률 등의 지표는 미국 경제의 기초 여건(펀더멘털)이 강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한참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최근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에도 실업률은 3.5%에 그치는데 실업률은 반드시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대형 통화긴축의 영향력은 아직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이제 그 영향이 시작될 것이기에 미국 경제는 분명히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9월2일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에 다시 이목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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