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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코로나 엔데믹에 늘어나는 백신 재고 물량
코로나19 엔데믹 속 백신 대량 폐기 우려에 백신 제조사 ‘골머리’
6차 대유행 끝나 코로나 엔데믹 ‘성큼’… 겨울 지나면 출구전략 실현
백신 접종률 ‘제자리 걸음’… 10명 중 3명 “추가접종 안 할 것”
유효기간 5달 남은 백신 ‘대량 폐기’ 우려… “적정 물량 파악해야”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03 00:07:00
▲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간호사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코로나19의 6차 대유행이 끝나고 만 2년 만에 야외 마스크 착용의무가 전면 해제된 데 이어, 실내마스크 해제까지 검토되면서 정부가 조심스레 엔데믹(풍토병화)을 준비하는 시기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에 백신 제조사들은 난감한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백신 접종률이 점차 낮아지는 바람에 유효기간이 얼마남지 않은 대규모의 백신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당면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9월 초 본격 출하를 시작한 ‘국산 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즉각 잔여 물량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엔데믹 속 접종률 제자리걸음…부작용 우려 등 이유로 접종 않겠다 ‘3분의 1’
 
제6차 대유행으로 불리는 코로나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8월22일 15만25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한 달 넘게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연휴 직후인 9월13일 9만3981명으로 증가한 뒤 꾸준히 3만~4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사망자 추이도 10만명당 0.05~0.10명 사이를 오가고 있다.
 
아직 방심할 시기는 아니지만, 코로나 엔데믹화는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9월14일(현지시간) “코로나 대유행을 끝낼 위치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끝이 보인다”고 선언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최근 “팬데믹이 끝났다”며 사실상 종식 선언을 한 바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실내마스크 해제 등 출구전략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철, 독감과의 ‘트윈데믹’을 우려하면서도 “의료체계와 높은 백신 접종률을 토대로 코로나 역시 독감처럼 관리가 가능한 엔데믹에 대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이 지나고 내년 봄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등장과 재유행만 없다면 대부분의 규제가 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때문인지 백신 접종률은 제자리걸음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였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에 걸친 백신 수요·보급 증가로, 9월 첫 주 기준 우리나라 백신 1·2차 누적 접종률은 96.6%에 달한다. 교차·추가접종에 해당하는 3·4차 접종률은 18세 이상 기준 각각 75.1%, 16.6%로 나타났다.
 
범국민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던 1·2차 접종 시기와 달리, 부작용 우려 등 백신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감염에 따른 자가격리 이후 면역이 생겼을 것이라는 개인적 판단이 늘면서 3차 접종률은 올해 5월 65%대 이후 현재까지 10%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백신혁신센터 천병철 교수팀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겨울철 코로나 백신 추가접종 의향이 없다고 답변한 사람은 30.5%, 코로나 재유행이 생길 경우 추가 예방접종을 하겠다고 답변한 사람은 46.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효기간 도래’ 백신 대량 폐기 우려… “정부 예산 손실 크다”
    
▲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사진)은 “의료체계와 높은 백신 접종률을 토대로 코로나 역시 독감처럼 관리가 가능한 엔데믹에 대비할 때가 됐다”는 요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접종률이 낮아지면서 백신 제약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백신 재고가 쌓이는 데다, 유효기간마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효기간이 5개월 이내로 남은 백신은 총 1112만회분으로, 화이자 백신이 756만회분(소아용 포함)으로 가장 많으며, 모더나 백신은 258만회분에 해당하는데 이 중에서도 206만회분이 당장 약 한 달 뒤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된다. 노바백스 백신 52만회분, 스카이코비원 46만회분 역시 내년 2월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이는 백신 도입 이후 1년 7개월간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백신 누적 약 600만회분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금까지 폐기된 백신의 98%는 유효기간 경과를 이유로 버려졌는데 코로나 백신 자체의 유효기간이 6개월~1년 사이로 짧기 때문이다.
 
특히 9월5일 첫 접종을 시작한 ‘국산 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경우 지난달 22일 기준 1~4차 총합 134회분 만이 접종됐다. 국내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에 성공한 스카이코비원은, 정부로부터 1000만회분 선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 과정에 걸쳐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1차적으로 61만회분(약 122억원 규모)을 출고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대로라면 출고 계약기간인 2024년 6월까지 1000만회분을 모두 출고하기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0만회분에 대한 비용을 한 번에 받는 게 아니라 정부 주문 수량에 따라 매출로 인식되는 구조이기에 당초 책정한 20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완전히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백신 수입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만큼, 백신 수요와 공급량에 대해 적절한 근거와 검토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이 1·2차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에서 백신 부작용 사례 등으로 인한 거부감이 접종률을 올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과거 물량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었다면, 이제는 한 단계 나아가 좀 더 세밀한 예상 물량 파악에 집중해 과도한 예산 낭비를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왼쪽)이 9월19일 경기도 분당의 한 병원에서 스카이코비원으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받았다.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정부는 동절기 재유행 대비와 독감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한 ‘22-23년 동절기 코로나19 추가접종 시행계획’을 최근 발표하고 백신 추가접종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동절기 접종은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 BA.1에 모두 대응하도록 개발된 모더나 2가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1만회분에 대한 출하를 승인했다.
 
요양병원·시설 입원·종사자, 면역저하자, 60세 이상 등 약 1300만명이 1순위 접종 대상이며, 2순위는 50대 및 기저질환자, 보건의료인, 입영 장병 등 집단시설, 3순위는 18~49세 성인이다.
 
2가 백신을 원치 않는 경우, 기존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 백신과 함께 스카이코비원의 추가접종도 가능하다. 표면적으로 재고 해소의 기회이기도 하나, 그만큼 2가 백신 물량도 공급되기 때문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재용 사장이 직접 4차 접종으로 스카이코비원을 맞으며 적극 권장에 나섰다. 또, 글로벌 시장으로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연내 세계보건기구(WHO)에 스카이코비원의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백신 재고가 많은 가운데) 아직도 백신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에 백신 무상원조가 필요하다”며 “토종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CEPI의 지원을 받아 완성할 수 있었던 만큼, 우리도 백신 무상원조에 적극적으로 나서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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