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정부·정책
[이슈진단] - 상속세 개편
“장수기업 걸림돌” vs “사회양극화 심화”… 접점 없는 상속세
재계 “높은 세율에 투자의욕 꺾여 되레 국민 피해”
시민단체 “富의 무상 이전만 증가… 기회균등 저해”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02 14:51:00
▲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개편안이 예산 심사 법정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 개편안이 오늘로 예산 심사 법정 기한을 맞은 상황에서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상속·증여세 완화가 ‘부()의 대물림’과 ‘부자 감세(減稅)’에 해당한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상속세 부담 완화를 통한 원활한 경영 승계로 기업이 성장해 일자리와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입장에서는 상속세 개편은 결국 부의 무상 이전을 통한 양극화를 불러오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속·증여세율 OECD 국가 2위… 100년 이상 장수기업 겨우 7개
 
윤석열정부는 민간주도경제를 위한 규제 혁신의 일환으로 상속세 개편을 추진해왔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소유주들이 기업을 매각하거나 폐업을 결정하는 등 상속 부담이 기업의 발전을 가로막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올해 7월 10년 이상 영위한 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해당 가업상속재산가액을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연 매출액 4000억 원 미만에서 1조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 역시 2배로 늘리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또한 자녀가 부모로부터 가업의 주식 등을 증여받아 가업을 승계하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대상을 확장하고 증여세 과세가액을 기존 100억 원에서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1000억 원 한도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사후관리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고 고용 유지 조건도 5년 통산 정규직 근로자 수의 90% 이상 또는 총급여액의 90%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상속·증여세 개편 필요성에 관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상속·증여세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대 상속·증여세율은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50%다. 기재부는 일본은 과세표준을 시가로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세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은 0.54%로 OECD 평균(0.13%)보다 4배 넘게 많았다. 주요 국가와 비교해봐도 △미국(0.11%) △영국(0.25%) △일본(0.43%) 등에 비해 높았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임수진] ⓒ스카이데일리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중소기업의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가운데 업력 100년 이상의 중소기업은 겨우 7개로 △일본 3만3076개 △미국 1만9497개 △스웨덴 1만3997개 △독일 4947개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 기업이 상속세 부담으로 단절돼 일자리 감소와 사업 노하우 멸실(滅失)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가업 상속공제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늘려 중산층과 서민층에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 입법 동의… 시민단체 “양극화 심화 계급사회 우려”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에 기업들은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상속세 개편안 통과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업승계입법추진위원회’를 지난달 22일 발족했다. 이어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 확대와 사후관리 요건 유연화 등 기업승계 세제개편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추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방문을 통해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 기업승계 세제개편안 입법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당면한 과제인 기업승계에 대한 입법을 촉구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전국 13개 시·도에서 회견을 동시에 진행했다”며 “기업 승계를 통해 1세대의 오랜 경험·노하우와 2세대의 젊은 감각이 조화를 이뤄 혁신한다면 기업도 더 성장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세제개편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이전부터 승계 세부담 완화를 주장해왔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6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응답 기업의 52.6%가 폐업·매각 등을 했거나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가업 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복수 응답 가능)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가 76.3%로 가장 많았고 △가업승계 관련 정부 정책 부족(28.5%) △후계자에 대한 적절한 경영교육 부재(26.4%)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달 24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개편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제 6단체는 “높은 상속세율 부담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명문 장수기업의 탄생을 가로막아 결국은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주요국들은 상속세제 공제 대상·공제 폭·사후관리 요건 등에서 기업의 현실을 적극 반영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중소기업중앙회는 상속세 개편안을 촉구하는 '기업승계입법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에 대한 반대 입장도 거세다. 이들은 상속세 개편으로 부의 대물림이 이뤄져 경제적·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상속세 개편이 기득권 계층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무상 이전 강화로 양극화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지난 10년간 가업상속 공제액과 가업승계 과세특례 합계액은 각각 1조8300억 원과 1조5800억 원에 달하며 2017년부터는 가업상속공제보다 가업승계 과세특례의 신청 건수와 적용금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부의 무상 이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적·사회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해질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기회균등이라는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가업상속 관련 조세 우대는 사실상 극소수 자산가들의 상속세를 경감해 ‘자산과 계급의 무상 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시민국가’인 대한민국은 자산의 보유 수준에 따라 신분이 양극화된 중세시대의 ‘신민국가’와 다를 바 없는 계급사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경개연)는 지난달 14일 논평을 발표해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등의 상속세 개정안이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공시대상기업진단 소속 계열회사가 중견기업법상 중견기업에 해당하고 공제 적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상속세 개편이 사실상 대기업의 감세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가업상속 등 공제는 중견·중소기업의 장기적 존속을 위해, 말 그대로 가업을 상속 또는 승계할 때 세금 완화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사실상 단순히 상속이나 증여를 지원하는 제도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업상속 등 공제의 대상 확대와 법률상 흠결과 가업상속 등을 지원하겠다는 본래의 목적은 퇴색하고 사실상 대기업을 포함한 대주주 개인의 세 부담 완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지배주주에 대한 세제 혜택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부의 재분배라는 조세 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이번 상속세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이며 일반 노동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입장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비해 상속세가 높은 수준인데 상속세가 없는 국가의 경우 통계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높다”면서 “지금은 공제대상 확대에 그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속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을 육성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재산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인식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는 가족 경영으로 볼 수 있기에 원활한 경영 승계가 이뤄져야 기업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서 “상속세에 가로막혀 기업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폐업하게 될 경우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