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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대 기업에 여성 임원이 처음으로 400명 대에 진입하는 등 재계 경영 일선에 여성들이 전면 배치됐다. 이에 내년은 경영 일선에서 여성 임원들의 많은 활약이 기대되는 해로 주목된다.
2016년부터 줄곧 여성임원 수는 증가해왔고, 내년 이후부터는 450명도 넘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 임원 자리가 줄었음에도 여성 임원은 늘어나고 있어 향후 재계 인사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5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했고 LG생활건강도 LG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CEO에 여성이 선임됐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이사회 멤버로 대표이사 타이틀을 갖고 있는 여성 임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두 명 뿐이었다.
재계에 등장한 여성 임원들은 이전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행보지만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텁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사실상 400명을 넘긴 여성 임원도 비율로 따지면 5%대에 불과한 수준이며 지난해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리천장 정도가 가장 심한 국가로 한국이 지목되기도 하는 등 여성의 비율은 아직도 많지 않은 편이다.
삼성에 첫 非오너일가 여성 CEO 등장… LG·SK도 여성 CEO 등용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상장사 매출액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을 집계한 결과 올해 여성 임원 수는 403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5.2% 증가한 수치로 2014년 106명에서 지난해까지 322명으로 지속 증가해 400명대로 올라섰다. 이 같은 증가세라면 내년에는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450명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100대 기업 내 임원 자리가 줄어들었음에도 여성 임원 수가 지속 상승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2019년 6932명이었으나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6871명·6664명으로 줄어든 바 있다.
경영 일선에서 경영의 최고 책임자인 CEO 중 여성 비율도 눈에 띄는 증가세는 아니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기업 CEO 659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CEO는 11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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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에서 ‘여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5일 발표된 삼성전자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게 됐다. 이전까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오너 일가를 제외하곤 단 한 차례도 여성 사장 승진자가 없었으나 이번에 오너 일가가 아닌 첫 여성 사장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영희 사장의 승진은 삼성그룹 내에서 의미도 크다. 삼성그룹은 23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여성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여성 임원 전체로 보면 총 65명이지만 CEO급 임원은 이영희 사장 이전에는 단 한명도 없었다.
LG그룹도 2023년 임원 인사에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을 경영 일선에 배치했다. 4대그룹 상장사 중 최초의 여성 CEO로 기록된 이정애 사장 역시 LG생활건강 공채 출신으로 비(非) 오너 일가 사장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코카콜라음료와 한국음료 두 곳에서 CEO를 맡아오던 이 사장은 2009년 LG생활건강 임원으로 발탁된 이후 12년 만에 사장으로 올라섰다.
이밖에도 LG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태극제약에서도 최연희 대표이사가 2021년부터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LG계열 광고지주회사인 지투알은 박애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박 부사장이 CEO 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에 따라 LG그룹 내 여성 CEO는 총 2명이다.
SK그룹엔 허선영 피에스앤마케팅 대표이사가 지휘봉을 쥐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피에스앤마케팅은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넘겨 여성 CEO의 활약을 체감한 바 있다. 또한 SK그룹 내 나래에너지서비스에서 CEO 직을 수행하는 한수미 대표이사도 지난해부터 CEO로 활약 중이다. 한 대표이사는 SKE&S 전력사업기획본부 본부장을 역임한 후 현재 나래에너지서비스 CEO로 자리를 이동했다.
한편 CJ그룹에서도 첫 여성 CEO가 등장했다. CJ그룹은 10월 2023년 인사에서 이선정 CJ올리브영 영업본부장이 경영리더로 승진했다. 그룹 내 최연소 CEO이기도 한 이 리더는 올리브영의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韓, OECD 중 ‘유리천장’ 가장 두꺼워… 여풍에도 아직 갈 길 먼 한국
국내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는 거세지는 여풍으로 유리천장이 다소 얇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4대 그룹의 경우 올해를 기점으로 여성을 경영 일선에 내세우는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율로 보면 기업 내에서 고위직을 맡은 여성의 비율은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403명으로 400명 대를 돌파한 여성 임원 수는 100대 기업 전체와 비교하면 5.6% 수준에 불과하다.
1000대 기업 CEO급으로 확대한 경우로 분석한 CXO연구소의 ‘여성 CEO 현황 조사’에 따르면 1000대 기업 대표이사 중 여성 CEO는 32명(2.4%)에 불과해 유리천장이 얇아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기엔 부족해 보인다.
실제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3년부터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해 발표하는 지수인 ‘유리천장 지수’는 더욱 처참하다. 29개 국의 성별 임금격차·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기업 내 여성 관리직 및 임원 비율·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 10개 항목을 분석한 결과에서 지난해 한국은 29위를 기록했다. 집계 이후 한 번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OECD가 4일 발표한 ‘성별 간 임금 격차(Gender wage gap)’에서도 유리천장이 뚜렷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1.1%로 집계됐다. 여성이 남성의 68.9% 수준의 임금만 받는 셈이다. 이 정도 격차는 한국이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줄곧 최하위 수준이다.
이에 여성 CEO들이 경영 전면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2023년 재계 인사 분석은 물론 1000대 기업 여성 CEO 현황에 대해 조사했던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여성 CEO가 활약하는 회사의 주가나 실적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할만한 유의미한 수치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오 소장은 이어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우수한 여성 리더들이 경영 전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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