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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 ‘빛 좋은 개살구’ 공공조형물·시설 (上·조형물)
수억 대 과시용 공공조형물… 예산낭비 ‘애물단지’ 전락
새 브랜드 슬로건 찾는 서울시… 조형물 새로 지을 생각에 예산낭비 지적
“남근 닮았다”… 의미 난해한 인천공항 조형물, 한국 인식 나빠질까 우려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 낡은 사고와 성과우선주의의 ‘반면교사’ 됐다”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6 00:07:00
관공서 인근이나 지역 명소를 가다 보면 어김없이 공공조형물들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간혹 사진 명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방치되다시피 하는 것들도 상당수다. 지자체마다 단체장이 바뀔 때 브랜드명도 바뀌면서 조형물을 새로 만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각종 기념관도 마찬가지다. 외진 곳에 홀로 서 있는 기념관들은 주민이 찾아가기도 어렵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멋스럽게 지었지만, 기념관을 방문하는 발걸음이 뜸해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의 부작용으로 지적되곤 한다. 이번주 이슈포커스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만든 기념관이나 조형물들이 방치되고 있는 사례를 짚어보고, 주민접근성 개선 등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울시의 브랜드 슬로건 ‘아이서울유’(I·SEOUL·YOU) 조형물이 서울시청 광장 앞에 세워져 있다.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준구 팀장|김기찬·이건혁 기자]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조형물을 자주 마주친다. 특히 공원이나 공터를 거닐고 있노라면 꼭 하나씩은 발견하게 되는 것이 공공 조형물이다. 하지만 미술적 의미나 조형물 자체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일반 시민들이 단번에 알아채기에 난해한 것이 많다. 심지어 크기가 큰 조형물의 경우에는 직관적으로 의미를 알기 쉽게 짓더라도 웅장한 크기 탓에 오히려 흉측스럽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조형물을 짓는 데에는 혈세 수억 원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예산낭비의 문제가 지적된다.
 
서울시, ‘I·SEOUL·U’ 사라지고 새 슬로건 투표 중예산낭비 지적도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기존 서울시의 브랜드 슬로건이던 아이서울유’(I·SEOUL·YOU)를 대체할 신규 브랜드 슬로건 선호도 조사를 지난달 말까지 진행했다. 최종 후보로 정해진 Seoul for you(서울 포 유) Amazing Seoul(어메이징 서울)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 Make it happen, Seoul(메이크 잇 해픈, 서울) 4개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호도 조사 결과와 전문가 검토 등을 토대로 최종 브랜드를 선정하고, 이달 중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최종 선정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온라인 먼저 슬로건을 변경하고, 조형물의 경우는 그 이후에 철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호도 투표가 진행 중인 서울시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후보 최종 4안. (사진제공=서울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이 등장함에 따라 각종 온·오프라인 홍보물에 적용됐던 아이서울유 슬로건이 신규 슬로건으로 대체된다.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한 아이·서울·유 조형물도 모두 철거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이서울유 조형물이 설치된 곳은 201512월 여의도한강공원을 시작으로 서울광장 시민청 여의도 한강공원 뚝섬한강공원 서울 어린이대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월드컵공원 서울대공원 등 모두 29곳에 이른다.
 
29개 조형물을 설치하는 데 약 11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기와 디자인에 따라 제작·설치 비용이 다르지만 한 개에 평균 3700만 원가량이 쓰인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당 조형물 철거와 새로운 조형물 설치에 큰 비용이 소요되는만큼 브랜드 슬로건을 굳이 바꿔서 재건립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어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청 앞을 지나던 40대의 한 시민은 독립투사나 소녀상 등의 의미있는 동상도 아니고 그 의미조차 알기 어려운 조형물에 대체 무슨 이유로 수억 원의 돈을 쏟아부어 지으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관광 효과도 창출하기 힘든 이런 조형물 놓을 공간을 차라리 주차공간이나 보행도로를 넓히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도 20215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아이서울유 조형물 가격이 9900만 원에 달한다과도한 브랜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보기에 민망한 외관의미 난해한 인천공항 의문의 조형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진입로에 위치한 조형물 '미래로의 비상'(Flying to the Future).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
 
유난히 눈에 띄는 외관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달구는 인천국제공항의 조형물도 있다. 이 조형물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진입로 부근 중앙녹지에 위치한 플라잉 투 더 퓨처’(Flying to the future).
 
미래로의 비상이라는 뜻을 가진 플라잉 투 더 퓨처는 인천공항에 따르면 세계 최고 허브 공항과 초일류 미래 공항의 이미지를 태양광··바람으로 형상화 한 조형물이다. 초일류 공항으로 도약하는 인천공항의 비전을 담은 랜드마크 조형물로 김무기 작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24억 원의 비용이 투입돼 20086월 첫선을 보인 이 조형물은 당시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이다. 길이 27m, 높이 18.5m, 9m의 대형 크기로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진입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밤이 되면 낮 동안 축전한 태양광을 이용해 LED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외형은 흡사 남근(男根)을 연상케 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막식 당시 반응은 물론 최근에도 커뮤니티엔 민망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특히 조형물이 위치한 곳이 인천공항에 오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한국에 처음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대한 첫 이미지로 남근 형태의 조형물을 보게 되면서 인식이 나빠질까 우려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민망한 조형물로 기억될 일을 만들어야 하나” “가족·연인과 공항을 지날 때마다 부담스러워 빨리 치워줬으면 한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수십억 원의 비용을 들여 설치한 상징 조형물이 기획의도에 걸맞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으로 지적된다.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 5억 쏟았지만 애물단지’로
 
수억원을 들인 조형물이 그 의미를 상실한 채 수년간 방치된 경우는 또 있다. 5억 원의 비용을 들여 만든 충북 괴산군의 괴산 군민 가마솥이다. 괴산군에 따르면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이 가마솥은 지름 5.68, 높이 2.2, 둘레 17.8, 두께 5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제작에 들어간 주철만 43.5톤에 달한다.
 
▲괴산군민가마솥. (사진제공=괴산군)
 
충북 괴산군에서 군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제작한 것인데,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기네스북에 도전하기 위해 2005년 완성했지만 18년간 방치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기네스북 도전은 괴산군민가마솥보다 더 큰 호주의 질그릇에 밀려 실패했고, 이후엔 밥짓기, 옥수수 삶기 등 행사로 사용되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2007년부터는 이같은 행사도 더 이상 진행하기 민망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마솥 크기가 큰 탓에 조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긴 것이 이유였다.
 
5억 원을 들였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온 몸에 받고 있다. 제작 의도처럼 군민 화합을 이끌지도 못하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아픈 손가락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가마솥을 관광 명소인 산막이옛길입구로 옮겨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이전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가마솥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이전하는 데에만 2억 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마저도 제동이 걸렸다.
 
실제로 지난달 26일에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자신의 SNS를 통해 괴산의 초대형 가마솥은 최대’ ‘세계최초를 좋아하던 낡은 사고와 성과주의가 초래한 징비(懲毖)의 설치미술로서 한 발자국도 옮겨서는 안 된다고 이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군 화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반면교사로 전락한 셈이다.
 
팥죽은 물론 쇠죽도 끓일 수 없는 기네스북 도전 실패의 가마솥이 예산의 거대한 낭비와 허위의식의 초라한 몰락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김 도지사의 말이다. 초대형 가마솥 사례를 거울 삼아 과시할 수 있는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조형물이 시민들의 공감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예산이 효과적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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