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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지방자치제 이대로 좋은가(上-과도한 단체장 권한)
인허가권 쥐고 인사·예산 휘두르는 ‘제왕적 자치단체장’
지자체장 인허가권에 수십억 왔다 갔다… 비리 온상 지적
연이은 ‘낙하산 인사’ 논란… 지자체장 인사권 남용 비판도
견제 역할 지방의회 무용론… 권한·책임 강화 필요성 제기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7 00:07:00
1991년 출범한 지방자치제도가 올해로 33년째를 맞았다. 기존에 이뤄지던 상명하달식이 아닌 지역 실정에 알맞은 행정을 통해 지역 발전과 주민복지를 향상시켰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역이기주의로 지방자치단체간 갈등, 단체장의 각종 비리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지방자치제도 이대로 좋은가’로 선정하고 두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정치권이 들썩이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과도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연합뉴스)
 
[특별취재팀=한원석 팀장|양준규·신성수 기자]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을 두고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했다. 찬성이 많았지만 투표인원 과반수를 넘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이 대표가 받는 혐의들을 정리하면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많은 단체장이 각종 비리로 낙마하고 감옥에 가는 등의 불명예를 겪었다. 단체장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일어나는 이유로 단체장이 인허가권과 예산권,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는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허가권 대가 비리 연속… 임기 끝난 후 구속되는 자치단체장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 6개 기업에 건축 인허가권 또는 토지용도 변경 등을 대가로 수십억 원 대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 대표가 성남FC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치적 쌓기’를 위해 기업에 후원금을 요구했고 관련 기업들은 인허가와 관련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후원금을 낸 것이라고 적시했다. 반면에 이 대표 측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이며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와 관련된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지만 대북 불법 송금 혐의를 제외하면 성남 대장지구 개발 관련 의혹 등 대부분 성남시장 재직 시절과 관련된 사건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간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단체장이 마음 먹기에 따라 기업에 수십억 원에 달하는 헌금을 받고 수천억 원 규모의 토지 인허가로 부당 이득을 얻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게 아니냐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해당 자치단체를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하는 단체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소속 행정기관 및 관할 자치단체에 대한 지휘·감독권, 소속 직원에 대한 임명 및 지휘·감독권, 지방의회 의결사항에 대한 제안권, 규칙제정권, 선결처분권, 본예산 및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할 수 있는 예산안 편성 및 제출권 등이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장은 해당 지자체의 각종 사무·인사·예산 등을 아우르는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단체장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단체장의 비리 문제도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단체장이 다룰 수 있는 이권이 큰 지역에서 특히 심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성남시의 경우 초대 민선 시장인 오성수 전 시장이 관내 지하상가 개발과 관련해 1억6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김병량 전 시장은 한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에 압력을 넣어 특정 건축사사무소에 설계용역을 맡기도록 한 혐의와 무대 조명 장치 공사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대엽 전 시장은 뇌물수수 및 이권·인사개입 등으로 거금을 챙긴 것이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인·선거 공신 ‘낙하산 인사’ 온상… 인사청문 도입에도 효과 ‘의문’
   
▲ 12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낙하산 인사’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 민주당 전직 도의원 등의 ‘재취업장’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뉴시스)
 
지방자치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은 경제적 이권뿐만 아니라 인사권에서도 나온다. 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공무원의 수도 많을뿐더러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권도 단체장이 가진다.
 
이에 지방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 또한 지속돼왔다. 특히 직무와 상관없이 본인의 측근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기여한 사람에게 요직을 내주는 ‘보은 인사’의 폐해 또한 지적됐다.
 
12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변인단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직 도의원과 김동연 경기도 지사 모교인 덕수상고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장’으로 변질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경기도 일자리재단 북부 사업본부장에 김 지사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남운선 전 도의원이, 마찬가지로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오완석 전 도의원이 경기주택도시공사 균형발전본부장에 임명됐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경기대진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과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경기미래교육캠퍼스 양평본부장에도 전 민주당 도의원이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에는 파주도시관광공사 노조가 김경일 파주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최승원 전 경기도의원이 파주도시관광공사 사장 후보 면접을 본 것에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측은 “김 시장이 지난해 선거를 도왔던 인물들을 우리 공사에 앉히려고 한다”며 “공사가 정치인들의 자리 나눠먹기식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한 지자체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조례나 법률로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닌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며 “나중에 감사를 통해 중징계가 내려질 사안이 아니라면 단체장이 하자는 대로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체장의 인사권에 승진이 달려 있기 때문에 경징계 정도라면 단체장이 원하는 대로 하고 승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달 27일 정무직 부단체장과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9월22일부터 부시장·부지사, 지방공기업 사장, 출자·출연기관장 등을 대상으로 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가 공식화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인사청문 결과에 단체장이 기속될지 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아 단체장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청문회를 열고 대상자에 대한 부적합 의견을 보낸다고 해도 단체장이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치단체 별로 향후 제정할 조례에서 지방의회의 청문결과가 기속력을 갖도록 추가적인 제도가 도입될지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견제 못 하는 지방 의회… “의회·시민이 감시하는 성숙한 지방자치제 필요”
 
▲ 2022년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하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지자체장의 막강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은 지방 의회다. 중앙 정치가 삼권 분립에 따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나뉘어져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듯이 지방에서는 지방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한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단체장에 휘둘린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로 봐도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지자체장에게 행정권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장 권한이 강해지는 구조”라며 “지자체장의 행정권을 다른 곳에 넘길 수 있는 성격도 아니어서 권한을 축소하기도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방의회가 견제 기능을 해야 하지만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지방의회 다수를 지자체장과 같은 정당이 차지할 경우 작동하지 않는 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13일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권한 및 책임을 강화하는 규정이 다수 포함됐다. 먼저 의회 사무직원 임용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의원정수의 2분의 1 범위에서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의회 운영을 조례로 위임해 지역별로 정하도록 자율화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의 권한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방 의회와 시민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지자체장을 감시하는 성숙한 지방자치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남재걸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제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가를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듯이 지방자체단체장의 강력한 권한도 같은 장점이 있다”며 “권한을 축소하기보다는 지방의회와 시민들의 견제와 감시를 강화해야 하는데 지역 토호들이 힘을 쓰거나 한 정당만 밀어주거나 하는 경우 제대로 견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의 비리나 과오가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손해가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며 “의원들이나 시민이 정파적 논리를 배제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성숙한 관점을 가지는 것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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