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별 재정자립도 ‘극과 극’
지방자치제도가 시행 33년을 맞았지만 자치단체 재정 자립도의 지역별 편차는 ‘극과 극’을 나타내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에서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지자체의 필요 예산이 1000억 원이라 가정했을 때 자체 세입이 500억 원이라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50%가 된다.
행정 구역 내 큰 사업장이 있는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 단지가 있는 지역의 재정 자립도는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은 매우 낮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광역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에서 △서울 △경기 △세종 △인천 △울산이 매년 상위권을 차지했다. 서울의 경우 평균 재정자립도가 76.7%로 가장 높았다. 반면 △전북 △전남 △강원 △경북 △충북은 하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충청북도는 29.3%의 평균 재정자립도를 보여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초자치단체 재정자립도에서는 △성남시 △서울 강남구 △화성시 △서울 서초구 △서울 중구 등 5곳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해당 지역들은 매년 55% 이상의 재정자립도를 보이며 자체 수입이 세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하위권의 지자체는 평균 6%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했다. △경북 영양군 △전남 고흥군 △전북 진안군 △전남 완도군 △경북 군위군 등이 하위권에 속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자치단체는 나라로부터 일종의 지원금인 ‘교부금(교부세)’을 받지 않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자치단체는 서울시와 성남시·화성시 등이었다. 보통교부세는 해마다 재정수입이 기준치에 미달하는 자치단체에 미달된 비용을 충당해 주기 위한 것이다.
수도권 재정자립도 높아… 예산 의존에도 혈세 낭비 ‘만연’
재정자립도가 높은 자치단체를 보면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예산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4조6667억 원 늘어난 52조3838억 원으로 재정자립도 77.0%를 기록했다. 서울시의 자체수입 중 지방세 및 세외수입은 26조1817억 원으로 올해 예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강남구의 경우 60.4%로 올해 예산 1조7063억 원 중 지방세 및 세외수입이 절반에 가까운 7533억 원을 차지했다. 또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 일반조정교부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일반조정교부금이란 서울시가 해당 자치구에 주는 ‘조정교부금’ 중 일정액을 관할 시·군의 재정력지수에 따라 일반재원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이를 받지 않는 것은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의미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재정충족도 산정을 하는데 100%가 넘을 경우 일반조정교부금을 받을 수 없다”면서 “강남구가 올해 약 166%로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재정충족도 100%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타 자치단체에 비해 재산세 등으로 들어오는 세입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재산세 수입과 지방세 수입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자립도 30.5%로 광역자치단체 재정자립도 하위권에 위치한 충청북도의 올해 예산은 7조7742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7512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 평균(13조3809억 원)에 비하면 58.1%에 불과한 규모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충청북도의 경우 전체적인 세입이 증가했으나 정부 재원도 지난해에 비해 8.5% 증가했다”면서 “지방세 등 자주재원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충청북도의 경우 전체적인 세입이 증가했으나 정부 재원도 지난해에 비해 8.5% 증가했다”면서 “지방세 등 자주재원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체 수입이 적어 정부 예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자체에서 불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 엔씨소프트 앞에 있는 ‘동안교’가 그 사례로 지목된다. 2009년 판교 택지 개발 당시 설치된 이 다리는 육교의 역할도 하지 못해 쓸데없는 조형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분당구청 관계자는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보는 전망대의 역할”이라고 해명했지만 불필요한 시설물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고향사랑기부제 등 지자체 예산 자립 노력 시급”
지자체의 중앙정부에 대한 지나친 예산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1월1일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다. 지방재정 확충을 목표로 행정안전부에서 도입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에 기부금을 제공하면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10만 원까지는 전액을,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가 공제된다.
제도 시행 이후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를 앞세워 젊은 층과 연예인 등 각계각층의 기부 행렬이 이어졌으나 기부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허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기부인 ‘고향사랑e음’의 경우 답례품 지정 절차가 복잡해 고령층의 이용이 어려워 사용률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개입이 과도해 자치단체가 맥을 못 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간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 공정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지역별로 적합한 모금 방식 등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중앙정부에 맞추는 것은 곤란하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외의 유사한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고향납세제’를 운영하는 일본의 경우 기부자의 의견을 반영해 기부 분야를 선택하는 ‘분야 선택형’과 지자체에서 발굴한 프로젝트에 기부를 의뢰하는 ‘클라우드 펀딩형’ 등을 시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일본은 ‘고향납세제’를 시행한 2008년 81억4000만 엔이던 기부액이 2021년 8302억 엔(약 8조2000억 원)으로 약 102배나 급증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측면과는 다르게 일본 또한 기부할 경우 답례품을 주었는데 이로 인해 기부의 목적이 아닌 ‘답례품으로 인한 절세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 자체는 매우 좋지만 일본과 비교했을 때 기부금의 한도와 환급 수준이 너무 낮다”면서 “일본의 경우 평균 50~60%에서 많게는 70%까지 환급해준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일본처럼 기업이나 법인의 기부를 허용해주는 것 또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별 경쟁을 긍정적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Regionen Aktiv’라는 전국 단위 공모 사업을 통해 △농촌 지역 강화 △추가 소득원 창출 △소비자 관점 배양 △자원 친화적이고 환경적으로 양립 가능한 농업 대응 등을 목표로 한 ‘농촌 다각화’에 매진했다.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재정력이 탄탄한 대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를 예로 들면 1주일 중 4일을 수도권에서 거주하고 3일을 지방 별장 등에서 거주한다면 세금을 수도권과 지방에 4:3의 비율로 내는 것이다. 하 교수는 “외국처럼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재정 격차를 줄이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가 아닌 국세 부분의 지방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지방에 들어가는 전체적인 세금 비율을 높여야 지방의 재정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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