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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은 ...'))
“북한 이탈 주민이 한국에서 잘 정착하고 살면 이것보다 더한 통일에 대한 준비,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없어요. 내 가족이 한국 사회에서 돈 잘 벌어 북쪽 가족을 위해 송금해 주고 의약품을 보내 주는데 이보다 더 좋은 한국 홍보가 있을까요.”
윤여상(55)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1967년 전북 무주 안성면에서 태어났다.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그는 1986년 영남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뒤 같은 대학에서 탈북자 사회적응 관련 논문으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학교에서 정치학도로서 유별날 정도로 북한에 관심을 품고 공부한 학생이었다.
“당시는 우리 사회가 통일 문제·민족 문제·민주화 이런 것들을 많이 이야기하던 시절이에요. 대학을 다니면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자연스럽게 하나의 민족인 북한 사회를 공부한 거죠.”
윤 소장이 북한 관련해 가장 관심 갖는 주제는 북한 인권문제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로 넘어온 탈북자의 정착이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고 아무리 대북선전을 잘한다 한들 실제 남으로 건너간 내 부모·내 형제·내 가족이 한국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다면서 탈북민이 안정된 정착을 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이탈 주민이 이곳에서 못 살겠다고 다시 북한으로 도망간다면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뭐라고 생각할까요. 그런 남한하고 통일해 살고 싶을까요.”
윤 소장은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은 탈북자들이 결정한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탈북민을 북한에 대한 정보를 듣는 창구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역으로 그들이 북한에 정보를 보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현재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평화통일을 위한 전략 제1순위라고 강조했다. 또 남북관계 경색으로 정부 차원의 모든 공식 핫라인(통신선)이 단절된 상태지만, 민간 차원의 탈북 가족 간에 전화로 소통하고 송금하는 등의 교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한 간에 지금 핫라인은 다 끊어졌지만, 사실 그건 안 맞는 말이에요. 정부가 설치한 핫라인이 끊어진 것이지 눈에 안 보이는 민간의 핫라인은 한 번도 단절된 적이 없어요. 탈북자 상당수가 지금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하고 송금을 하거든요. 그게 위험하고 어려움이 있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피로 맺어진 가족과의 문제라 유지되고 있는 거죠.”
탈북자 관련 논문 1호 박사
“친구들이 지금도 학창시절 제가 북한총람이라는 두꺼운 책을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하곤 해요. 이 책은 남한의 북한연구소에서 나온 책이에요. 말 그대로 북한에 대한 정치·사회·문화 모든 걸 집대성했죠. 2003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올해 또 새로 나오는데 북한 인권 파트를 이번에 제가 썼어요.”
그는 대학시절 북한 관련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을 보려면 북한에 가야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북한에 마음대로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 여러 고민 끝에 남한에 사는 북한 출신, 즉 탈북민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과 소련이 철의 장막으로 단절돼 서로 대립할 때 미국은 소련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소련에서 탈출한 사람을 연구했거든요. 당시 지도교수가 북한은 못 가지만 북한을 탈출한 사람이 있으니까 그들을 연구하면 북한을 주제로 계속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조언을 해 주셨어요.”
30년 전인 1994년 ‘귀순 북한 동포, 한국 사회 정착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북한 사회의 인권 문제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그가 쓴 논문은 탈북자 관련 학위 논문 1호로 기록돼 있다.
“한국에 현재 3만4000명가량의 탈북민이 있지만, 당시 논문을 쓸 무렵엔 탈북자가 600명 정도밖에 안 되었죠. 그분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듣고 논문 작업을 했어요.”
탈북민들은 북한에서의 삶과 경험을 증언해 주었다. 그는 당시 탈북자들을 만나 논문 주제에 부합하는 한국 사회 정착의 어려움에 관련된 내용을 질문했으나 탈북민들은 그 과정에서 북한에서 겪은 인권 침해에 관련된 내용을 많이 진술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를 기록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윤소장이 뒤늦게 북한 인권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살았을 때,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이 모두가 인권 침해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얼마나 억울하게 북한에서 당했는지, 또 북한이 어떤 사회인지를 고발하는 내용이었죠.”
당시엔 북한 인권에 주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북한 인권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윤 소장은 말한다.
“제가 만난 탈북인들의 증언은 일상적 삶의 경험이 아니라 모두 ‘인권 사건·인권 피해의 경험’이었어요. 그들은 모두가 ‘사람 살려’라고 외치고 있었던 셈이죠. 탈북민들을 만나면서 이를 기록하는 일이 나의 할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북한 인권운동의 기나긴 싸움
1999년 한 해 처음으로 탈북민이 100명을 넘어섰다. 그해 정부는 탈북민 정착 교육을 위해 통일부 산하에 ‘하나원’을 설립했다. 그는 전공자로서 하나원 강의를 맡게 됐고 내부 협조를 받아 탈북민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탈북민 수가 급증해 혼자서 이 일을 도맡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뜻있는 주변 분들과 2003년 북한인권정보센터를 만들었다.
2006년 한해 2000명이던 탈북민은 2009년에는 2927명까지 늘었다. 2012년 김정은 등장 이후 탈북민 수는 줄어들었다. 조·중(朝中)국경 통제와 처벌 수위가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 소장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북한인권백서’와 ‘북한종교자유백서’를 매년 발간했다. 그는 백서와 연구결과물이 발간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인권 피해자를 지켜보며 그 고통을 당장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무력감도 컸다.
그는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관심과 정치적 진영 논리로 늘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털어놨다.
“진보 정부라고 불리는 정권이 등장할 때마다 하나원에서 실시되는 북한인권 조사를 몇 차례 중단시킨 적이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좌절감이 컸어요. 인권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인데 이걸 좌우 진영의 이념 논리에 따라 민간 차원의 업무를 막는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죠.”
윤 소장은 그럴 때마다 ‘인디언 기우제’를 떠올리며 버텼다고 말했다. 인디언 기우제란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사실상 100%다. 이처럼 그는 앞으로도 끝까지 북한 인권을 위해 싸울 작정이다.
“인권의 역사에는 단 한 번도 실패의 기록이 없어요. 다만 빠르게 개선되지 않을 뿐이죠. 과거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듯 북한 인권도 그런 자세로 끈질기게 노력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포기하는 일 없이 그 길을 나아가야 하는 거죠. 그러면 북한 인권 문제도 언젠가는 반드시 개선된다고 믿어요.”
윤여상 소장 프로필 △1967년 전북 무주 출생 △1986년 영남대 정치학과 입학 △영남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한국정치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통일부 정책평가위원 △북한인권시민연합 집행위원 △2004년~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2007년 ‘북한인권백서’와 ‘북한종교자유백서’ 발간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통일융합법무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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