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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중국의 빈자리를 채울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중국에 인접한 베트남, 자원부국인 인도네시아, 미국 수출에 유리한 멕시코, 거대 소비시장을 확보한 인도 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상품(ETP)의 수익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달러약세·긴축완화 등에 힘입어 신흥국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인니·멕시코 ETF 두 자릿수 상승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흥국인 베트남·인도네시아·멕시코·인도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11개 종목은 최근 한 달간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8.3%로 선진국 지수에 속한 미국의 S&P500(3.3%)·다우산업(3.8%)·나스닥(1.8%)과 중국의 상하이(1.4%)·선전성분(0.2%)을 3배 이상 뛰어넘었다.
ETF 종목 중에서는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이 11.55%로 가장 높았다. 이 종목은 인도 대표지수인 Nifty50을 2배 이상 추종하며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등 우량기업 30곳에 투자한다.
‘ACE 인도네시아MSCI(합성)’도 10.87%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인도네시아 기업의 성과를 나타내는 MSCI 인도네시아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는 종목이다. 멕시코의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ACE 멕시코MSCI(합성)’의 상승률도 10.31%로 평균치를 넘어섰다.
시장에서 신흥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에서 신흥국으로 유입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신흥국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초 105.6을 찍은 뒤 하락하며 21일 101.5로 주저앉았다.
신흥국 중에서도 베트남·인도네시아·멕시코·인도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 세계 패권을 두고 무역갈등을 벌이며 ‘탈중국’ 행보를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개국이 중국의 ‘세계 공장’ 지위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친서방 진영의 기업들은 중국에서 신흥국 4곳으로 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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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중국과 인접한 베트남은 값싼 인건비 등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 애플 협력사인 폭스콘을 비롯해 레고·코카콜라 등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겼다.
높은 경제성장률도 강점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8.0%로 동남아 평균치(5.6%)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에도 6.5%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베트남 인구가 조만간 1억 명을 돌파하는 점도 소비시장 형성에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인도네시아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과 천연가스·석탄·팜유·고무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바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량은 2021년 기준 8억3600만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30.8%를 차지한다.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고자 LG에너지솔루션·CATL·현대차·포드·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은 현지에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구가 2억8000만 명에 달하고 특히 젊은층(0~24세)이 42.7%를 차지하는 점도 성장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동맹국들은 향후 중국과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적극 협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5년간 미국의 인도네시아 FDI(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율은 평균 50%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중장기 성장산업 밸류체인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니어쇼어링 멕시코, 프렌드쇼어링 인도 수혜 기대
멕시코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니어쇼어링(인접국가로 생산시설 이동) 수혜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제조업 기업들은 중국의 대안으로 멕시코 진출을 선언하거나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테슬라·GM·포드 등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BMW·지멘스·폭스콘 등 유럽·중화권 기업도 멕시코로 제조업 거점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저렴한 인건비와 미국과 근접성을 바탕으로 한 낮은 생산비용, 제조업 클러스터와 풍부한 자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외경제력 환경 등이 멕시코의 제조업 시설 유치에 이점으로 작용했다”며 “신냉전 시대에는 진영 간의 경제 블록화·디커플링이 더욱 가속화되고 특히 서로 소비시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간지대에 있는 멕시코의 글로벌 제조 거점으로서의 가치는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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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에 올라선 인도도 ‘세계 공장’의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애플은 작년 9월 출시한 아이폰14를 인도에서 생산한 데 이어 아이패드 중국 생산라인을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구글 ‘픽셀(Pixel)폰’의 일부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인도에 300억 원 규모 양문형 냉장고라인을 증설했고 삼성전자는 갤럭시S23의 인도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도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빠른 경제 성장 속도도 강점이다. 인도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연 6% 이상 고도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S&P글로벌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까지 연 평균 6.3% 올라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배정윤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프렌드쇼어링 등 공급망 재편을 하고자 하는데 일환으로 IPEF를 추진하는데, 인도가 집중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인도 역시 정부 차원에서 법인세율 인하와 외국인 투자한도 상향정책으로 FDI 순 유입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만 신흥국 상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글로벌 은행 불안으로 경기회복 기대가 약화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자금 유출 요인과 선제적 금리인하 여력, 신흥국 익스포져 확대 수요 등 유입 요인이 병존한다고 짚었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신흥국에서 대규모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을 견인한 주요국의 금리인상 여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신흥국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은행 불안의 확산 또는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 신흥국 자금 흐름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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