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환의 시사저격] 인재지변 못 벗어난 후진적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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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예방 못 하는 반신불수 정치가 문제
훈육 부재와 비인간적 발상이 사건·사고 불러
거짓말 밥 먹듯 하는 정치인은 교육에 유해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23 06:31:40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빗나가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종의 인재지변(人災之變)이다. 기후변화로 대화재가 생기고 기온이 치솟는 등 전에 없던 천재지변이 빈발하고 있는 위기의 시대에 한국에서는 천재에 필적할 인재지변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처방전을 내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차분하게 원인을 생각해 보고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남 탓만 하다가 소리나 지르고 삿대질이나 하고 지나간다면 더 큰 인재지변이 일어날 것이다.

우선 이태원참사부터 생각해 보자. 좁은 골목에 수천 명이 몰려 순식간에 150여 명이 압사한 사건이다. 관련 당국 공무원들이 인간존엄에 대한 의식이 높았다면 그렇게 무성의하게 처신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귀찮더라도 현장에 갔을 것이고 예방에도 신경을 썼을 것이다. 또 이태원 거리 현장에서도 자율적인 질서 정리가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골목에 인파가 몰려 위험성이 감지됐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교통정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에 문제가 된 잼버리대회도 이면에는 관료들의 비인간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이 인간존엄에 대해 제대로 된 의식이 있었다면 물도 안 빠지는 허허벌판의 폭염 아래 어린 학생들을 수만 명씩 모아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생길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새만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그런 위험을 자초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이라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처사다.

14명이 물에 잠겨 순식간에 사망한 충북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사고도 같은 맥락이다. 집중호우로 홍수와 범람이 예견되었지만 설마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그렇게 자기 편익만 챙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은 어떤가. 이런 비극이 있기까지 수많은 경고음이 울렸다.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교실이 무너지고 교권이 사라진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 학생인권조례라며 교사들의 훈육권을 박탈할 때부터 예견되었던 사태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권리만 강화해 놓고 학부모마저 ‘금쪽같은 내 새끼’ 편을 들었으니 선생이 설 곳은 없었다. 그 학부모들도 대개 훈육이 없이 자란 세대다. 훈육은 공동체를 위한 규범교육으로서 민주시민 양성에 필수적이다.

훈육이 제대로 작동한 세대는 귀한 자식일수록 더 나무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처럼 교사에게 “애를 어떻게 케어하는 거야? 당신은 자격이 없어”하며 유세를 부리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 새끼 지상주의에서는 무질서와 비인간성이 쑥쑥 자라난다. 이런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 놓으면 이미 학생인권조례로 힘을 잃은 교사는 속수무책이다.

최근 신림동에서 일어난 무차별 노상살인과 동네 공원 오솔길의 성폭행 살인사건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흉악범 사건인데 이런 범인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났는지도 복기(復碁)해봐야 할 것이다.

훈육이 증발한 교육은 비인간성과 무질서를 확대재생산하고 그 결과가 군대로, 각 직장으로, 전 사회로 퍼진다. 우리가 매일 신물이 나도록 보고 있는 난장판은 그런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생을 때리는 학생, 그리고 맞고 있는 선생을 멀거니 보고만 있는 학생들이 나중에 어떤 인간성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것인가.

또 최근에 일어난 어느 해병대 대령의 항명사건은 어떻게 볼 것인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자부하던 곳에서 대령이나 되는 고급장교가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상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방송에 나가 상관을 비난하는 일은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런 현상을 관통하고 있는 코드가 있다면 무질서와 비인간성(양심 마비)이다. 그리고 이것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다. 정치는 그만큼 대표성과 영향력이 강한 존재다. 정치는 당면한 문제들을 제때 해결하고 예견되는 문제들을 제때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반신불수 상태다. 권력 중독에 빠져서 사리 분간을 못 하고 있다.

매일 국민의 눈앞에 나타나는 한국 정치는 어떤 모습인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모습, 그러고도 애국자인 척 낯 두껍게 위선을 떠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엇을 느낄까.

정말 한국정치야말로 교육에 해롭다.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하고 수천 억 비리 사건에 휘말린 사람을 당수로 모셔 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제 잘난 체만 하고 있는 사람들. 이들의 무감각이 제자한테 얻어맞는 선생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던 초등학생들과 무엇이 다른가.

구월환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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