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자유와 대의 모르는 한심한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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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의 소련과 스탈린의 소련은 다르지 않다
대의민주주의는 대표자에 권한 위임하는 것
자유민주주의 소중함 모르면 국회를 떠나야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08 06:31:30

요즘 핵무기를 최초로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되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정복이라는 야욕을 가진 독일이 핵무기를 먼저 개발하면 안 되기에 미국 정부는 당대 최고 엘리트 과학자들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통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핵무기 사용의 첫 대상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독일이 아닌 일본제국이 되었다. 이는 또한 대한민국의 독립과 건국의 기반을 만들어 주는 나비효과를 가져왔다.

악(惡)의 상징과도 같았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Nazi)’의 이름은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National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의 약자다. 히틀러는 게르만족의 우수성이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파간다로 당권을 장악하고 곧이어 국가 총통이 되면서 그 악명을 전 세계에 떨치게 되었다. 히틀러의 나치가 주동한 2차 세계대전은 잠시나마 미국 등 서방 진영과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과의 군사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연합군과 소련이 협력했다고 2차 대전의 소련과 6·25 전쟁의 소련이 다른 국가인가? 소련은 변함없는 소련이었으며 단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을 뿐이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가 공산화된 이후 주변국들은 하나둘씩 소비에트연방에 복속된다. 결국 1922년 소비에트연방이 최초 성립된 이래 1939년 2차 대전과 1950년 6·25전쟁 그 이후에도 소련의 세계 공산화의 목표엔 변함이 없었다. 가만히 보면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은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과 그 명칭부터 매우 유사하다. 레닌은 히틀러와 유사하게 폭력적 좌익 세력인 ‘볼셰비키’를 선동하여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볼셰비키 혁명에 성공하면서 당 명칭도 ‘러시아 공산당’으로 개명한다. 당초 볼셰비키 혁명의 목적은 ‘무산계급에 의한 정권 탈취와 체제 변혁’으로, 이것은 무자비한 폭력을 통한 ‘기존 사회·정치·경제 체제의 파괴’를 말한다.

기실 히틀러가 장악했던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이나 레닌이 장악했던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이후 공산당)’이나 그 명칭과 폭력의 유사성을 토대로 큰 틀에서 보면 차이가 없었다. 단지 레닌이나 스탈린보다 히틀러가 먼저 전쟁을 도발하고 나치 제국을 건설했을 뿐이다. 결국 스탈린의 허가와 수많은 군수물자 지원으로 시작된 6·25 전쟁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파괴해 세계 정복을 이루겠다는 ‘소련의 야욕’을 그대로 보여 주는 역사의 진실인 것이다.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는 홍범도 논란에서 그의 ‘공산당 가입 시기’를 두고 ‘레닌의 소련은 스탈린의 소련과 다르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다. 과연 레닌이 죽지 않았다면 스탈린의 소련과 달랐을까? 당초 ‘전 세계의 공산화’가 목표였기에 별반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왜 국방부는 이러한 단순하고도 명쾌한 사실을 확실히 설명하지 못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좌익 세력들의 농간과 프레임 공작에 끌려 다니고 있을까? 한심할 지경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역을 상당 부분 점령한 히틀러는 과거 나폴레옹이 그랬던 것처럼 동진(東進)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공동의 적이 생긴 만큼 연합군과 소련은 각각의 목적을 위해 공동 대응한 것뿐이다. 게다가 소련도 승전국이라고는 하나 그 승리는 군사적 역량보다는 기후라는 중요 변수를 고려치 않은 프랑스·독일 군부의 전략적 판단 실수에 기인했을 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유우방국가들에게 소련은 단지 ‘적의 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전후 러시아소비에트가 중심이 된 소련이 그 세력을 확장하며 결국 나치 독일의 역할을 대체하게 되었으며 전 인류는 ‘냉전시대(Cold War)’라는 암흑시대를 1991년 소련체제 붕괴 시까지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곧이어 소련의 후신 러시아와 공산주의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反)서방 진영에 의해 경제·기술 우위 선점이라는 비군사적 대결의 ‘신(新)냉전 시대’를 강요받았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또 다시 군사적 대결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어찌 보면 히틀러와 스탈린의 대를 잇는 ‘푸틴의 폭주’와 ‘시진핑의 만용’ 그리고 ‘김정은의 무력 도발’은 온 인류를 안보 위기 속에 빠뜨리고 있다. 다행히도 정부는 미국·일본·NATO 회원국들과의 연대 강화로 안보 위기상황에 현명하게 잘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비참할 지경이다. 5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일부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국민 개개인인 주권자로서 직접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6일 이재명 당 대표도 이에 동조했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원하는 세상은 투표에 의한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가 아닌 인민위원회에 의한 직접 통치인가? 정작 그 제도로 고액 연봉의 국회의원 직업을 얻은 자들이 대의(代議)의 뜻도 모르고 설치는 황당하고도 암울한 상황, 그 창피함은 오로지 국민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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