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울림]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탈북인들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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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2 06:31:00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 저 멀리 북녘의 고향 하늘가를 바라보고 서 있노라니 소리 없이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숨이 차오른다. 이 가슴 아픈 소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하늘에 빌면서 이름 없는 한 망명자의 마음을 글로 남겨 본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니 마음도 몸도 쓸쓸하고 외로운 추석이 며칠 안 남았다. 타향살이 햇수로 21년, 가슴 찢어지는 이별의 슬픔이 가슴이 터져 오는 그리움으로 변하여 근 20년 세월 속에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는 고향 땅이다.

즐거움을 누리고자 며칠 말미를 두고 떠난 여행길에서도 날이 가면 풀벌레 우는 소리만 들려도 그리워지는 것이 고향인데, 기약 없는 장장 긴 타향살이에 탈북인 그 누구인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잊을 자가 있겠는가.

밤마다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귀한 생명을 끊은 이도 있다. 고향이 그리워 다시 북으로 갔다 온 이도 있다. 두만강가에 서서 강 건너 고향 산천을 바라만 보며 눈물을 흘리다 돌아오는 이들도 있다. 밤마다 고향 생각에 잠 못 드는 자 수천수만 명이다.

그러나 남이야 울든 말든 가슴 아픈 이들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자들도 있다. 언젠가는 어느 단체에서 탈북인들에게 “이제라도 북한에 가고 싶은가?” 하는 내용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탈북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자신들의 속마음을 말했다. “고향이 그립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런데 그 단체의 설문 조사 결과 발표가 더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탈북자들 거의 모두가 한국 정부가 싫고 이 땅에서 살기가 어려워서 다시 북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반응은 심각했다. 북한의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보라! 남조선으로 도망쳤던 자들 모두가 사람 못 살 남조선 사회에서 살기가 어려워 장군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고 정치선전을 하며 떠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탈북인들을 ‘배은망덕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한심한 인간들’로 매도하며 뒤에서 비난했다. 한국의 언론들은 타향살이의 설움을 마음 한구석에 항상 묻고 살아가는 탈북인들의 가슴에 마구 난도질을 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그 어떤 ‘정치적 개념’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이 가진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이다. 타향살이하는 사람에게 고향은 어렵고 불행할 때에만 그리운 곳이 아니다. 지금 자신들이 무한히 행복하고 근심과 걱정이 없어도 언제나 늘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 바로 고향이다. 아니, 어찌 보면 어렵고 몸이 고달플 때는 잠시 잊었다가도 근심과 걱정이 없어지고 여유로워지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지는 것 같다.

고향이란 바로 그런 것이기에 옛 지인들은 기약하기 어려운 먼 길을 떠날 때는 고향의 흙 한 줌을 싸안고 길을 나섰으며, 낯설은 타향에 뼈를 묻으면서도 주머니 속에 담긴 ‘자그마한 고향’을 품에 안고 갔다.

나에게도 역시 고향이란 바로 그런 것이기에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그날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간다. 어쩌다 친구들과 마시는 술 한 잔에도 항상 나의 그리운 고향을 담아서 마시곤 한다.

두고 온 고향을 잊지 못해 눈도 감지 못하고 먼저 저세상으로 간 이산가족들의 원한이 하늘에 쌓이고, 그들이 고향의 하늘가를 향해 뿌린 눈물이 모여서 해마다 남과 북을 폭우와 물바다에 잠기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껴 보지 못한 이들이 어찌 남의 아픈 마음을 다 알겠는가만, 그래도 언제나 가슴 한구석에 설움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인들을 한국 정부와 국민의 은혜도 모르는 인간들로 매도하지는 말라.

우리는 한국이 싫어서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오직 내 고향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자유롭고 잘살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김일성 가문 추종자들은 명심하라. 우리는 고향의 아름다운 하늘과 땅, 그리고 정든 사람들이 그리울 뿐이다. 3대 독재자의 반인민적인 독재와 굶주림·감시·처형·지루한 생활 총화·우상화 학습·거짓말 선전은 영원히 싫다. 그것이 싫어서 눈물을 뿌리며 고향을 떠난 우리다.

지금도 여전히 북한에는 그것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고향으로 못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기어이 힘을 키워서 머지않아 사랑하는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며 온 힘을 다하여 우리의 고향 땅도 자유롭고 부유한 무릉도원으로 가꿀 것이다. 서울에서.

김태산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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