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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장기적인 고금리’를 예고했다. 미 기준금리가 5.25~5.5%로 우리의 3.5%에 비해 2.0%p 높아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연준이 예고대로 연말까지 또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금리 격차가 2%p를 뛰어넘으며 외환시장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문제는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심각한 한국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와 함께 은행의 대출·예금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 작년 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은행권은 긴축 장기화뿐 아니라 정기예금 만기 도래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당분간 대출·예금 금리가 모두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가계부채가 심각해지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에 101.7%로 세계 네 번째다. 국제금융협회(IIF)는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중국과 한국·태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한국의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9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기침체 발생 확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보면 세계 주요 43개국 중 우리나라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곳은 스위스(128.9%)와 호주(113.6%)뿐이다. 전 세계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평균은 61.9%다. 3분기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9300억 원(정책모기지론 포함) 증가한 1073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부채 급증은 문재인정부 기간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급증,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정부의 확장 재정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한데 윤석열정부 들어 금리인상 등 강도 높은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최근 부동산 경기가 완화되고 있다는 인식에 가계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그간의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감축이 이뤄지고 있었으나 4월 들어 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로 전환됐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주택시장 연착륙 목적의 정책 시행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정책 간에 상충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화·재정 당국 간 긴밀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없이 지속해서 증가해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부동산 등 우리나라 가계의 높은 실물자산 보유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부채 규모를 GDP 규모 이내로는 축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목 GDP 성장률 이내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유지하는 방향의 점진적인 부채 축소가 시급하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연평균 명목GDP 성장률 4%·명목 가계부채 증가율 3%를 가정할 경우 GDP 가계부채 비율은 2039년 약 9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과 기획재정부 등 통화·금융 당국은 급증한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취약 계층이 빚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에 나서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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