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정치 혁신 아닌 국민 혁신 필요한 때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정치를 한다는 것 위편삼절(韋編三絶)의 노력 있어야
갈 길 잃은 여당 그리고 거대 야당의 한없는 천박함
질 나쁜 자들이 지배하는 암울한 대한민국 정치 현실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7 06:31:20

‘혁신(革新)’이라는 단어는 ‘가죽(革)’을 벗겨 ‘새것(新)’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즉 가죽이 벗겨지는 고통과 함께 새롭게 만들기 위한 피땀 어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때로 ‘개혁(改革)’이나 ‘혁파(革罷)’와 혼용되기도 한다. ‘개(改)’와 ‘파(罷)’는 ‘신(新)’과 그 방법에 있어서도 차이를 가진다. 혁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이노베이션(Innovation)’으로 혁파를 의미하는 ‘애볼리션(Abolition)’과 진화를 의미하는 ‘에볼루션(Evolution)’과 다른 것처럼 말이다.

기업의 경우 신속한 ‘이노베이션’이 가능하다. 기업 오너의 명령이나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일순간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모두가 고용계약에 따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 지시받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운영과 정치는 기업 운영과는 특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부는 공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오로지 근본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며 정당과 정치인의 언행 역시 국민의 뜻을 결코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정치계에서 주장하는 혁신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정신적·물리적 방법이 필요할까? 낡은 법과 제도를 없애는 혁파(애볼리션)라는 측면에서 보면 쉽게 가능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급진적 혁명(革命)이나 쿠데타를 통하지 않는 이상 자유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에서 기존 정치 풍토의 변화는 현실적으로 급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점진적 진화를 통해서나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지금 여당이나 야당에서 추진하는 혁신은 누구를 위한 혁신일까? 사실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권의 실태를 개선하는 혁신보다는 정치권에 쉽게 휘둘리는 국민 스스로의 혁신이다. 이것이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혁신 역시 정치 혁신의 근본적 의미를 놓치고 있다면 국민에게서 외면받을 것이다.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근간은 각 지역구의 국회의원으로 이루어진다.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민심을 잘 헤아리는 사람, 검증을 거쳐 지지를 받는 사람이 투표로 선발되는 것이다. 혁신이란 미명 아래 해당 지역과 연고가 없는 인물을 지정해 놓고 그에게 투표하라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벗어난 행위이며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다. 정치권의 이러한 구태의연한 행태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은 바로 국민의 몫이다.

그런데 사전 협의나 조율도 없는 일방적 통보를 순순히 받아들일 기성 정치인이 있을까. 게다가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상황에서 현 지역구 의원들을 다른 곳에서 출마하게 하고 그 지역구에 새로운 인물들을 보내는 것은 양쪽 지역구 주민들 모두를 너무 하찮게 보는 것이 아닐까. 정작 국민을 얕잡아 보는 이러한 시각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의 대상’일 것이다.

정치계의 혁신을 논하기 이전에 정치인들 스스로의 ‘위편삼절(韋編三絶·책을 하도 읽어 가죽으로 맨 책 끈이 세 번 닳아 끊어졌다는 뜻으로 성심으로 노력함을 비유)’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정치 지망생들은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 생각이라도 해 본 것일까.

이것은 비단 국힘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보면 볼수록 더욱 가관이다. 그 천박함이 끝이 안 보일 지경이라서 감히 선진국의 정치인이라고 입에 담기에도 창피할 정도다. 최근 586세대의 대표적 정치인인 송영길 의원(63년생)은 한동훈 법무부장관(73년생)을 가리켜 “어린 놈·건방진 놈”이라고 막말을 했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61년생)은 “정치를 후지게 하는 건 한동훈 같은 ××(들)”이라는 욕설을 했으며, 한 장관보다 나이도 어린 여성인 유정주 의원(75년생)은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너는, 구토가 나고…”라는 말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이를 중요시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오빠뻘인 한동훈 장관을 ‘너’라고 칭한 유정주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다. 그녀는 찢어진 청바지 사건은 물론 도로가 아닌 국회의원회관 안 실내 복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기행(奇行)’을 벌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그러한 행동은 ‘유니크’하다기보다 비상식적이다.

‘처럼회’ 멤버들은 언급하지도 않겠다. 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의 대상인데 그를 비호하는 세력에게 정치인, 아니 선진시민의 소양이 있기는 할까. 이 나라와 정치를 병들게 하는 것은 철부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아직도 자신들만이 옳다고 믿는 ‘586 운동권’으로부터 비롯된 ‘한국식 PC주의(Political Corrrectness·정치적 올바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식 PC주의란 좌파 정치인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다는 명분하에 성소수자·장애인 배려 등을 자신을 어필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위선적 행태를 비꼬는 표현이다.)

플라톤은 ‘국가(The Republic)’에서 “훌륭한 사람은 돈이나 명예를 바라고 정치를 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만일 그들이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받게 될 가장 큰 벌은 자신들보다 못한 자들에게 통치받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즉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의미인데 지금 우리는 플라톤이 말한 가장 큰 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은 저질 정치인들에게 쉽게 농락당하지 않도록 국민 스스로 혁신할 때다.

박진기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