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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이 제때 갚지 못한 대출 연체액이 1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1년 만에 8조 원 정도 불어난 규모이자 역대 최대치다. 자영업자 1명이 받은 대출액도 평균 4억 원을 웃돌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리가 0.25%p 오를 시 이자만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대환대출·정책자금 등을 통해 자영업 다중채무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의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총 743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기록이자 작년 2분기 말(700조6000억 원)과 비교해 6.2% 늘어난 규모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분석한 자료다. 여기서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과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다.
이 기간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도 172만4000명에서 177만8000명으로 3.2% 증가하며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자영업자 1명이 빌린 돈도 컸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 원으로 1년 전(4억600만 원)보다 1000만 원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강타한 2020년 1분기(4억3000만 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원리금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액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은 6월 말 13조2000억 원으로 작년 6월 말(5조2000억 원)과 비교해 2.5배 불어났다. 전체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에서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연체율도 1년 새 0.75%에서 1.78%로 1%p 이상 치솟았다. 모두 역대 최대·최고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상황 하에서의 정부의 지원이 끊어지고 있고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가 부진한 이 세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현재 소비가 뚜렷하게 회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경기 상황을 개선하고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자영업 다중채무자 평균 대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나타났다. 서울의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대출액은 6억300만 원에 달했다. 대구가 4억91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경기(4억2800만 원)·부산(4억2700만 원)·제주(4억2700만 원)도 전국 평균(4억1800만 원)을 웃돌았다.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로는 충북이 2억9300만 원에서 3억1600만 원으로 7.9% 올라 가장 높았다. 서울이 6.1%(5억6800만→6억300만 원)로 두 번째였다. 이어 광주 5.9%(3억3800만→3억5800만 원)·제주 5.8%(4억400만→4억2700만 원)·강원 4.5%·(2억7000만→2억8200만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전체 대출 잔액이 1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뛴 곳은 세종(44%·5조6000억→8조 원)이었고 대출자 증가율 1위 역시 세종(53.5%·1만3000→2만 명)이 차지했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전체 및 1인당 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인 만큼 금리가 오를수록 이들의 이자 부담은 빠르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은이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2분기 말 743조9000억 원)와 변동금리 비중(추정치 64.5%)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전체 이자는 1조3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증가액은 연 73만 원 수준이다. 금리가 1.0%p 오르면 전체 및 1인당 평균 이자는 각각 5조2000억 원, 291만 원 급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실 위험에 대비하는 동시에 대환대출·정책자금 등을 통해 자영업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부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영업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대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영역을 민간 금융기관이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필요에 따라 정책자금 대출을 저리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규제 비율을 만들어 자영업 대출에 대한 무제한적인 지원은 제한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예견된 문제였고 지금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은 충당금 확충과 다중채무자 중심으로 대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신용 있는 자영업자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용평가 내실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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