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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를 잃은 잔디밭이 푸른빛 조명을 입고 망망대해로 변신한다. 드넓은 바다 위로 찬란한 빛에 휩싸인 돛단배가 떠가고, 돌고래가 빛을 튕기며 튀어 오른다. 도심 속 호수 변에서는 빛의 궁전이 열리고 모두가 꿈꾸던 동화 같은 겨울이 펼쳐진다.
날씨가 추워지고 밤이 길어질수록 더욱 환하게 살아나는 숲과 호수가 있다.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과 서울 잠실 석촌호수는 루미나리에 콘셉트를 통해 겨울철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한다.
빛의 예술 루미나리에
루미나리에는 빛 또는 조명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르네상스 시대 건축물 외부를 조명으로 치장했던 데에 기원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왕실 행차를 빛내기 위한 장식이었으나 점차 가톨릭 성자를 기리기 위한 종교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국내에는 2003년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길에 아치 구조물을 올려 빛의 터널을 연출하는 ‘갤러리아’, 병풍 같은 구조물 ‘스팔리에라’, 건물 윤곽을 따라 전면부를 치장하는 ‘파사드’로 표현된다.
국내에서는 연말 무렵 겨울의 황량함을 지우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루미나리에 축제가 개최된다.
2023 밤밤곡곡 100선 아침고요수목원
경기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은 2007년부터 ‘오색별빛정원전’을 열고 있다. 봄·여름·가을 동안 생명력을 뽐내던 식물들이 추위에 고개를 떨구고 겨울나기 채비에 들어갈 무렵 수목원은 오색 빛깔 때때옷으로 갈아입는다.
매년 12월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겨우내 진행되는 ‘오색별빛정원전’은 정원을 도화지 삼아 열리는 빛의 전시회다.
수목원에 불이 들어오는 것은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인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토요일에는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 축제에 사용하는 조명은 친환경 LED 전구로 식물의 생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하경정원은 아침고요수목원을 대표하는 코스로 드넓은 정원을 덮은 수백만 개의 불빛이 장관을 이루며, 아침광장은 숲속의 바다의 콘셉트로 관람객을 착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달빛정원은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가득해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다. 수목원에서는 축제 기간 산타와 함께하는 겨울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편 아침고요수목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야간관광자원 ‘2023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선정됐다.
초대형 불가리 백금 목걸이… 석촌호수 빛 축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는 ‘빛으로 이어지는 마음과 마음’이라는 주제로 루미나리에 축제가 펼쳐진다. 송파구는 지난해 처음 개최한 이 축제가 시민의 호응을 얻자 올해는 더욱 크고 화려하게 준비했다.
축제 상징 조형물인 대형 루미나리에도 규모를 3배나 키웠다. 이번 행사에 투여된 전구만 2만 개에 달한다.
동호 중앙에는 못 보던 구조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르펜티 라이트는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의 세르펜티 화이트골드 목걸이를 형상화한 조형물로 높이가 18m에 이른다. 세르펜티는 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한다.
이 조형물은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 75주년 기념 작품으로 싱가포르·런던을 거쳐 서울 석촌호수를 찾았다. 길이 60m의 이 대형 조형물은 설계부터 제작까지 9개월 이상이 소요됐다고 한다. 총 15만 개의 마이크로 LED 조명을 사용함으로 그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다.
이 밖에도 석촌호수 곳곳에서는 △환한 빛의 터널 루미나리에 갤러리아 △가을과 겨울을 테마로 하는 하하호호 미디어아트 △레이저 조명이 만드는 70m 반딧불 조명길 △불빛 속의 그대 포토존이 있다. 축제 기간 롯데물산은 롯데타워 전면에 ‘빛’을 주제로 한 미디어 파사드를 연출한다. 기타 플리마켓과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경관조명과 포토존은 내년 2월29일까지, 세르펜티 라이트는 내년 1월1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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