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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던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수요 둔화·원자재 가격 하락의 여파를 맞아 올해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저렴한 배터리도 견제해야 하는데 전기차 수요 회복이 당분간 더딜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체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업황이 개선되면 다시 도약할 준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2차전지 업계 숨통 죄는 전기차 수요 둔화·원자재 가격 하락
배터리와 전기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고, 전기차의 수요 활성화가 배터리 업황의 희비를 가른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선 보조금 축소·전기요금 인상 전망·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수입차포함)은 2022년 15만7906대에서 83대 줄어든 15만7823대를 기록했다.
매년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친환경차 판매가 본격화된 이후 연간 판매량이 역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을 기점으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1년 109%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2년 56.9%·2023년 36.4%로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도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양·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판매 시점의 광물 가격을 기준으로 연동하기 때문에 단가를 올릴 수 없어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성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코미스(KOMIS)의 희소금속 월간동향에 따르면 리튬의 경우 지난해 12월 ㎏당 89.93위안으로 집계됐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6~7월 ㎏당 300위안 선에서 5개월여 새 80위안대로 내려앉았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이은 배터리 단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철·인 등을 소재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인기를 얻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 배터리 업계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데 니켈·코발트·망간 등 물질을 조합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가 주축이기 때문에 LFP 대비 단가가 더 비싸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리튬 가격 하락 등에 따라 LFP가 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우리 업계는 배터리 가격 인하 압력도 받고 있는 상태다.
배터리 3사, 3분기부터 실적 둔화 두드러져… 속도 조절 등 ‘내실 다지기’
악화된 대내외 환경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실적에도 여파가 이어졌다. 지난 10일 잠정실적을 공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1.8% 증가한 33조7455억 원·영업이익은 78.2% 늘어난 2조163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382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53.7% 감소했다. 심지어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881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매출도 8조14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7% 역성장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 SDI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 줄어든 3893억 원·매출액은 2% 줄어든 5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 기준 시장 기준치보다 19% 낮은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도 2022년부터 적자를 이어왔으며 지난해에도 흑자 전환에는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IRA 관련 AMPC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거라는 기대감을 키웠으나 전기차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증권가를 중심으로 흑자 전환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스코의 2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도 전기차 불황에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359억 원으로 1년 전(1659억 원)보다 78.4% 줄어들었다고 23일 공시한 바 있다.
각 업체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설비 가동 시점 조정 등 속도 조절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배터리 생산을 크게 늘려왔던 만큼 수급 조정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배터리 업체들이 수급 조절에 나섰기 때문에 업황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세가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배터리 업체들이 ‘숨 고르기 기간’으로 삼고, 이 기간에 신기술 개발이나 화재 안정성 등 도약을 위한 준비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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