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또 터진 조선일보 주필 筆禍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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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광화문의 애국 국민 모독한 최악의 칼럼
김대중·강천석·송희영 등 역대 주필도 애물단지
方회장은 보수紙 정체성 뭉갠 사건을 어찌할까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19 06:31:10

앞으로 우린 그 문제를 조선일보 주필 필화(筆禍) 사건이라고 규정하기로 하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문사 논조를 대표하는 주필이 앞장서서 상식에 반하는 발언으로 독자를 현혹하고 대한민국 애국 국민 모두를 모독했다.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가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언론의 난을 주동한 것에 이어 같은 맥락에서 또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그 신문 주필 양상훈이 14일자 지면에 실은 칼럼 ‘왼쪽 태극기부대 같은 조국당’이 문제다. 칼럼 내용은 물론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조국혁신당에 대한 비판이다. 중대범죄 혐의자인 조국이 만든 그 정당에 대한 현재의 적지 않은 지지세가 잘못이란 지적이다. 거기까진 좋다. 문제는 조국에 눈먼 지지를 보이는 세력과, 자유우파 광화문 세력을 왜 싸잡아 비판하는가.

양상훈은 “내 편이면 무조건 옳다 하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혐오하는 것은 병리 현상”이라고 근엄하게 훈계했다. 그런 “양쪽 끝단의 사람들”을 대놓고 비아냥거린다. 조국 지지자들은 “왼쪽 태극기부대”이며 그들은 “오른쪽 태극기부대”와 오십보백보라는 식이다. 자유 우파를 극우라고 몰아세우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그런 분위기다. 그래서 대형 사고가 맞다.

양상훈이 본디 안목 없는 데다가 글 자체가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렇게 양비론에 빠져 허우적대는 수준인 줄은 미처 몰랐다. 양비론이란 비겁한 자들이 등 뒤에서 휘두르는 칼인 데다가 그가 반복해 구사하는 태극기부대란 용어도 좌익 세력이 경멸의 뜻으로 쓰는 말이다. 그는 심정적 좌익이란 뜻일까? 속물 리버럴리스트라서 기회 나면 좌익에 붙을 그럴 위인이다. 실은 국내 지식인의 8할이 그런 쪽이다.

어쨌거나 당장 그 칼럼 아래 달린 인터넷판의 200여 개 댓글을 훑어 보라. 분노한 조선일보 독자들의 아우성으로 그득하다. “깜도 안되는 자가 조선일보에 기생하고 있다”는 개탄의 소리가 한둘이 아니다. 오늘 그런 개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이건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어느 순간 자유민주주의 깃발 들기를 포기한 채 은근슬쩍 중도를 표방해 왔던 조선일보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즉 깜도 안 되는 자가 조선일보에 기생하는 게 아니다. 그 신문에 딱 맞는 얼치기 논객들이 2.5류 글을 양산해 온 게 문제다. 그게 지난 20년 조선일보의 역사다. 실제로 역대 주필들은 틈만 나면 사고를 쳤다. 전 주필 김대중의 경우 2년 전 문재인에 대한 사법처리를 반대하는 칼럼을 올려 우릴 경악케 했다. ‘정치보복 악순환을 끊자’(2022년 4월12일)가 문제의 글이다.

문재인을 사법 처리하지 않는 게 정치 발전이라는 식의 조언을 당시 막 취임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했던 것이다. 택도 없다. 그때를 전후한 자유민주당의 태도가 맞다. 그 당은 “국민 생명을 적에게 바친 문재인 전 대통령, 단죄해야 합니다. 천인공노할 월북 조작 사건!”이란 의견 광고를 실었다. 바로 그런 게 조선일보가, 맨정신의 국민이 내야 할 목소리가 아닐까?

김대중의 후임 강천석도 그 꼴이었다. 그게 5년 전 ‘일본, 무슨 의도로 미국 동맹국 한국에 선전포고를 하는가’란 글(2019년 8월4일)인데, 한마디로 가소롭다. 그 글은 문재인의 반일 장사를 돕는 싸구려다. 문재인을 압박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 “그건 전쟁 수법”이라고 날뛰며 반일 감정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그 배경도 이젠 우리가 다 안다. 강천석은 그 신문을 장악한 호남 특정 고교 라인의 핵심이다.

실제로 그의 득세를 전후해 조선일보는 김대중(DJ) 비판을 자제하는 등 빠르게 망가졌다. 하지만 조선일보 역대 주필 필화 중 가장 저질은 송희영 사건이다. 그는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뒷돈을 받으면서 해당 기업을 돕는 사설과 칼럼을 써댄 혐의로 사법 처리됐다. 송희영, 그자도 호남 출신이다. 그렇다면 양상훈 필화 사건은 지난 20년 휘청거려 온 조선일보의 예고된 비극이 맞다.

신문에 단단히 망조가 들었음을 새삼 보여 준다. 편집국 200명 기자가 문제가 아니라 윗물 중의 윗물이 그런 꼴이다. 반복한다. 이번 필화는 대한민국 모독이고, 또 한 번 조선일보의 배신이다. 그렇다면 책임있는 오너가 중대 결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얼마 전 영화 ‘건국전쟁’ 흥행은 조선일보의 힘이 8할이었다. 그건 방상훈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점 고맙지만, 유감스럽게도 일시적 도움에 불과했다. 이번 양상훈 필화 사건으로 조선일보 내부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재확인시켜 줬다. 그것도 신문의 정체성과 진로 문제다. 오너가 쇄신책을 꺼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과연 그런 조치를 할까? 안 하면 죄다 죽을 판이다. 그렇다면 하고 안 하고는 이미 조선일보의 선택 영역이 아닐 듯하다.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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