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회귀’ 서두르는 EU와 경쟁할 준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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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경제적인 청정에너지’로 관점·평가 전환
오르반 헝가리 총리 “원전 이념적 접근 안 돼”
원전 택소노미 조건인 ‘방폐장’ 건설 서둘러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6 00:02:01

유럽에서 원자력발전 회귀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의장국 벨기에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한때 기조였던 탈원전에서 벗어나 원전산업 육성으로 전격 방향을 선회 중이다. 이번에 유럽에서 원자력 관련 정상급 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는 건 이 같은 기류를 증명한다. 원전이 인류가 의지해야 할 미래 청정에너지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경쟁력을 높이도록 제반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원자력에너지 분야의 첫 다자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전 지구적 화두인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안보 강화 등의 이슈를 논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해 세계 원전 발전용량 5위 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알렸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포함하여 36개의 원전 건설 실적을 소개하며 우리의 우수한 원전 제작 역량과 운영 능력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2월 민생토론회에서 강조했듯이 우리나라는 이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원전의 길을 열어 뒀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무모한 탈원전 정책으로 업계는 고사 상태에 이를 지경이 됐다. 윤 대통령도 전 정부의 이념에 매몰된 비과학적 국정 운영이 기업과 민생을 위기와 도탄에 빠뜨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한때의 탈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에 돌입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발전의 단계적 폐기 정책을 결정했으나 이를 뒤집고 최근에는 최소 10기의 원자로를 새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도 원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기존 방침을 버리고 2035년까지 원전 6기를 추가 건설한다. 영국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9기에 더해 2050년까지 최대 8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다만 독일의 경우 여전히 ‘원전 제로’ 정책을 강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값비싼 에너지원에 의존하면서 경제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각국이 원전 회귀 방침으로 전격 돌아선 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린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비용 면에서나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변화 대응에서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원전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원전 제작 역량과 운영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해외 원전사업에 참여하여 글로벌 원자력에너지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국내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방폐장)이 없다는 점이다. EU 택소노미(분류 체계)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확보에 관한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원전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유럽으로의 원전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내 원전이 가동된 1978년부터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용지 내 임시 저장 시설에 쌓여 있고 2030년부터는 포화가 시작된다. 저장 시설이 꽉 차 원전 가동이 중단될 판인데도 방폐장 건설 특별법은 벌써 몇 년 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원전 관련해 이념으로 인한 퇴행을 우리는 이미 겪은 바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원전에 대해)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이념을 떠나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이 문제를 조속히 처리해 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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