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기술 유출 형량 경쟁국 수준으로 강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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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국가 핵심기술 유출 징역 최대 18년으로
최근 5년간 기술 해외 유출 적발건수 총 96건
국가 미래 전략자산 ‘반도체 기술’ 관리 철저히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1 00:02:01

국가 미래를 팔아 제 배를 채우는 해외 기술 유출 범죄는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식재산·기술 침해 범죄 등에 대해 강화된 양형기준을 발표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일단 환영할 일이다. 그간 국가 핵심기술 등의 국외 유출 범죄에 지나치게 가벼운 솜방망이 판결이 내려졌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새로운 양형기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유출한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대 권고 형량이 12년이지만 여기에 가중 요소가 2개 이상이면 6년이 추가될 수 있도록 했다. 산업기술의 경우 해외로 빼돌린 범죄는 최대 형량이 9년에서 15년으로, 국내일 경우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늘어났다.

또 집행유예 참작 사유에서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제외한 점도 바람직한 변화다. 사실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져야 할 이유는 없다. 이는 그야말로 솜방망이 판결임은 물론 결과적으로 기술 유출 범죄를 부추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강화된 양형기준에서는 비밀유지에 특별한 의무가 있는 자의 범위도 확대됐다. 특히 기업에서 기술 유출 사례가 빈번함을 감안할 때 계약에 의해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 등을 기밀로서 유지할 의무가 있는 자를 그 범위에 포함시키는 건 당연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적발건수는 모두 96건이다. 이 중 대기업·중소기업에서 유출된 것이 각각 37건·51건으로 기업에서 빠져 나간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나머지 8건은 대학·연구소 등에서 유출됐다. 기업 내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등을 다루는 인원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업종별로 보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건수는 반도체가 38건으로 가장 많다. 이 중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것이 33건이나 된다. 나머지는 디스플레이 16건·전기전자 9건·자동차 9건 등의 순이다.

미국·일본·대만·중국 등 세계 각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생산라인을 강화 중이고 일본은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적극 손잡고 있다. 중국도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반도체 굴기를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2년 반도체산업 매출 세계 1위였던 삼성전자가 지난해에는 3위로 추락했다는 소식이다. 국가 미래가 달려 있는 전략 자산인 반도체 기술 관리에 더 철저할 필요가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해외로 새어 나간 산업기술은 552건으로 기록돼 있다. 피해 규모는 1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대법원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된 1심 형사공판 사건(81건) 중 무죄 선고 비율이 34.6%였다. 실형 선고는 6%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0%)보다 11배 이상 무죄 선고 비율이 높다. 법원 판결이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은 국가안전법에 의해 경제 및 산업 분야 기술 유출을 간첩행위로 처벌한다. 미국에서는 피해 규모에 따라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형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 이에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강화된 양형 기준도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한 편이다. 개인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중대한 국가 핵심기술을 팔아넘기는 행위는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다. 국회는 기술보호 입법을 모색하고 법원은 경쟁국 수준으로 처벌을 강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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