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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의 세계] 전라도와 프랑스가 한 무대에… ‘나, 옥분뎐傳!’ 연출가 윤광진
2024년 원로예술지원 선정 프로젝트
권영준 삼부작 2탄 ‘나, 옥분뎐傳!’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7 10:22:09
▲ ‘나, 옥분뎐傳!’이 윤광진(사진) 연출로 18일부터 5월5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쿰’ 무대에 오른다. 공연제작센터
 
씩씩한 전라도 할머니 옥분 앞에 한 여인이 등장한다. 어려웠던 시절 프랑스에 입양 보냈던 딸이 어머니를 찾아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38년 만에 마주한 이들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권영준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 , 옥분뎐!’이 윤광진 연출로 18일부터 55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쿰무대에 오른다. 윤 감독은 최근 권 작가의 첫 번째 작품 꽃님 이발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30년 넘게 연출 외길을 걸어 온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강력한 힘의 매체 연극
 
▲ 배우에게 연기 지도 중인 윤광진 감독. 공연제작센터
 
몇 년 전 대학(용인대학교)에서 퇴임해 지금은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공연제작센터라는 극단을 이끌어왔고, 내년에 20주년을 맞는다. 연극에 처음 발을 디딘 게 대학 2학년 때인 1975년이다. 다른 길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연극은 모든 매체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연극은 한 공간 안에서 배우와 관객이 몸과 몸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는 연극이 지닌 고유한 힘을 전염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배우의 강력한 에너지가 관객에게 전염되며 관객의 뜨거운 반응이 다시 배우에게 전염된다. 이런 물질성과 현재성은 영상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연극의 네 가지 요소가 배우·무대·관객·희곡인 것은 그만큼 이 장르가 물질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연극은 엄밀히 말해 ‘1회용품이다. 아무리 같은 대본으로 똑같은 배우가 연기한다고 해도 동일한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안타깝게도 서구의 오랜 사실주의 전통이 연극의 힘을 약화시켜 왔다. 고유한 예술 분야로서 연극은 무대와 객석의 상호작용이 주는 힘과 마법을 되찾아야 한다.”
 
권영준 삼부작을 연이어 연출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세 작품 하나하나가 다 좋아 전부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권영준 삼부작은 1꽃님 이발관2, 옥분뎐!’ 3블루 초코 블루스. 이번 작품은 두 번째 작품으로 전라도 할머니 옥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8년 전 프랑스로 입양 보냈던 딸 혜영이 손녀와 함께 옥분을 찾아온다. 두 사람은 서로의 낯선 모습에 당황하고 프랑스어와 거친 전라도 사투리는 언어의 벽을 넘지 못한다. 며칠을 함께하면서도 혜영은 엄마라고 한번 부르지 못한 채 파리로 돌아간다. 모녀 사이를 관통하는 그리움·증오·죄책감·사랑의 감정을 윤 감독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낸다.
 
이질적인 말의 향연해체되는 공간
 
▲ 옥분 역의 전국향(위)과 혜영 역의 이현주(아래 왼쪽) 그리고 소피 역의 조혜선 배우. 공연제작센터
 
이번 공연은 전작과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했다.
 
지난번 꽃님 이발관은 가면극이었다. 연극의 수단으로서 가면은 존재의 성격을 바꾸는 기능이 있다. 가면을 쓴 배우는 가면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자아를 버리니 목소리도 달라지고 몸동작도 달라진다. 지난번 무대가 자아의 해체였다면 이번 공연은 공간의 해체다.”
 
이번 무대의 진짜 주인공은 배우가 아니다. 배우와 배우 사이에 놓인 빈 공간 즉 거리감이 주인공이다. 옥분은 한국어 중에서도 가장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서슴없이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우리 귀에 가장 토속적으로 들리는 언어 전라도 사투리와 가장 세련되고 이질적으로 들리는 언어 프랑스어를 한 공간에 배치한 것은 어색한 공기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평생 연기를 해온 분들이다. 사투리 정도는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경상·전라·충청 사투리를 현지인 못지않게 한다. 문제는 딸 역할이다. 혜영 역을 맡은 이현주 배우는 프랑스 네이티브 선생을 모시고 특별 과외 지도를 받아야 했다. 퍼펙트 사인이 날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아마 현지인이 들어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뿐 아니라 배우는 어색한 한국어까지 구사해야 했다. 여러 가지로 까다로운 역할이었다.”
 
한편 윤 감독은 옥분 역을 맡은 전국향 배우와는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옥분은 평생을 전라도를 벗어나지 않고 살다가 경상도 출신 남편을 만나 평생을 함께하는가 하면 국밥 장사를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또 프랑스어를 하는 딸과 재회하는 등 질곡 있는 삶을 산 여인이다. 윤 감독은 전국향 배우야말로 옥분 역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 캐스팅을 결정했다.
 
윤 감독은 내년에 권영준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블루 초코 블루스를 올릴 계획이다. 블루 초코 블루스는 어떤 작품일까.
 
쓰레기 날리는 공원에 세 사람이 모여든다. 고시에 계속 낙방하는 고시충 그리고 술집에서 뛰쳐나온 술집 여급 수은과 왕년에 제비로 날렸던 노숙자 셋이 술을 먹는다. 이들은 싸우고 웃고 욕하고 헤어진다. 코믹하면서 비애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세 작품 모두 성격이 다르지만 소도시 골목길·이발관·국밥집·쓰레기 널린 공원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모두 내가 언젠가 살았거나 지나쳤던 공간들이다. 인물들 역시 내가 언젠가 만났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권영준 작품의 특징은 연기자의 작품이라는 데 있다. 연기자에게 연기할 장면을 주고 연기할 인물과 대사를 준다.”
 
연극은 배고픈 길이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런 길을 30년간 올곧게 걷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능하면 내년에 권영준의 세 작품을 모두 한 극장에서 차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 한편 이번 작품은 2024년 원로예술지원 선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연출가 윤광진은 1989년 장정일의 도망중을 시작으로 지난 30여 년간 약 40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1993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동아연극상 연출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독일 현대극 못생긴 남자황금용으로 올해의 베스트3’ ‘대한민국 연극상 연출상을 받았다.
 
극단 공연제작센터2005년 창단 이후 약 3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며 우수한 해외 신작을 국내에 소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 이후에는 최인훈의 대표작 3편을 시리즈로 공연했다. 또한 미하일 체홉의 테크닉 연기를 훈련하며 새로운 무대를 구상하고 있다. 2024년에는 권영준의 꽃님 이발관’ ‘, 옥분뎐!’에 이어 블루 초코 블루스삼부작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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