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민의힘에서는 우리 정치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희한한 자책골 쇼가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부인이 여당의 당 대표 경선에 끼어드는 이변이 일어나고, 심지어 1등짜리 밀어내기 연판장 소동 등 정치공작 쇼가 난무하고 있다. 승부는 여하 간에 손흥민 같은 선수를 빼고 국힘판 축구팀을 만들겠다는 고집이 활개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자 파동은 총선 때 한동훈에게 보낸 디올백 사과 의향을 담은 메시지를 한동훈이 묵살했다는 것인데 이제야 터뜨린 진짜 의도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거야말로 감춰야 할 사신(私信)인데 이것이 비선 라인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국힘의 경선 무대에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음성 정치가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 즉 음해성 정보정치·공작정치의 특징이다. 주로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김대중·김영삼 등 야당인사 탄압용으로 크게 유행했던 것이다. 마침 윤심 진영에서는 과거 정보 분야에서 한가락했던 사람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특히 언어 구사력과 투지 부족이 문제인 여당권에서 그나마 이재명의 맞수로 주목을 받아 온 사람이 한동훈인데 그들에게는 ‘격려’가 아니라 ‘격퇴’의 대상이 돼 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동안 이상한 일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한동훈에게 4.10총선 참패 책임을 뒤집어 씌우며 연일 난타를 가하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을 제치고 최초로 만난 일, 그 후 포기한 줄 알았던 원희룡이 윤 대통령을 만나더니 갑자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일, 그것도 한동훈 출마 선언 시각에 바싹 붙어 김을 뽑은 일, 윤심의 전달자로 알려진 한 언론인이 자기 방송국 인기프로에 나와서 윤·한 관계는 끝났다며 흥분한 일, 그러자 원희룡 등 경쟁자와 친윤 그룹에서 앞을 다투어 “그것 봐라 한동훈은 안된다”며 가일층 집중 연타하기 시작한 일, 대구경북 시장과 도지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한동훈 면담을 거부한 일, 문제의 그 언론인이 이제 김 여사의 폭탄성 문자까지 공개한 일, 이런데도 한동훈 지지율이 안 내려가자 사퇴 요구 연판장과 기자회견까지 추진하고 심지어 한동훈을 윤리위에 제소하여 출마 자격까지 박탈하려고 했다는 등등
이런 흉흉한 일은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김영삼·김대중 제거를 위해 벌였던 각종 음해 정보공작 정치가 부활했나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의 일들….
그런데 이런 일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좌파 세력을 도와줄 의도라면 몰라도 한마디로 백해무익한 자충수다. 결국 정권과 국힘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탄핵을 재촉하고 그나마 이재명을 바싹 추격하고 있는 차기 대권주자감을 미리 제거해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다. 그런데도 오히려 한동훈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몰아붙이고 있으니 이건 군사정권의 억압 체제에서나 통용될 수법이다.
지금 대통령실에서는 엄정 중립을 다짐하고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김 여사 모르게 본인의 문자메시지가 유출·공개됐을까. 그렇다면 유출·공개범 고발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정말 우려되는 것은 혹시라도 윤 대통령의 내부 통제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동안 김 여사의 정치적 언행은 종종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었다. 일부에서는 김 여사가 측근을 통해 국힘 경선에 개입하고 ‘리모컨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김 여사 문자 공개로 촉발된 논란은 불편한 윤·한 관계를 한동훈에 대한 공격을 통해 그를 공격 목표로 부각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어떤 경선 후보는 유독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한동훈을 공격하는데 ‘윗분’ 덕에 대표가 되면 그 은혜를 갚느라 해야 할 말을 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또 국힘 경선에서는 배신론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전근대적 ‘꼰대’ 근성이다. 국가나 국민 등 대의(大義)보다는 사사로운 소의(小義)를 먼저 지키라는 것이다. 당이 살려면 윤심(尹心)보다 민심(民心)을 무겁게 보고, 공적 부문에서의 친분과 인정론이 얼마나 공정과 상식을 해치는지를 말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이태원참사 이후에도 대통령과 친하다는 주무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키며 지지율을 까먹어도 국힘이 한마디 꼼짝도 못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추방돼야 할 배신자니 상남자니 하는 퀴퀴한 ‘꼰대’ 문화 가치관만 내걸고 있으니 이러고도 무슨 놈의 중도·청년 외연 확장인가!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 이조심판론 때문에 총선에서 졌다고 하는데 문제의 핵심을 똑바로 봐야 한다. 국민은 발이 가렵다는데 신발을 긁어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심지어 이·조(李·曺) ‘범죄 피고인’들에게도 졌다는 사실이고, 국정 실패와 상명하복의 당정 관계가 그 구조적 근원적 원인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공작적 총공세에도 국힘 지지자들의 한동훈 지지율은 원희룡·나경원·윤상현의 지지율 합계를 훨씬 상회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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