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카카오T, 주차난 해소 서비스 허점부터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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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3 00:02:30

평일 오후 7시경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인근 주차장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인기 있는 공영 주차장은 만석을 넘어 입장 대기 중인 차들까지 줄지어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평균 시세보다 비싼 가격을 내고 잠시 차량을 대야 했다.

주차난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차량은 늘어났는데 공영 주차장은 턱없이 모자라고 빈집이나 학교 운동장, 하다못해 길거리에도 불법을 무릅쓰고 차량을 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주차를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카카오T 등 교통통합플랫폼은 주차 예약 등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경쟁하듯 주차해야 하는 만성 주차난 해소를 위한 서비스인 셈이다.

의도는 좋다. 주차장을 사전에 예약할 수도 있고, 창문을 내리고 팔이 닿지 않는 주차장 요금 정산기에 어떻게든 카드를 꽂아 넣으려 안간힘을 쓰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허술한 시스템은 고객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고, 기업의 소비자 유출로 이어질 우려까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의 주차 예약 서비스와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주차 패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카카오T의 주차 예약 서비스는 현재까지도 차종과 차량 번호만 알면 본인 소유의 차량이 아니어도 차량을 등록할 수 있고 주차장을 선점할 수 있다. 차종도 구체적으로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차량 소유주의 동의나 인증을 받는 과정은 전무하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렌터카나 친구·가족간에 한 차량을 사용하는 경우를 위해 이런 시스템을 열어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지인의 차량을 등록하고 주차장에 들어가 보고, 입차 알림을 받아 보기까지 차량 소유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

이에 카카오T 관계자는 모르는 차량을 등록하고 예약된 가맹 주차장에 들어가는 확률이 너무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희박한 확률이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동의·인증 절차면 해결되는 간단한 방법으로 예방할 수 있음에도 개선하지 않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카카오T 측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차 패스’라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주차 패스에 등록하면 차량은 소유주 본인만 등록되게 되며 차량 명의 도용 등의 문제들로부터 비교적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차 패스는 입·출차 시에 자동으로 결제될 수 있도록 설정한 주차장의 ‘하이패스’다.

하지만 식당이나 카페·백화점 등을 이용하고 나면 받을 수 있는 주차 할인권을 주차패스 이용객이 사용하려면 감면할인 버튼을 일일이 누르거나 우선 결제 후 고객센터로의 문의를 통해 재결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매장에서 할인이 등록된 경우에만 자동 할인이 적용된다.

이런 기능을 모르는 채 주차 패스 자동 결제 기능만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할인권보다 우선으로 주차 패스가 적용돼 자동으로 결제되기 때문에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데 자동 인식돼서 불편하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고객을 확보함과 동시에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앱 관련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 누구나가 주차 서비스의 허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그 해결책 또한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묻어 버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서비스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희박한 확률이라는 안일함에 기대지 말고 빠르게 문제점을 개선했으면 한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