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권은 헌법에 명시된 바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넘어간 시점, 헌법재판관 1명을 새로 임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우원식, 박범계 의원 등이 나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임명권이 없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1명이 부족한 8인 체제로 탄핵소추안을 심의해야 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돼 대통령직을 상실한 상황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하는 일이 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는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를 황 권한대행이 임명하며 논란이 마무리됐다.
이 같은 사례는 권한대행의 임명권을 ‘소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법조계 다수 의견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이 사고 시와 궐위 시에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임명권 범위가 달라진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실제로 박근혜 탄핵 당시 야당은 이 논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현재 헌법재판관 3명을 새로 임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정치적 상황도 흥미롭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 아래, 과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를 반대했던 세력이 이번에는 그 권한을 적극 행사하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쟁점은 한덕수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수용할지, 아니면 거부할지에 달려 있다. 권한대행의 임명권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이번에도 법과 원칙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임명권을 대행할 수 없다’고 윽박지르던 과거의 주장과 달리, 이번에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지 않으면 이를 빌미로 탄핵을 주장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논리로 임명을 강요할지, 그리고 한 권한대행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결국, 헌법 해석의 기준은 변함없지만, 이를 적용하는 이들의 태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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