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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웅, 앤드류 카네기는 세계 철강시장을 좌지우지하면서 부를 축적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돈 벌기’에만 급급해 한 것이 아니라, 부(富)를 사회에 환원시킨 경영자였다. 이전의 부자들이 돈 버는 일에만 탐닉했던 소위 ‘샤일록형 졸부’로 평가 받았다면 그는 최초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개념을 접목시킨 경영자였다. 3억 달러 이상의 거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런데? 강원도에도 ‘한국의 카네기’로 칭송받는 이가 있다. 한국타이어 춘천판매(주) 임기수 대표(71)다. “부자로 죽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불명예스러운 일이다”라며 봉사와 기부의 진정성을 기자에게 마구 쏟아내는 임 대표를 어렵사리 만나 보았다.<편집자주>
임 대표가 춘천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57년 무렵. 충남 연기군 남면에서 태어난 그는 16살 때 상경한다. 4형제 중 막내였다.
돈이 없어 중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무작정 이웃집 할머니를 따라 춘천에 올라온다. 배운 것도 없다. 돈도 없다. 그래서 취직한 곳은 타이어 수리점의 ‘수리공’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죽도록 일을 하기 시작한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객지 소년에게 춘천은 따뜻한 곳이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사장에게 월급을 모두 저축해 달라고 부탁했다. 타면 쓰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의 성실성을 인정한 주위 사람들은 춘천 시외버스 터미널 안에다 타이어 수리점을 차려 준다.
“처음에는 버스 터미널을 따라 다니며 죽도록 일했다. 일요일도 없었다. 명절도 없었다. 당시에는 90% 이상이 군용 타이어였는데 펑크 난 타이어 2개를 하나로 만든 이른바 ‘해방 타이어’를 만들어 팔다 보니 경제적으로 짭짤했다”
이때부터 그는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으로 충남 연기군에 땅 마련을 위해 본격적으로 돈을 모으게 된다. 군대 가기 전 19살 때부터 매년 900평씩 땅을 샀으니 이후 사들인 땅의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1980년도에 부도를 맞아 휘청거린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그는 다시 일어선다. 주위 분들의 도움 탓이었다. 심지어 집을 저당 잡히면서까지 돈을 차용해 준 그런 헌신적인 도움이었다.
“세상을 떠나도 후손이 계속 기부할 것이다”
30여 년 동안 기부한 장학금과는 별도로 앞으로 50년간 장학금을 내 놓겠다는 약속. 이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기자 양반, 사후에 무슨 장학금이냐고 말도 안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장학금은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내 후손이 계속 기부를 하게 될 것이다. 이미 공식적으로 관련 협약서를 모두 작성해 놓았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 향후 50년이라?
사연인 즉, 춘천 10개 로터리 클럽이 모여 만든 재단법인 ‘춘천지역 로타리 장학재단’의 고문이기도 한 그가 재단에 기부했던 지분 10구좌(1구좌당 100만원)를 50년간 강원대와 춘천고교의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죽더라도 2060년까지 매년 2월, 이들 학교에 1,000만원씩 전달하겠다니 전혀 예삿일이 아니다.
더불어 “호들갑 떨지 마라. 단순히 내가 어려울 때 도움 받았던 것처럼 세상에 돌려주는 것뿐이다”라고 그는 덧붙인다.
‘정기적’으로 그러면서 ‘게릴라식’으로 장학금을 너무 많이, 너무 자주 지급해 온 그였다. 이제껏 30여 년간 지급해 온 장학금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는 일언지하에 “모르겠다”라고 응답한다.
자료를 얼추 살폈지만 너무 많아 액수를 파악하기조차 너무 벅찼다. 그러나 확실했다.
매년 3,500만 원 정도를 지급했다는 것과 매년 춘천과 고향인 연기군의 모교인 연세 초등학교 학생 10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다는 것, 외국인 학생에게도 주었다는 것 그리고 향후에도 장학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것은.
아무튼 그 동안 5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5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해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남을 돕는 것은 필수다”
임 대표는 고향 사랑도 남다르다.
“모교인 충남 연기군의 연세 초교에 장학금을 매년 기탁했지만 시끄럽던 세종시 건설 여파로 인해 폐교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학교가 건립되면 다시 기부하기로 약속했다”고 다시 확인시켜 준다. 또한 춘천에서 충청향우회 고문을 맡으면서 그는 향우회관을 건립해 주기도 했다.
“고향은 충청도지만 과거 어렵던 시절 나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 곳이 바로 이곳 춘천이었다. 당시 주위의 많은 도움과 크나 큰 격려로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다”라면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인생이다”고 재차 강조한다.
“남을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다. 내가 받은 따뜻한 은혜를 갚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남은 여생 죽을 때까지 장학금을 낼 것이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소중한 이야기다. 머리가 숙여진다.
“외국인 유학생들… 예외 없다”
임 대표는 국제 로터리 3730 지구 3· 4지역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재단법인 춘천지역 로터리 장학재단 이사장, 재춘 임씨 대동회 회장, 재춘 충청향우회 회장, 춘천시 복지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춘천 지방법원 민사가사 조정위원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방면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이바지한 공로와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로터리재단 공로 표창장, 충남 연기교육청 감사패, 춘천시민상(사회봉사), 강원도민상(선행친절봉사), 한국갱생보호공단 표창패, 춘천시장 감사패, 국제 로터리 3730 지구 ‘야성 봉사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아름답기만 한 선행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장학금 혜택을 받은 후, 유학을 마치면 베트남으로 돌아가 농림부장관이 되겠다는 강원대 농생대 박사과정 유학생 농쿠옹의 말에 감동했다”면서 그는 교육을 위해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에게 격려금과 도움을 수시로 주고 있다.
국내의 외국 유학생들을 위해 역시 30여 년 동안 꾸준히 장학금을 기부해 왔다. 심지어 카메룬 출신 대학원생 등에게도 장학금을 전달했다. 로터리 클럽을 통해 한인 2세와 군인 자녀들에게도 지원한 바 있다.
또한 강원대학교의 로스쿨 유치를 축하하며 법학 전문대학원 발전 기금을 수천만 원 기탁하기도 한 그는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 했던 소년시절이 생각나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게 되었다”며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다.
이밖에도 각종 사회복지단체와 소규모 사회복지시설 등에 후원 물품과 후원금 전달도 그 횟수를 헤아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별명은 ‘춘천의 산타클로스’다”
남에게는 아낌없이 도움을 주는 임 대표. 그럼에도 집에서 그는 ‘자린고비’다.
“네 명의 자식들이 결혼할 때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월급은 무조건 저금하게 했다”는 그는 경제적 자립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막내딸의 유학비용조차 오빠와 언니들이 마련해줬을 정도란다.
그러나 그에게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며 힘겹게 토로한다.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전혀 거동을 못하는 집사람을 13년간이나 돌보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나 홀로 되었다. 수년 되었다. 집사람에게 잘해 주지 못한 게 정말 후회스럽다”
그의 별명은 ‘춘천의 산타클로스’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마음속의 산타클로스’라.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이웃을 향한 열린 마음과 사랑’이었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그의 선행이 특별히 돋보이는 것은 너무나 절제하고, 근검절약하면서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아낌없이 도와주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학력뿐인 그가 ‘이웃과의 나눔’을 각별히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게 너무나 소박했다.
“타이어 수리공부터 시작한 것이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타이어 판매점까지 경영하게 됐다. 지나온 한평생 나는 주위에서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조용히 밝히는 그와 인터뷰를 마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정말이지 ‘대단한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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