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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부동산 전자거래 시스템

허울뿐인 부동산 전자거래…“알든 모르든 안써요”

매수인 혜택 집중, 중개업자·매도인 사용 기피…소비자 유인 확대 필수

엄도현기자(dhu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5-25 0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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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전자결제보다 전통적 거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종로의 한 부동산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부동산 거래의 편의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부동산 전자계약’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출범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전자계약을 통한 부동산 거래는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자계약은 종이나 인감 없이도 부동산 매매·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가 개발한 시스템이다.
 
취지는 좋지만 부동산 전자계약 사용률은 전체 부동산 거래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 거래 중 전자계약 사용률은 △2017년 0.28% △2018년 0.77% △2019년 1.53%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공공부문이 85% 이상을 차지하고 민간실적 역시 대부분 기금 출자와 융자를 받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물량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민간에서 부동산 전자계약을 사용하는 사례는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산 전자계약 활성화를 위해선 유명무실한 혜택을 개편하고 소비자 유인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전자계약 혜택 매수자만…“매도인·중개인 오히려 꺼려한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다수의 공인중개사들은 부동산 전자거래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 혜택이 매수자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중개인이나 매도인은 비대면의 심리적 압박감을 이길만한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전자계약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진행할 경우 실거래 신고나 확정일자 신고 등이 자동으로 이뤄져 매수인·중개사·매도인 등이 모두 편리하다. 공공주택 입주자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이용 시 0.1%p의 금리우대혜택을 부여하고, 시중은행에서도 주택구입자금과 전세자금대출 이용 시 만기일까지 최대 0.3%p까지 추가 금리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인하 혜택은 매수인에게만 주어진다. 의왕시 인덕원역 인근 ‘으뜸 공인중개사’의 대표는 “부동산 전자계약 교육을 받았지만 정작 한 번도 진행해본 적이 없다”며 “집주인도 꺼려하고 중개인 입장에서도 득이 될게 없어 개인 간 부동산 거래할 땐 아무도 안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자계약이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반대로 매도인과 중개인 입장에선 수수료 및 세제 혜택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지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개업자 A씨는 전자계약이 중개업자의 소득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소득은 중개수수료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대출상담사 소개를 통한 소개비, 전·월세거래 신고를 하지 않고 세금을 축소하는 데서 얻는 이득 등 음성적인 이윤이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A씨는 “대부분의 중개사들이 전자거래를 기피하는 이유는 세금에 관련한 문제일 것이다”며 “전·월세거래가 대부분을 이루는 원룸촌 등에서 활동하는 중개사는 전자거래가 의무화된다면 은폐하던 소득이 모두 드러나 모르긴 몰라도 소득의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전자거래로 진행하면 은행과의 대출 연결 등 기존에 중개사가 하던 업무가 자동으로 처리되곤 하는데, 그렇게 되면 대출상담사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부동산 중개업자에게는 절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인한 소비자 인식도 전자계약 이용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위치한 ‘구름산 부동산’의 옥혜성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불안한건 중개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 넌지시 전자거래로 진행을 권유해도 ‘아무래도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는게 안심이 된다’는 반응이라 결국 모두 대면거래로 진행했다”며 “어차피 부동산 거래를 하려면 매물을 확인하는 등 완전 비대면 거래는 불가능해 전통적인 방식대로 임대인·임차인이 참석한 상황에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공공부문부터 의무화…“개인자유 침해…반시장적 처방” 분분
  
▲ 경기도 광명시에서 부동산업자들에게 전자계약 교육을 위해 배포한 자료 ⓒ스카이데일리
 
부동산업계에서는 부동산 전자거래가 활성화되려면 매수인(임차인)뿐만 아니라 매도인(임대인)과 중개사에게도 일정 부분의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거래의 주체를 이루는 매도인과 중개사가 꺼린다면 세제 혜택 등 유인을 높여 전자계약 사용률을 끌어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매도인과 중개사에 대한 혜택을 추가할 방안은 일절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자거래의 편리성이 알려지면 전자거래를 거부하는 중개업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도태될 것이고 사용률도 올라갈 거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부동산산업과 관계자는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세금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전자거래가 부동산업계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시대의 흐름이 변하고 있는데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7일에 입주자모집공고가 들어갔던 행복주택부터 전부 의무적으로 부동산 전자거래를 사용해야 하고 이후 하반기에 모집할 영구임대 주택 등에 대해서도 전부 전자계약으로 체결된다“며 ”공공주택을 의무화해 인지도가 올라가면 임차인들은 자연히 혜택을 받고자 중개인들에게 전자거래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중개사들도 입장을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시대의 흐름이 변해감에 따라 부동산 거래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다”며 “예를 들어 지방에서 서울의 대학에 다니기 위해 대학가의 원룸을 거래할 때에는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전자거래로 진행하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무화에 따른 부동산 전자거래의 활성화 방안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방식으로 거래를 의무화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전자계약을 의무화해 강제하기보단 소비자 유인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교수(대한부동산협회 회장)는 “민법에는 계약 형식에 대한 자유가 있다”며 “특정 계약방식에 대해서 의무화를 강요하면 활성화가 이뤄지기는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부동산시장에는 거래정보의 비공개성이라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며 “전산에 거래정보가 올라가게 되면 내가 거래한 기록이 사람들에 공개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어 기피하는 심리가 생기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무화로 전자계약을 강제하기보다는 취·등록세 감면이나 양도소득세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최대한 마찰을 줄이면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고 말했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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