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매력은 누구나 시간적·경제적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다는 점이죠.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인데 1000만 관객 동원이 가능한 시장이 바로 영화잖아요. 즉,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생활이 바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저희가 하는 일은 바로 영화 배급과 마케팅인데 이 일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에요. 그래야 영화에 대한 안목도 생기고 영화의 홍보를 위해서 몇 개월을 준비하는 열정도 생기니까요.”
박상근 영화사 그램 대표(40)는 동국대학교에서 영화과에서 영화제작을 전공했고 졸업 후 2009년에 영화사를 설립했다. 올해로 영화 배급 사업을 11년째 하고 있는 업계 베테랑이다. 2016년 12월에 지금의 영화배급사인 ‘영화사 그램’을 설립해 현재 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7월 여름 교대역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박상근 대표는 반갑게 기자일행을 맞이했다. 그가 배급을 담당한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인터뷰가 이어졌다.
“제가 설립한 ‘영화사 그램’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요. ‘영화들의 가치와 시장성을 세심하게 측정해보자’라는 의미로 영화사 이름을 정하게 됐어요. 저희는 관객들에게 영화의 가치를 풀어서 설명해 재미를 주고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죠.”
“제가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가 되겠다는 작은 꿈이 있었는데 축산유통업을 하셨던 아버지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대학을 영화과로 진학했고 영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지금은 영화배급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니 사업의 꿈을 실현한 셈이죠.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힘든 일도 있지만 잘 버티면서 일을 즐기며 재밌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박 대표는 누구나 그렇듯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첫 영화 배급사업에 뛰어든 것은 그의 나이 29세. 당시엔 경험도 없이 사업이라는 생존경쟁의 바다에 뛰어들었으니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영화에 대한 도전정신이 있었고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첫 영화배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영화 중에 제작과 배급을 했던 ‘코알라’라는 한국영화가 있어요. 아쉽게도 흥행이 안 돼서 힘들기도 했지만 제작자로 첫발을 내디뎠던 작품이라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죠.”
영화사 그램 설립한 지 만 4년… 영화 배급 일은 11년째 매진
2016년 12월 영화사 그램을 설립한 이후 박 대표가 영화 배급을 담당한 작품으로는 ‘어거스트 러쉬’ ‘블랙 스완’ ‘원 데이’ 등 최근 재개봉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 대표적이다. 또 일본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13년의 공백’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첫 키스만 50번째’ ‘부력’ 등을 배급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인 ‘소은이의 무릎’ ‘오늘도 평화로운’ ‘에움길’과 올해 개봉한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그리고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독립영화 ‘카오산 탱고’의 배급도 준비하고 있다. 그가 배급한 작품들만 50편 가까이 된다.
“저희 영화사 그램에서 배급한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중에는 2018년 여름에 개봉한 ‘카메라를 놓치면 안 돼’를 특히 좋아해요. 부천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보고 영화에 대해서 좋은 인상이 느껴졌죠. 제가 재밌게 본 영화였고 많은 분이 좋은 평을 해줬어요. 또 지난해 개봉한 ‘오늘도 평화로운’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백승기 감독의 영화인데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함께하는 제작진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죠.”
박 대표는 지난달에 개봉한 실화영화 ‘부력’을 처음 봤을 때 매우 인상 깊고 만족도가 높았던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처음 봤을 때는 힘들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일 수 있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과 더불어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로 인해 재개봉되었던 작품들의 매력도 들려줬다.
“‘원 데이’라는 영화는 재개봉 작품이지만 예전에 봤을 때 좋았던 로맨스 영화라서 최근 재개봉했는데 어려운 상황이지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어서 좋았네요. 또 저의 인생영화라고 할 수 있는 ‘쇼생크 탈출’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명작이고 많은 사람들이 정말 최고의 영화로 꼽는 작품이죠. ‘포레스트 검프’도 여러 번 봤지만 볼 적마다 톰 행크스의 연기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본 재개봉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는 ‘위대한 쇼맨’을 꼽고 싶어요. 주인공인 바넘의 이야기에서 저의 지난 시간이 읽히기도 하고 앞으로 추구해야 할 인생의 가치를 곱씹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죠.”
“좋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으로는 저희가 배급한 영화 중 최근 개봉한 ‘부력’을 예를 들 수 있어요. 이 영화는 몇 개월간 홍보 준비를 한 작품이에요.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해야만 즐겁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되도록이면 저희만의 정체성에 맞는 작품을 택해서 소개하려고 하고 있어요.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도 열심히 홍보했었죠.”
최근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한 박 대표는 특히 2월에 개봉했던 일본영화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3월 ‘첫 키스만 50번째’를 열심히 준비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이 적어 어려움이 있었고 6월에 개봉한 ‘부력’도 사정이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어거스트 러쉬’ ‘블랙 스완’ ‘원 데이’ 등 재개봉 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추후에 재개봉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는 데미안 셔젤 감독의 영화 ‘위플래쉬’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박 대표가 최근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로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카오산 탱고’이다. ‘카오산 탱고’는 태국의 여행지 ‘카오산 로드’가 담겨 있고 탱고의 음악적인 부분으로 채워져 있다고 박 대표가 설명했다.
“이 영화는 여행과 음악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이라서 관객들에게 여름에 랜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요. 배급을 택한 이유는 감독님과 이전부터 인연이 되기도 했었고 독립영화의 미덕이 충분하다고 판단돼 선택하게 됐죠.”
박 대표는 좋아하는 외국 감독을 ‘미안해요 리키’를 만든 켄 로치 감독이라고 밝혔다. 한국 감독으로는 한재림 감독을 꼽았다.
“특히 한 감독이 연출한 ‘우아한 세계’를 좋아하는데 개인에게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느끼게 해줬죠.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가 투영되면서 남자로서의 삶과 가족의 이야기가 와닿았어요. 다시 찾아볼 때마다 강렬한 울림이 있고 송강호 배우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줘서 지금도 자주 보는 작품이죠. 한재림 감독의 영화를 많이 좋아해요.”
박 대표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사람과의 관계라고 말했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화 일을 같이 하는 파트너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때 서로 합이 잘 맞아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러면 당장 눈앞에 있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할 일을 잘 살펴보면서 배급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영화 배급업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도전을 두려워 말라고 조언했다.
“영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작품이 바뀌면서 다른 색깔을 투영시킬 수 있고 새로운 영화들을 만나면서 영화만큼 재밌는 일이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사업인 만큼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도 있고 그 점이 힘들 수도 있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배급사업도 꽤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일단 도전해보면 제가 말한 장점들이 느껴질 거예요.”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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