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 여파로 생겨난 전세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비규제 지역 위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혼란으로 ‘어차피 오른다’는 심리가 크게 퍼진데다 전세가 상승으로 매매가와 별반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비규제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바꿨지만 수요는 또 다시 규제 지역을 피해 주변 비규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규제가 만든 풍선효과가 날로 심화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설 자리를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서울 때리니 김포, 김포 때리니 일산·파주…떠도는 캡투자 수요, 쫓아가기 바쁜 정부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 명목으로 내놓은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전국적으로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 품귀 현상은 곧장 전국 각 지역으로 퍼졌고 현재 전국 어디에서나 전셋집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매물이 들어가며 전세시세는 자연스럽게 올랐다.
전세시세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전국 주요 지역의 비규제 지역 위주로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크지 않은 탓에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옮긴 탓이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김포, 부산 등은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난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아파트 시세도 크게 오르는 양상을 그렸다.
급기야 정부는 이달 18일 결국 이들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며 규제에 나섰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의 ‘핀셋’ 규제 이후 매수세가 인근 고양, 파주 등으로 옮겨갔다. 소위 말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풍선효과 여파로 고양, 파주 등의 아파트 시세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고양 집값은 0.41%, 파주 집값은 1.06% 각각 오르며 전주보다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서울(0.02%), 경기(0.22%)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인프라가 나은 일산을 택하거나 주변 비규제 지역인 파주를 택하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일산 서구 소재 M부동산 관계자는 “임대차3법 여파로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똑같이 많이 오른 상태였다”며 “이전에는 김포가 부각 되면서 매수세가 높게 붙진 않았지만 11·18대책 이후 리턴 현상이 나타나면서 문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파주 아동동 소재 J부동산 관계자는 “파주의 경우 비규제 지역인데다 전세수요도 높은 편이라 잘만하면 몇 천만원으로도 아파트를 보유할 수 있다”며 “11·19대책 이후 김포로 흘러간 수요가 파주로 몰리면서 웬만한 매물은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격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드리며 매매값이 반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억6300만원에 산 아파트, 1억7000만원에 전세임대…“시장왜곡 키우는 과도한 정부규제”
최근 일산·파주 지역에서는 눈에 띌만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일산서구 탄현16단지 풍림의 59.86㎡의 한 호실은 올해 9월 2억800만원에 거래된 뒤 대책 직전인 지난달 16일 2억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250만원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파주에서는 11·19대책 직후 갭투자 거래가 곧장 이뤄졌다. 파주 아동동 소재 팜스프링 전용 59.98㎡의 한 호실의 경우 지난달 10일 1억6300만원에 거래 된 뒤 대책 이후인 20일 1억 7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전셋값이 매매값을 추월해 700만원을 벌면서 아파트를 소유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11·18 부동산 대책 이후 이러한 갭투자 매수세가 더 강하게 붙으며 매물도 급격히 줄었다. 아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 서구는 11·18부동산 대책 이후 1주일 사이(25일 기준) 매매 매물이 20.4%(2523건→2009건)나 줄었다.
매물이 줄어들면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시세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일산서구 일산동 태영데시앙1차 84㎡는 대책 발표 직후인 19일 4억9500만원에 최고가로 거래됐다. 이 평형대는 전달 30일 3억 4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불과 3주만에 1억 5500만원이 치솟은 것이다.
인근의 중산동 일산센트럴아이파크의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용면적 59㎡의 경우 대책 발표 직후 21일 5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평형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5억 초반 대에 거래 됐다. 3주 만에 7000만원 이상이 급등했다.
파주 주요 아파트도 대책 발표 이후 세세가 높게 오르는 양상이다. 파주 목동동 운정신도시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72㎡은 대책 당일 7억원에 거래 돼 역대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면적대는 대책 발표 전달까지만 해도 5억 5000만원~6억원 사이에 거래가 됐다.
목동동 해솔마을 1단지 두산위브 전용 84㎡도 대책 발표 이틀 뒤인 21일 4억 8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평형대는 지난달 11일 3억 5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으며, 올해 중순 까지 만해도 3억 초반대에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새 1억 2000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목동동 화성탑부동산 이지운 대표는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직전부터 파주로 수요 유입이 있었다”며 “지정 이후로는 매물이 줄고 호가도 크게 오른 상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풍선효과가 이렇게까지 대두되고 있는 원인은 정부 규제가 ‘부동산 불패’ 심리를 키웠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집값을 잡겠다고 시장을 압박했음에도 집값은 올랐다”며 “덕분에 시장에선 ‘어쨌든 집값은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어느 때 보다 강하게 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동성이 넘치는 가운데에서도 규제로 물꼬를 틀어막자 게릴라식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문제다“며 “일산·파주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저가라 대출·세금규제가 덜하다 보니 전세난으로 탈서울 후 경기도에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모이고 있다. 전세난 회피 수요와 저가 아파트 내 집 마련 수요, 갭투자 수요 등이 맞물리며 저가 주택이 계속해서 자극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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