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국토부)가 전세난 해결을 위해 내놓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실 가능성이 낮고 허점 또한 수두룩해 정부 대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민심 달래기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국민기만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준공일 수개월 앞당긴다는 국토부와 문제없다는 LH…현장 반응은 “절대 불가능”
지난달 19일 국토부는 내년 2분기 입주예정 물량 중 1만1000호(수도권 6000호)를 1분기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국 7개 사업지(1만606호)의 준공 시점을 올해 안으로 앞당길 계획이다. 당초 계획됐던 준공일은 내년 2~5월인 단지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조기 준공 사업지는 △수원고등 A-1블록(4086가구) △대구연경 S-1블록(1812가구) △김포마송 A3(1088가구) △춘천우두 A-2블록(492가구) △세종 행복도시 4-2m2블록(1500가구) △하남감일 B1블록(684가구) △아산탕정2-A7블록(944가구) 등이다.
그러나 건설업계 안팎에선 국토부의 조기 준공 계획의 현실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준공일을 앞당기고 입주를 서둘러 전세시장의 안정을 꿰한다는 목표가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건설업의 특성 상 예정된 준공일을 수개월 가량 앞당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오히려 부실시공 등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긴 장마, 코로나 이슈 등으로 타임테이블 관리가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올해가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그 기간 안에 당초 준공 일을 적게는 2달 많게는 5개월을 앞당기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준공일을 앞당기다보면 수요자들의 반발을 살만한 하자·보수 문제가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입주 후 하자·보수 민원이 많은 단지들을 보면 대부분 준공일을 앞당기다가 마감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단지들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입주 날짜를 앞당긴다고 했는데 입주 예정자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다 받았는지도 의문이다”며 “입주 예정자들은 대부분 정해진 기간에 맞춰 자금 계획을 세우는 데 입주 예정일을 앞당기면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한 달 이상 공기를 앞당기는 것은 부실공사를 유발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몇 개월 이상 준공 날짜가 당겨지는 것은 처음에 공사기간을 잘못 잡았다고 볼 수 있다”며 “오히려 기간을 길게 잡고 공사비용을 부풀렸단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LH에서 단축이 가능하다 판단해 이 안이 나온 것이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공기를 줄일 수 있는지는 LH에 직접 확인하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전세대책뿐 아니라 주택공급과 관련해서 이슈가 계속 됐기에 장기적으로 공사기간을 관리해왔던 지구들을 선정했다”며 “전세 대책만을 위해 단기간 준비한 지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와 LH는 조기 준공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현장의 상황은 그와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입주 선정 단지 중 당초 준공 예정일이 2월말로 빠른 ‘수원고등A-1(수원역푸르지오자이)’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점검은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사전점검 한 달 후 준공 결정이 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안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심지어 현장 관계자 역시 준공일이 빨라도 1월말, 2월초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국민 사유재산 침해 논란 불 지핀 국토부의 이주시기 조정
공공주택 조기입주뿐 아니라 정비사업 이주시기 조정 역시 논란에 직면한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조례가 있긴 하지만 ‘정부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조합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부는 수도권 내 정비 사업에서 내년 3만8000호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 지자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이주수요를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주수요가 한 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시기조절을 유도하겠다는 목적에서다.
국토부의 전세대책과 관련해 방배13구역 성흥구 조합장은 “이주비 대출이 확정되지 않아 날짜는 정확하게 잡지 못했지만 이주시기를 내년으로 정한 상황이다”며 “더 늦출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부분의 조합이 정부나 지자체가 이주시기를 특정 시점으로 미루라 한다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주시기를 연기하는 것은 조합원 입장에선 재산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건설사들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이주시기를 놓치면 사업성에 영향을 준다”며 “사업성이 흔들리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예상된 시기에 분양을 하지 못하면 자금 회전에 큰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하겠지만 주민들의 피해는 발생할 것이다”며 “이주비 대출을 받고 이사를 가지 않아 시간이 지체되면 적지 않은 이자비용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이 이주를 결정했다고 바로 조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례상 요건에 해당하고 그 시기 주변 전세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할 것으로 보여야 주거 정책 심의위원회에서 결정을 한다”며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한 것이지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성질이 아니다”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관련법에 따르면 이주시기 조정은 최대 1년까지 가능하다.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조합의 반발에도 전셋값 안정화를 위해 이주시기를 조정할 경우 공급이 늦어져 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서울 내 공급이 시급하다”며 “이주시기를 조정해 정비사업을 늦춘다면 매매가격 불안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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