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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창현·윤승준 기자] 60대에 창업이 가능할까. 대부분은 도전에 실패해도 다음을 노려볼 수 있는 청년층과 달리 중장년세대는 실패의 여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힘들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창업을 포기하기엔 ‘100세 시대’에서 60대는 아직 젊다. 게다가 경험과 연륜이 담긴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 극복한다면 오히려 중·장년층은 창업을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노경환 더쇼퍼 대표(71)와 조연미(57) 리봄 대표는 정년퇴직 후 창업에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수십년동안 서비스업종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뿐만 아니라 ‘100세 시대’에 서비스도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누군가는 분명 실패할 거라며 우려했지만 이들은 도전은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
호텔리어 퇴직 후 창업가 변신…청년들에게 웨딩카 제공
민주화운동 열기가 전국적으로 활활 타오르던 1980년 호텔리어로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은 노경환 더쇼퍼 대표는 9년 전 20여년 호텔리어 경력에 마침표를 찍으며 인생의 1막을 끝냈다. 조직생활에서 벗어나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긴 것도 잠시, 수입이 끊기니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 봉사활동을 하려해도 통장 잔고는 계속 줄어 이어가기 버거웠다. 재취업을 준비해야 했다.
“재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아무리 써도 받아주는 데가 없었어요. 문제는 나이였죠. 구직에 계속 실패하니 더 이상 조건을 따질 수 없었어요. 어떤 일이든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래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대리운전을 하게 됐어요. 노동시간에 비해 받는 임금은 부족했지만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운전만 할 줄 알면 되니까 하루 용돈 버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 노경환 대표(사진)는 시니어 창업가로 1980년 호텔리어 생활을 시작해 2012년 총지배인으로 은퇴했다.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한 그는 2016년 아들의 결혼식에서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후 뒤늦은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결혼식 날 신랑·신부를 에스코트하는 쇼퍼(Chauffeur·특수 운전기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노 대표의 모습.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20년 넘게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했으니 대리운전도 잘해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차를 모는 도중에 술에 취한 젊은 손님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런 일을 겪을수록 마음의 상처는 깊어갔다.
“돈이 아무리 궁해도 대리운전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취객들이 저를 무시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고민했죠. 편한 복장을 입는 제게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무시하지 않게끔 예의를 갖춰 정장을 입고 대리운전을 하러 나갔죠. 그랬더니 예전과 다르게 손님들이 무례한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거기서 사업 아이템으로서의 가능성을 봤죠.”
그는 ‘프리미엄급 대리운전’이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창업가 육성사업에 두 차례 지원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던 중 상상우리에서 진행하는 ‘창업아카데미교육’을 들었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방법부터 사회적기업에 대해 배웠다.
“2016년 3월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합격 했어요. 지원금으로 2000만원을 받았죠. 4월 18일에 계약하고 인큐베이팅에 들어갔어요. 교육과 멘토링, 컨설팅 등을 받으며 사업을 다듬어갔죠. 그러던 중 대리운전 사업 분야가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엔 규모 면에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 내용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죠.”
낮에는 사업을 구상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보내던 2016년 가을, 아들이 결혼식을 준비하던 때 창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들이 결혼식 당일 직접 운전해서 헤어숍, 결혼식장, 공항 등을 이동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였다. 친구나 직장동료가 웨딩카를 운전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노 대표에겐 새로운 얘기였다.
“신랑·신부가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 50·60세대들이 선물하는 의미로 운전을 해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꼰대’로 불리는 장년층이 운전하는 걸 젊은 세대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반응은 의외로 좋더라고요. 이후 자신감을 얻고 시장조사를 한 뒤 사업 내용을 구체화했죠. ‘웨딩쇼퍼’가 세상에 처음 나온 순간이었어요.”
‘쇼퍼(Chauffeur)’란 특수 교육을 받아 귀빈을 모시는 특수 운전기사를 일컫는다. 웨딩쇼퍼는 신랑·신부에게 결혼식 당일 헤어숍부터 예식장까지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맡는다. 웨딩쇼퍼는 2017년 하반기 첫 프로모션 때 13쌍,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103쌍, 204쌍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웨딩쇼퍼는 지난해 11월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이 진행하는 ‘기프트카 레드카펫’ 캠페인의 ‘프라이핏 픽업 서비스’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누군가 헌혈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 차량이 집이나 학교, 직장 등으로 찾아가 이동을 돕고 헌혈의집에서 헌혈이 끝난 후 픽업한 장소로 복귀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다.
“사업을 하면서 가급적이면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쇼퍼도 주말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셈이죠. 자기만을 위해서 사는 게 진정한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정한 행복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온다고 생각하죠. 혜택을 받았던 세대로서 인생 2막에선 이를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요.”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는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접근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시장조사 등 철저하게 준비해서 자기만의 틈새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특히 과거와 다르게 중장년층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를 전했다.
“청년들에게 웨딩카를 공짜로 제공하고 싶어요.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길 주저하는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하는 마음에서죠. ‘웨딩쇼퍼’를 이용했던 신랑·신부들이 항상 필요하다고 말하더군요. 또 공유 경제로 균등한 삶을 만들어가고 싶기도 해요. 정부와 손을 잡고 시각장애인들의 이동 불편을 해소하는 돌봄 서비스도 진행하고 싶어요.”
“꽃피는 인생 제 2막을 응원합니다” 시니어 세대에 봄 선물하는 조연미 대표
평소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조연미 대표는 우리시대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으로 세월을 보내왔다. 가정에 더 충실해야 했기에 회사를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된 모습마저도 수많은 여성들과 공통점을 가진다. 그의 인생이 뒤바뀌게 된 계기는 온라인 게임회사 경영을 맡고 그 연장선상에서 리봄을 창업하면서 부터였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 회사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어요. 여기서 온라인 영역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시니어 세대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엔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 시니어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로 일을 추진하다가 본격적으로 ‘시니어 통’이라는 뉴스레터를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했죠. 리봄의 출발은 여기부터에요”
“처음 온라인 영역에 발을 들여놨을 때만해도 온라인 자체가 2030세대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온라인 서비스는 주로 청년층 이하 세대를 중심으로 제공됐죠. 이렇다보니 시니어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카페에 게시글을 작성하거나 뉴스레터를 배포하게 됐어요.”
그의 정보 공유 방식은 뉴스레터 배포에서 강의 등으로 확대됐다. 정보 수요자가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 대표는 시니어 세대의 인생을 설계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조 대표는 곧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시니어플래너’ 자격증을 등록하고 1호 시니어플래너가 됐다.
‘시니어플래너’란 시니어 세대의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 생애 설계, 상담 등을 진행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리봄은 시니어플래너를 양성하고 또 그 시니어플래너가 우리사회 곳곳에 있는 시니어 세대의 인생설계를 돕도록 유도한다. ‘리봄’이란 단어 그대로 시니어 세대가 인생기에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니어플래너는 시니어 세대가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해요. 일례로 시니어 세대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교육해 SNS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거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사진촬영부터 글쓰기, 기사 제작 등 모든 활동을 할 수 있잖아요. 아이디어에 착안해 따로 시니어SNS플래너 교육과정을 만들기도 했어요.”
조 대표는 시니어 세대가 소득보다는 행복에 집중하며 새로운 인생을 걸어나가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노후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봄에 꽃이 활짝 피듯 우리 시대 시니어들이 새로운 봄을 맞이하며 꿈과 행복이라는 꽃을 활짝 피웠으면 한다는 게 조 대표의 바람이다.
“늦은 나이에 꿈을 찾아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꿈을 쫓아가는 건 우리 삶에 의미를 찾아주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당장의 소득에 집중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소득을 위해 힘든 일을 했을 때 추후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있잖아요. 일부 소득을 포기하더라도 스스로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저도 다시 일을 시작할 당시 두려움이 앞서긴 했어요. 그 때 친정어머니가 ‘일단 나가서 해봐라’는 말을 해줘서 용기를 얻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일을 시작하면서 숨겨져 있던 분야를 개척하고 잠들어있던 제 역량을 확인할 수도 있었죠. 다른 시니어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옛 말처럼 배움 앞엔 나이가 없고 또 늦은 나이에도 배울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그간의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놀라운 발전을 경험할 수도 있고요. 앞으로 많은 분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게 될 텐데 늦었다고만 생각지 말고 꿈을 좇으며 인생 2막을 꽃피웠으면 좋겠어요. 저와 리봄은 시니어 세대의 새 출발을 열렬히 응원할께요”
[윤승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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