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다. 주로 1분기 호실적을 거둔 종목을 쓸어 담았다. 국민연금이 투자 비중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던 모습은 과거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현재 연기금은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521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2조8768억원을 팔아치운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연기금, 금융투자 등이 포함된 기관투자자의 거래 규모도 6조783억원 순매도에서 6765억원 순매수로 크게 늘었다.
연기금은 연금과 기금을 합친 말로 연금제도에 의해 모여진 자금을 의미한다. 증시에서 장기적인 투자와 대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기관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기금 △공무원연금기금 △우체국보험기금 △사학연금기금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의 운용규모는 2월말 기준 860조원에 이른다.
앞서 연기금은 국내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주가지수가 3100선에 갇힌 ‘박스피’ 현상이 일어나는데 일조했다. 작년 12월 24일부터 올해 3월 12일까지 51일 연속 14조498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역대 최장 기간 순매도다. 연기금의 매물 폭탄으로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에 8.8% 오르는 데 그쳤다.
이달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3일 24억원 순매수를 시작으로 11일 거래일 중 6일 동안 순매수에 나섰다. △4일 315억원 △6일 -170억원 △7일 282억원 △10일 -54억원 △11일 -1210억원 △12일 1011억원 △13일 -963억원 △14일 1012억원 △17일 -3억원 △18일 276억원 등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 매도 압력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 투자 비중’을 확대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현행보다 ±1%p 높은 ±3%p로 정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투자비중 상한은 18.8%에서 19.8%로 올라갔다. SAA는 자산시장의 가격변동에 따른 목표 비율 이탈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SAA 허용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기계적 매도압박이 줄어들어 순매수 규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1분기 실적이 우수한 종목들을 주로 사들였다. 대표적인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1422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분기 매출액 2608억원, 영업이익 74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6%, 19% 올랐다. 이 영향인지 주가는 이달 들어 15.7% 상승해 18일 종가기준 89만4000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3개 공장 모두 거의 풀가동되는 중인 가운데 3공장 생산 초기 제품들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며 분기마다 큰 폭으로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령한 RFP(고객사 CMO 제안 요청)는 총 22개로 올해 1월 JPM 헬스케어 컨퍼런스 당시 8개 대비 크게 증가했다”며 “올해 하반기 4공장 조기 수주도 기대할 수 있어 항체치료제 CMO 업황 역시 좋은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연기금은 △현대차 1044억원 △대한항공 935억원 △S-Oil 881억원 △기아 644억원 △CJ제일제당 600억원 △코웨이 406억원 △호텔신라 382억원 △휠라홀딩스 38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 360억원 등도 순매수했다.
현대차는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1분기 매출액 27조3909억원, 영업이익 1조6566억원을 거뒀다.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다. 주가는 이달 들어 21만2000원에서 23만1000원으로 9.0% 올랐다.
S-Oil은 1분기에 62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1분기 1조원 넘는 적자를 냈지만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휘발유, 경유 등 주력 제품의 마진(스프레드)이 커진 영향이다. 1분기 휘발유 판매마진은 배럴당 5.1달러로 전분기(3달러) 대비 58% 상승했다. 경유 판매마진도 4.3달러에서 5.7달러로 올랐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S-Oil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8922억원으로 2011년 정유주 골든에이지 시기를 넘어서는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며 “올해 상반기 대규모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 보다 석유화학 생산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기금은 이달 시가총액 상위권에 속한 반도체, 인터넷 종목들을 대거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4437억원 △SK하이닉스 -1286억원 △NAVER -1094억원 △카카오 -895억원 △삼성전기 -811억원 등이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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